현대자동차 2세대 제네시스는 평가가 엇갈리는 차다. 현대차 46년을 대표하는 상징적 제품이지만 일부에선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무게 증가를 예로 들며 "기술적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나 상품의 완성도면에선 분명 진일보했다. 첨단 기능을 적용했고, 조립단차도 균일한 배열로 마무리했다. 내외장에서 살필 수 있는 부품 사이의 간격도 촘촘하다. "프리미엄"으로 올라서려는 의지를 제품에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디자인 적어도 어느 차와 닮았다는 얘기는 듣지 않을 만큼 나름의 독창성을 갖췄다. 6선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오며 성격이 역동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헤드 램프 형상도 날카롭게 다듬었다. 최근 CF 등에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강조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측면이다. 짧은 오버행과 낮은 차체가 다부진 인상을 전달해서다. 검정색을 살짝 가미한 실버 휠은 차분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풍긴다. 뒷부분에선 리어 램프를 트렁크리드와 연결해 일체감을 준다. 듀얼 머플러는 가급적 좌우 가장자리에 배치해 1,890㎜의 너비를 한껏 강조했다.
실내에서도 넓어 보이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으로 각도를 약간 틀어 조작 및 시인성을 고려했다. 오디오 조절장치도 가로형으로 길게 배치했다. 1세대에 사용한 곡선 대신 직선을 많이 활용해 간결함을 추구했다. 직선의 단순함을 부각시킨 것.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에 장착한 모니터는 뒷좌석 승차자를 위한 배려다. 뒷좌석에 편안히 앉아 가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갖가지 기능 조절 버튼을 뒀다. 직접 운전을 즐기는 고객 외에 운전자를 두고 뒷좌석을 이용하는 "쇼퍼 드리븐" 컨셉트를 동시에 고려했다.
▲성능&승차감 시승차는 최고 315마력, 최대 40.5㎏·m를 발휘하는 V6 3.8ℓ 가솔린 엔진에 자동 8단 변속기 그리고 4WD 시스템 H트랙을 장착한 ‘G380 HTRAC’이다. 여러 선택품목을 갖춘 만큼 판매가격은 7,000만 원이 넘는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도로에 올라섰다.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순발력이 의외로 잽싸다. 실내외 디자인 등으로 역동성을 표현하는 건 쉽지만 실제 운전자가 역동을 느끼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순발력을 뛰어나게 하거나 페달에 발이 닿는 순간부터 가속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연료효율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두 가지를 적절히 타협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제조사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2세대 제네시스는 역동쪽으로 반 발자국 정도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더 갈 수도 있겠지만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그 쯤에서 멈춘 것으로 해석된다. 2세대 시승을 위해 1세대를 미리 시승한 느낌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깊게 눌렀다. 어려움없이 속도가 올라가면서도 무게중심이 낮게 깔리며 안정적인 주행을 한다. 속도를 빨리 줄일 때도 쏠림현상은 크지 않다. 속도에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은 구형보다 조금 무겁게 만들었다.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좁은 도로에 들어선 후에는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거리를 설정하면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한다. 이를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레이더 센서를 달았다.
주행중 라디오를 켰다. 렉시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질이 비교적 선명하다. 프리미엄일수록 오디오 음질에 민감한 소비자 특성을 배려한 결과다. 렉시콘 오디오는 1세대에도 적용, 호평받았다.
설계 상 앞뒤 무게배분은 "51.2대 48.8"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주행 때는 균형에 초점을 맞추지만 코너링 또는 도로 상황이 달라지면 전자식 4WD 시스템이 앞뒤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한다. 뒷바퀴굴림 방식보다 확실히 개선됐다.
시프트 레버의 조작에선 절도감이 느껴진다. 초기에 힘을 주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스스로 위치를 찾듯 맞물린다. 제품 철학으로 오로지 역동성을 추구한 인피니티차에서 경험한 느낌이다. 시프트 레버의 조작감이 역동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고 묻는 이도 있지만 조작의 절도감은 역동성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이기도 하다.
진동·소음에 대해선 지적할 게 없다. 특히 노면소음 차단을 위해 하부 전체를 패널로 막아 확실히 조용하고, 시속 100㎞ 이상에서도 풍절음이 없을 정도다. 진동·소음은 한국차도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총평 논란은 늘어난 차체무게와 떨어진 연료효율이다. 그러나 무게 때문에 가속 때 역동성이 줄지는 않았다. 일반도로 주행에선 여전히 힘이 넘친다. 반면 효율이 떨어진 건 아쉽다. 운전자에 따른 효율 가변성이 최대 30%라고 해도 공식 숫자로 표기되는 효율이 구형보다 하락한 점은 지적받지 않을 수 없다. 개발중 미국이 새로 도입한 스몰 오버랩 충돌시험에 대비한 구조 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제조사의 상황까지 소비자에게 이해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소비자는 오로지 결과물만 볼 뿐이다.
2세대 제네시스의 판매가격은 G330 모던 4,660만 원, 프리미엄 5,260만 원, G380 익스클루시브 5,510만 원, 프레스티지 6,130만 원이다. 또 G380 파이니스트 에디션은 6,960만 원이다. 전 차종 공통 선택품목은 H치트랙(250만 원)과 파노라마 선루프(120만 원)이며, G330 모던의 경우 "마이너스 패키지"를 도입해 구입장벽을 낮추기도 했다. 마이너스 패키지는 17인치 휠(18인치 미적용), 운전석 및 동승석 열선시트(냉난방 통풍시트 미적용), 앞좌석 세이프티 파워윈도(뒷좌석 미적용)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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