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가 "그 남자의 시승" 코너를 마련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소비자 평가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첫 차종은 볼보 XC70이다. 시승에는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박재용 박사(40)가 참여했다. 자동차 공학 전공 후 구조 해석 연구에 몰두 중인 자동차 마니아이자 20년이 지난 볼보를 현재도 타는 클래식카 애호가이기도 하다. 볼보를 너무나도 잘 아는 "그 남자"가 2박3일 동안 XC70과 함께했다<편집자>. 볼보는 스웨덴 실용주의와 합리주의가 그대로 흡수된 자동차다. 실제 볼보를 오랜 기간 타보면 미국 태생 자동차와 다른 편리함과 편안함을 인정하게 된다. 국내에서 수입차는 실용 및 합리성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안전과 편안함은 볼보를 따라갈 차가 많지 않다. 게다가 1990년대 볼보의 주력이었던 850GLT를 19년째 운행하는 필자로선 볼보만의 철학과 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승은 850GLT와 20년 가까이 차이나는 볼보의 대표 크로스컨트리 XC70 D5로 이뤄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XC70 구매를 위한 사전 단계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젊지만(?) 나름 올드(?) 볼보를 타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볼보를 바라보는 시각, 과연 어떨까?
요즘 흔하게 하는 말로 폭스바겐 골프가 "해치백의 교과서"라면 왜건의 교과서는 볼보 시리즈일 것이다. 과거 볼보는 740, 760, 940, 960, 850이 세단과 왜건으로 구분됐다. 그러다 850이 S70으로 바뀌면서 왜건은 V시리즈로 변경됐고, XC의 원조인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는 XC70으로 정리됐다. 이것이 90년대 후반 이야기이다.
사실 볼보는 1990년대까지 대부분 세단과 해치백, 왜건이 공존했다. 그리고 국산차에도 1970~1990년대에 왜건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 왜건 비선호 현상이 심해 빛도 못보고 역사의 뒤안길로 숨어버렸다.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볼보를 타면서 느낀 그들의 전통은 갈수록 여러 편의 품목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볼보는 특히 많이 보강됐다. 1990년대 850도 마찬가지였다. 95년까지 운전석과 사이드 에어백이 있었지만 조수석 에어백은 없었다. 그러다 96년부터 조수석 에어백이 들어가고 다양한 옵션이 포함됐다. 반면 줄이지 말아야 할 엔진의 성능은 아쉬웠다. 이런 추세가 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연결됐다.
하지만 현재 수입사 입장에서도 일부 소비자 때문에 품목과 가격을 조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볼보차코리아에 변화가 보이는 듯하다. 항상 2%(?) 부족한 부분의 XC70을 2014년형에 와선 2%(?) 과한 옵션으로 내놨다. 정말 놀란 부분이다. 항상 특정 품목을 원하면 다른 게 빠지고 했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다. 적어도 XC70 D5에는 적지 않은 볼보팬들이 원하는 품목이 다 들어 있다.
따라서 3세대 XC70 D5를 사야 한다면 지금이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래에 새로운 4세대 XC70이 나오겠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듯 하다. 3세대 XC70 D5로 수 년간 멋진 카라이프를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 4세대, 5세대 XC70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스칸디나비아 북유럽의 차갑고 따스한 감성!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정신으로 무장한 볼보 XC70 D5를 느껴보도록 하자.
▲디자인 볼보 XC70의 대표적인 경쟁상대는 스바루 아웃백과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2014년형 XC70 D5는 이전 2008년형 이후부터 외형이 크게 변경된 게 없다. 하지만 2008년~2014년형으로 거치면서 몰딩 부분의 형상, 라디에이터 그릴, 뒤 트렁크의 센터크롬몰딩 등 조그만 부분에 변화를 일으켜 조금씩 세련된 스타일을 이어갔다.
