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예상된 인기몰이, 르노삼성 QM3

입력 2013년12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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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가요계에는 "흥행코드" 혹은 "머니코드"라는 용어가 있다. 대중이 선호하는 몇 개의 코드 진행이 존재하고, 여기에 맞춰 곡을 쓰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수많은 히트곡들이 비슷한 코드 진행을 따르는 탓에 서로 다른 노래를 중간에 잘라붙여도 자연스러운 경우가 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희이기도 하다.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에 흥행코드를 충실히 따른 차가 등장했다. 르노삼성자동차 QM3다. 스페인산 소형 디젤차로, 최고 수준의 연료효율을 달성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유럽 현지보다 싸다. 수리 및 점검은 르노삼성의 서비스망을 이용, 어느 수입차보다 싸고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비클(CUV)의 형태와 투톤 컬러의 어색함도 앞서 선보인 경쟁차종 덕분에 많이 가셨다. 강력한 상품성을 갖춘 QM3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QM3의 크기는 길이 4,122㎜, 너비 1,778㎜, 높이 1,567㎜, 휠베이스 2,605㎜다. 아담한 사이즈이지만 차가 커보인다. 높은 차고와 볼륨감있는 실루엣, 화려한 투톤 컬러 덕분으로 판단된다. 시승차에 반영한 오렌지색 외형은 화려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아 비교적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도 거부감이 없을 듯하다. 

 앞모양은 독특하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서양 중세시대 투구를 연상케 한다. "T"자형 그릴은 르노삼성 로고에 맞춰 리디자인했다. 반면 트렁크 부분은 캡처와 동일하다. 전체적으로 몰딩을 과감히 사용하고 안개등과 도어 하단 등에 크롬 장식을 적극 써서 볼륨감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최근 추세와 달리 전조등과 후미등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바람개비와 비슷한 17인치 휠에는 유럽 감성을 담았다.

 실내는 아이디어와 패키징이 돋보인다. 가격이 싼 만큼 고급스러움을 지향한 구성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아이템과 적절한 소재 선택 덕분에 만족도가 무척 높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시트다. 가죽이 아닌 직물 시트로, 표면을 지퍼로 탈·부착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따로 떼어내 세탁할 수 있고, 다른 스타일로 손쉽게 교체할 수도 있다. 직물 방식의 단점을 아이디어로 극복한 셈이다. 높낮이와 등 기울기 및 전후 위치 조정은 전부 수동식이다. 등받이 기울기를 조절하는 다이얼식 레버가 좌석 안쪽에 위치한 게 특이하다. 높낮이 조정폭은 상당해 시트 포지션을 높게 잡을 수 있다. 시야확보가 쉬운 만큼 여성 운전자들이 반길만한 요소다.

 실내 마감은 플라스틱 소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광택 소재를 적절히 썼다. 낮은 가격대에서 어설프게 가족을 사용하는 것보다 "싼 티"가 덜 난다. 또 외장색과 연계한 포인트 덕분에 실내가 단조롭지 않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단촐하지만 알차다. 내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 라디오, 휴대전화 및 음향기기 연동 및 작동, 공조기 컨트롤러 등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은 없다. T맵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던 것과 거의 같아 반갑다. 6.2인치 멀티미디어 화면과 터치 반응속도 등은 다소 아쉽지만 가격을 생각해보면 불만을 가질 사안이 아니다.

 소형 CUV여서 적재공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우선 서랍식 글로브박스는 깜짝 요소다. 제원표 상 적재용량은 12ℓ에 이른다. 운동화 한 켤레가 너끈히 들어갈 만큼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선글라스나 휴대기기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뒷좌석은 6대4 분할식이며, 트렁크와 연계할 수 있도록 거의 수평으로 접힌다. 앞좌석 뒤에는 여러 가닥의 고무줄로 일반적인 주머니를 대체했다. 주로 책자나 지도 등을 보관하는 곳이기에 사용에 불편은 없다.

 편의·안전품목이 제법 충실하다. 차체자세제어장치와 브레이크보조 시스템 및 전자식 제동력 배분장치, 경사로밀림방지장치,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 등은 차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후방카메라와 주행방향에 따라 점등되는 안개등, 크루즈컨트롤, 오토 클로징 등을 지원하는 스마트 키는 국내 소비자가 선호할 만하다.

 반면 오디오 품질은 아쉽다. 르노삼성이 흔히 적용하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아닌 일반형으로, 인상을 남길만한 성능이 아니다. 경쟁차 중 하나인 쉐보레 트랙스가 원가절감 속에서도 보스 오디오를 포기하지 않은 것과 반대 행보다. 

 ▲성능
 4기통 1.5ℓ 디젤 엔진은 최고 90마력, 최대 22.4㎏·m의 성능을 낸다. 숫자만 보면 평범하지만 도심형 CUV를 표방하는 성격에 비추면 충분한 성능이다. 특히 디젤 엔진의 특성 상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덕분에 발진 초기에 치고 나가는 맛이 상당하다. 몸이 쏠릴 정도다. 우려와 달리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 정도에도 가속 스트레스가 없다.

 QM3가 주목받은 항목 중 하나가 연료효율이다. 독일 게트락의 듀얼클러치(DCT) 6단 변속기를 얹어 복합기준 ℓ당 18.5㎞의 연비를 달성했다. 연비의 강자로 꼽히는 폭스바겐 골프 1.6ℓ TDI가 ℓ당 18.9㎞, 푸조 208 1.6ℓ e-HDi가 18.8㎞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시승중 체험한 실연비도 만족스러웠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표시연비 이상의 수치를 낼 수 있다. 효율 위주의 주행을 위해 에코 모드가 있으나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소 높은 차체에 비해 몸놀림도 수준급이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정확히 차가 따라온다. 서스펜션도 제법 단단한 세팅이어서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승차감을 보인다. 재미있는 운전이 가능한 차다.

 제동성능은 이 차 출시 이후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뒷바퀴에 디스크가 아닌 드럼식을 적용한 점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제동성능을 다소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던 것. 드럼식이 가격은 싸지만 발열 등에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승해보면 제동력에 대한 논란은 잦아들 것 같다. 그 만큼 안정적이다. 

 ▲총평
 경쟁차들에 다행스러운 점은 QM3가 최소한 3월이 지나기 전까지 국내에 1,000대 이상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사가 우선 주문한 1,000대는 예약판매 시작과 동시에 "완판"됐고, 추가 물량은 내년 3월경에 들어온다. 유럽에서도 인기가 높아서다. 결국 물량 확보가 관건이란 얘기다. 추가 판매를 시작하는 내년 4월까지는 소비자와 르노삼성에게 무척 긴 시간이다. 판매가격은 SE 2,250만 원, LE 2,350만 원, RE 2,450만 원이다.

시승/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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