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이유있는 변신, 그랜저 하이브리드

입력 2014년01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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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저가 또 한 단계 "진화"했다. 이른바 "두 개의 심장"으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것. 목적은 효율 상승이다. 엔진이 내야 할 힘의 일부분을 전력이 도와주는 만큼 연료소모도 적다. 따라서 ℓ당 주행거리는 엔진 하나만 장착했을 때보다 길다. 최근 효율을 중시하는 흐름에 발맞춘 선택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스타일
 가솔린 그랜저와 큰 차이는 없다.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줄기에서 동력계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브리드라는 점을 눈으로 확인시키기 위한 여러 장치를 준비했다. 
 

 우선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알로이 휠을 끼웠다. 또 앞쪽 휠하우스 위에는 "블루 드라이브" 배지를 달았다. 뒤쪽에도 하이브리드 문구를 넣었다. 외장색은 추가로 하이브리드 전용색인 아쿠아 마린을 마련했다. 
  

 실내에서도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계기판에는 다양한 하이브리드관련 그래픽을 표현하는 하이브리드 전용 4.2인치 컬러 TFT LCD 클러스터를 적용했다. 친환경 운전을 할수록 점수가 쌓여 꽃을 피운다든지, 지구에 불을 밝히는 등의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친환경 운전을 장려하기 위한 일종의 재미 요소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도 하이브리드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정보들이 표시된다. 효율운전 여부와 에너지 흐름을 알 수 있다. 또 10분마다 효율을 측정, 실시간 효율을 계산해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정보창은 센터페시아 중간 왼쪽에 "i"라고 쓰인 버튼을 누르면 띄울 수 있다. 잘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 지나치기 십상이다. 
   
 ▲성능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쏘나타에 먼저 선보인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됐다. 엔진과 모터의 동력 단속을 담당하는 엔진 클러치와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 간단한 구조와 적은 모터 용량으로 구동효과를 크게 낸다는 장점이 있다. 
  

 엔진은 세타∥ 2.4ℓ MPI를 얹었다. 최고 159마력, 최대 21.0㎏·m의 성능을 낸다. 여기에 35㎾급 고출력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이로써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총 출력은 최고 204마력에 이른다. 경쟁차인 렉서스 ES300h에 비해 4마력 높다. 반면 토크는 0.6㎏·m 낮다. 
  

 현대차는 자신들의 하이브리드 기술에 큰 자부심을 갖는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토요타가 선점하고 있는데, 특허를 피해 하이브리드를 개발해서다. 특히 전기차 주행이 가능한 병렬형 하이브리드의 경우 토요타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스마트 키를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 시동 버튼을 눌렀다. 병렬형 하이브리드의 특성은 시동 시 엔진이 먼저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동에 필요한 전기모터 전원이 먼저 들어온다. 따라서 출발준비가 됐다는 걸 인지하려면 "ready"라는 녹색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움직였다. 부드러운 출발이다. 전기모터의 힘이 바퀴에 잘 전달된다. 저속에선 보행자가 차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해 사고위험성이 커진다. 때문에 대부분의 친환경차들은 엔진음을 인위적으로 내는 시스템을 갖춘다. 그랜저 역시 이런 장치가 달려 있다. 
   

 엔진의 개입은 매우 유동적이다. 모터의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엔진이 작동한다. 출발 초기 저속단계는 엔진이 아예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 효율이 크게 오른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배터리 용량은 제한적이기 마련이다. 전기모터만으로 차를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는 얘기다. 엔진이 돌아가면서 바퀴에 더 큰 힘이 걸리기 시작한다.
  

 고속주행 시에는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돌아간다. 저속보다 더 큰 힘을 필요해서다. 하이브리드의 목적이 효율에만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진을 보조하는 전기동력" 또한 하이브리드의 역할이다. 차가 움직이는 사이 배터리는 충·방전을 거듭한다. 탄력 주행이 이뤄지는 구간에서는 전기차 모드도 다시 활성화된다.


 거듭 편안한 주행이 이뤄진다. 승차감이나 정숙성은 이전 그랜저가 보여줬던 감성 그대로다.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 스티어링 조작성은 일반적이다. 차를 움직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무난한 특성이다. 그러나 제동력은 조금 답답하다. 회생제동 시스템 탓이다. 차가 멈추려는 관성을 이용해 에너지를 회수,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이다. 
  

 고속도로와 도심 구간을 번갈아 400㎞ 정도를 주행했다. 트립컴퓨터에 표시된 평균효율은 17.0㎞/ℓ 정도. 표시효율인 16.0㎞/ℓ를 넘어선다. 이 정도면 만족할만하다. 그러나 효율은 운전자 습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효율을 얻을 수는 없다.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효율이 높은 것보다 효율적인 운전을 도와준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면 평소보다 조심스러워진다. 운전자의 효율운전 여부를 끊임없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경제운전 속도로 달리는 자신과 계기판 트립컴퓨터 창에 꽃이 피어나는 그림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총평
 그랜저 디젤이 계획된 시점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하이브리드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효율이 목적이라면 두 제품이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잘 따져봐야 할 부분은 그랜저의 주력시장이다. 하이브리드는 기본적으로 북미시장에 내놓기 위해 만든 차다. 이 지역에서는 디젤보다 조용하고 안락한 하이브리드 인기가 절대적이다. 물론 최근 디젤 인기도 서서히 오르지만 선입견을 단번에 부수기는 어렵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탄생한 배경이다. 
  

 국내 시장으로 시야를 좁히면 하이브리드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일본차 견제다. 판매실적은 국산차가 월등히 많지만 국내에서의 하이브리드 인식은 일본차가 넓혀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경쟁차종인 렉서스 ES300h는 판매대수도 적지 않다. 캠리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 차들과는 가장 큰 시장인 북미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그랜저 하이브리드 출시는 현대차의 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시장의 반응이 더욱 궁금해진다. 가격은 3,460만 원이다.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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