2012년형과 2014년형에서 금방 알아 차릴 수 있는 부분은 앞 라디에이터 그릴에 장착된 스마트크루즈 컨트롤(SCC)의 레이더다. 그리고 후미의 미등이 면발광 LED로 교체됐다. 이왕이면 방향지시등과 후방등까지 LED로 바뀌면 좋았겠지만 어찌보면 볼보의 고집이기도 한 것 같다. 또한 전면부 범퍼 하단 안개등 자리에 주간주행등 기능이 들어갔다. XC60과 S60, S80등 다른 차종과 달리 XC70과 XC90은 개발 및 양산 기간이 오래돼 설계 변경을 하기에는 비용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XC70의 주간주행등은 시동을 걸면 점등되고 헤드램프가 작동하면 꺼진다. 통상 헤드램프가 켜지면 주간주행등 밝기가 줄어들지만 볼보는 말 그대로 주간에만 작동한다. 그 외 유리창 테두리 몰딩이 크롬에서 검정 우레탄 재질로 변경됐다. 개인적으로 검정을 더 좋아한다. 유광 플라스틱 재질보다 무광 우레탄이 더 좋다. 아마도 역동적으로 보이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또한 관리하기도 쉽다. 시승차는 루프 가로바 액세서리와 캐리어(루프박스)까지 장착됐다. 거기에 트레일링 후크 패키지 액세서리도 있다. 상품성을 상당히 강조한 듯하다.
실제로 850에 순정 루프 가로바와 캐리어(루프박스)를 장착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볼보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액세서리가 다양하게 구비된 게 장점이다. 물론 조금씩 부분 변경이 들어가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취향이 달라 무엇이 좋고 나쁜지의 판단은 개인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다만 XC70의 과하지 않은 디자인 변화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내부는 상당히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다. 먼저 계기판은 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Adaptive Digital Display)로 변경됐다. 시인성이 뛰어나고 운전자에게 필요한 운행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운전 취향에 따라 엘레강스, 에코, 퍼포먼스로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퍼포먼스일 때는 속도가 숫자로 표시되고, 엘레강스인 경우 타코미터의 표시 바들이 위 아래로 움직인다. 그러나 속도계와 타코미터는 둥글게 회전하는 방식에 익숙해 낯설기도 하다. 적어도 퍼포먼스 모드인 경우만이라도 속도를 숫자보다 회전 바늘 방식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트렁크 공간에는 뒷좌석 승객의 안전을 위한 2종류의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이전에는 액세서리로 구매를 해야 했는데, 2014년부터 기본에 포함됐다. 하나는 섬유 재질의 그물망(Luggage net)이고, 나머지 하나는 철재 재질의 보호창살(Protecting Grating)이다. 따라서 화물의 용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는 시프트 패들까지 추가됐다. 시프트 패들은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 편리한 점이 있다. 더불어 익숙하게 되면 상당히 편하지만 사용빈도는 그렇게 많지 않다. 오디오는 볼보의 프리미엄 제품에 우퍼가 마련됐다. 트렁크 내부 내장재 바닥을 올리면 구급함 키트 안쪽으로 설치돼 있다.
운전석 A필러 뒤쪽으로는 선글라스 케이스도 있고, 실내 룸미러에는 나침반 기능도 있다. 그리고 독일 브랜드처럼 실내 도어핸들 위쪽으로 LED를 이용한 간접조명도 있다. 뒷좌석 발판 안쪽에도 LED 조명이 설치됐다. 그만큼 감성 품질에 많이 신경썼다는 흔적이다.
차에 올랐을 때는 A필러가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다. 외부 미러 크기가 큰 편이고, 필러 내장재가 두꺼운 편이어서 시내 주행 시 건널목이나 좁은 골목에서 잠시 시야 확보가 안될 수 있다. 물론 충돌 안전에는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이외 마음에 드는 부분은 빗물감지 와이퍼의 센서 온오프를 운전자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 차이지만 평소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XC70이 보여준 셈이다.
내비게이션 모듈은 글로브박스 내에 장착돼 있다. 그러나 위치 선정이 너무 모호하다. 글로브박스에 장착하면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수납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예로 재규어 XF 3.0 슈퍼차져 AWD의 경우 운전석 시트 밑 바닥 공조기 통로 아래에 있다.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 하려면 시트 위치부터 바꾸고, 뒷좌석 바닥으로 들어가 메모리카드를 탈착해야 한다. 그리고 XC70은 내비게이션 음성을 연결하다보니 센터콘솔의 AUX를 항상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 사용 가능한 AUX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하게 된다. 물론 블루투스로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블루투스 비사용자를 감안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본사에 요청을 해서 수정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주행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볼보하면 독일차, 영국차보다 주행성능을 아래로 생각한다. 제품의 세세한 부분에 비해서 다소 저평가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볼보를 오랜 시간 타보면 비슷한 등급에서 절대 뒤진다고 말할 수 없다.
