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박물관? 가깝고 신나는 박물관!

입력 2013년12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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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프라움악기박물관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나들이를 계획했다 추위 때문에 망설인다면 박물관 나들이는 어떨까. 그 것도 책에서만 만나던 생소한 서양 악기들을 실제 볼 수 있고, 직접 연주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팀파니, 봉고, 젬베, 탐탐, 드럼 등을 신나게 두드리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훌쩍 날려 보낼 수 있다. 서울 근교에 자리한 프라움 악기박물관이 바로 그 곳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에 자리한 프라움 악기박물관은 2011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악기 박물관이다. 중세 유럽의 성채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외관은 남한강과 어우러져 멋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더러 이런 분위기와 함께 서양 악기를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지레 ‘문턱 높은 박물관’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 선입견은 박물관 문을 들어서면 곧 사라진다.     




 책에서나 봤던 다양한 서양 악기들이 넓은 전시장에 체계적으로 전시됐다. 1층은  건반악기존, 타악기존, 기획전시실, 악기체험실, 체험교육실 등으로 이뤄졌다.
 
 건반악기존에는 피아노의 전신으로 알려진 현을 뜯어 소리를 내는 하프시코드부터 18~19세기에 사용된 포르테피아노, 그랜드피아노 등으로 이어지는 진귀한 피아노가 시대를 넘어 한자리에 모였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1897년 스타인웨이이 만든 6피트 그랜드피아노. 화려한 꽃무늬 장식과 황소 뿔처럼 보이는 순금 모양의 페달이 독특하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피아노제조사인 브로드우드가 1808년 만든 그랜드 포르테피아노도 이 박물관이 자랑하는 귀한 소장품이다. 이 피아노는 영국의 유명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에드워드 벤자민 브리튼(1913~1976)이 1961년까지 소유했던 것이기도 하다. 



 타악기존으로 가면 팀파니, 봉고, 젬베, 탐탐, 드럼셋, 윈드차임 등의 여러 타악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벌써 신나는 두드림이 들려온다. 아이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체험공간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서다. 



 화려한 샹들리에가 장식된 나선형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만돌린, 하프 등의 현악기가 한자리에 모였다. 경매가가 2억7,000만 원에 이르는  비욤의 바이올린을 비롯해 금관악기의 일종인 수자폰, 더블액션 페달 하프 등이 있다. 



 이 곳쯤에서 관람객들은 문득 궁금해진다. 보통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고가의 악기들을 이렇게 한데 모아 박물관을 연 이는 누구일까, 하는. 경제적인 능력도 능력이지만 분명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눈썰미있는 이들은 프라움 악기박물관 김정실 관장의 이름이 낯익을 터다. 바로 한글과컴퓨터 회장이다. 기업가로서의 명성뿐 아니라 김 관장은 오랜 세월 음악과 함께해 온 애호가다. 온가족이 음악을 좋아하는 분위기 속에 음악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어려서부터 여러 악기를 배우며 자랐다. 악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수집으로 이어졌다. 세계 유명 박물관을 탐방하고, 유럽에서 악기 경매가 열리면 직접 찾아가 수집한 악기들이 한 점 두 점 쌓이면서 오늘의 프라움 악기박물관이 태어났다.

 서양 악기에 대한 일반인의 선입견을 허물고, 다양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다가오는 프라움 악기박물관의 겨울은 그래서 혹한에도 훈훈한 열기가 넘치고 있다.
 
*찾아가는 요령
서울~양평 간 6번 국도를 타고 가다 도곡IC에서 빠져나와 팔당대교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프라움 악기박물관이 나온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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