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미국공장, 전미자동차노조 가입 않기로

입력 2014년02월16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에 있는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 공장의 노동자들이 투표를 통해 전미자동차노조(UAW)에 가입하지 않기로 해 자동차노조가 충격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폴크스바겐 공장의 시간제 노동자 1천550명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투표를 통해 712대 626으로 UAW에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밥 킹 UAW 위원장은 자신이 물러나는 오는 6월까지 최소 한 개의 외국 자동차 업체를 가입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UAW는 폴크스바겐과의 합의에 따라 최소 1년 동안 채터누가의 폴크스바겐 공장을 가입시키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

 WSJ는 가입을 찬성한 노동자도 있었지만 많은 노동자가 고비용의 노동 계약, 복잡한 취업 규칙 등을 유발하는 UAW와 경영계의 격렬한 싸움 때문에 가입에 반대했다고 분석했다.

 폴크스바겐 공장의 노동자 셰럴 호킨스(44)는 "UAW에 가입했다면 노동력이 분열돼 우리가 갖고 있던 것이 붕괴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UAW의 성향을 싫어한 노동자들도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UAW는 성명을 통해 외부 간섭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불행하게도 정치적 의도를 가진 제3자가 테네시에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와 공장의 장래를 위협했다고 밝혔다.

 WSJ는 이번 패배로 회원수와 영향력 감소로 고전하는 UAW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티브 실비아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UAW가 채터누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미국 어디에서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UAW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빅3" 업체들의 인력 감축 등으로 한때 150만명에 달했던 가입 노조원이 현재 40만명으로 줄었다. 영향력도 감소했다. 또 미국 자동차 중심지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 등 일부 주가 최근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이나 노조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권법(right-to work)"을 승인해 곤경에 몰렸다.

 UAW는 폴크스바겐 공장의 가입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탈출구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반노조 정서가 강한 미국 남부 주에서 처음으로 외국 자동차 회사를 가입시키고 이를 교두보로 남부 지역에 진출한 다른 외국 업체를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미국 남부에는 현대·기아자동차, 독일의 다임러와 BMW,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등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있지만 이들 업체는 UAW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UAW는 폴크스바겐 공장의 가입을 위해 최근 2년 동안 독일 금속노조인 IG메탈과 함께 노동자들을 설득했고 회사 경영진이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외국 업체를 가입시키려던 UAW의 노력은 실패했다. 특히 폴크스바겐이 이번 투표와 관련해 UAW에 협조를 했다는 측면에서 충격이 더 크다. 폴크스바겐은 이례적으로 UAW가 공장 내에서 가입을 권유하는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자동차연구소(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의 션 맥컬린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UAW가 새 회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WSJ는 UAW의 이번 패배가 내년에 있을 자동차 빅 3 업체와의 협상도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UAW는 이들 업체의 고참 노동자와 신입 노동자의 임금 격차 축소를 희망하고 있다.

leesang@yna.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