주행에 앞서 XC70의 문을 열었다. 확실히 부드럽게 문이 열린다. 탑승 후 볼보 "마이카(MY CAR)"와 센터페시어 아래 버튼을 눌러 운전자 도움 시스템 항목에 포함되는 각종 안전기능(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큐 어시스트, 충돌 경고, 보행자감지, 자전거 이용자 감지 및 오토 브레이크 시스템, 운전자 경보제어, 도로 표지 정보, 차선이탈경고, 거리경고,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I, 액티브 밴딩 라이트,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지능형 운전자 정보시스템등)을 활성화시켰다.
서울 홍대근처를 출발해 분당 탄천 아이스링크 경기장을 경유해 전북 무주리조트까지 거치는 코스로 잡았다. 어른과 아이 등 5명이 타고, 600㎞를 주행했다. 캐리어(루프박스)가 장착돼 체험 연비에는 오차가 있겠지만 나름대로 효율도 측정해봤다.
공회전 상태에서 아이스하키와 스키를 타기 위한 장비를 실었다. 평소처럼 세단에 실었다면 틈새조차 없이 채워야 했겠지만 어린이 2명의 하키 가방 2개, 하키스틱 가방 1개, 스키부츠가방 2개, 스키복을 넣은 가방 2개와 숏스키까지 너무 편안하게 탑재됐다. 그리고 뒷좌석에 승차한 어린이 중 10세 두 명은 각각 130㎝, 135㎝이고, 8세는 110㎝다. 8세 어린이가 승차한 좌석에는 부스터 시트까지 올렸다.
2014년식 XC70 D5는 5기통 트윈스크롤 터보디젤 엔진으로 이전의 싱글 터보디젤 엔진보다 출력이 좋아졌다. 여기에 아이신 제품의 기어트로닉 자동 6단 변속기, 할덱스의 5세대 AWD 시스템 조화로 실용 구간에서 좋은 동력 성능을 보인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 한산한 도로를 달리며 라디오를 들었다. 이중안전 접합유리가 장착돼 조용한 편이지만 시속 80㎞ 이상 구간에서 풍절음이 약간 느껴진다. 아마도 지붕 위에 탑재된 루프 박스 때문인 듯했다.
통상적으로 홍대입구에서 분당 탄천 아이스링크까지는 주말에 항상 운행하는 구간이라 직선, 곡선, 노면 상태가 굴곡진 구간, 약간 패인 구간 등 나름대로의 시험 구간이 있다. 그 중 직선 구간에서 핸들링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볼보의 실용 고속영역(80~160㎞/h) 직진성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다. 또한 차선 변경 시에도 원하는 위치로 제어가 편하게 이뤄진다. 지상고가 V70보다 높지만 차체 흔들림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지상고의 불편함도 있다. 노면 상태가 완전하게 평탄하지 않은 곳을 지나칠 때는 S80, V70보다 상하 출렁거림이 큰 편이다. 물론 아주 많이는 아니다. 아무래도 같은 AWD 방식이라도 온로드만을 위한 V70 AWD와 다르게 어느 정도 오프로드 성능을 담아낸 흔적이다.다만 전고가 높은 SUV에 비해선 세단쪽에 가까운 운동성능을 보인다.
분당에서 출발해 무주까지 가는 길은 오로지 고속도로였고, 나름대로 효율을 측정했다. 서울 톨게이트에서 트립 평균연비를 리셋하고, 무주 톨게이트까지 측정해보니 ℓ당 12㎞가 표시됐다. 탑승 인원과 적재된 가방 무게, 그리고 트립에 나타난 평균 시속 106㎞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실제 시속 80~160㎞ 사이의 실용 고속구간 및 주행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도착한 결과다. 같은 구간을 루프박스 없이 달린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마침 무주에 도착하니 눈이 내렸다. 하루를 숙박하고 다음 날 오후 떠날 준비를 하는데 차에 눈이 쌓였다. 하지만 XC70이 어떤 차인가? 그 눈밭에서 굴러다니는 스웨덴 출신이다. 2014년형부터 앞유리 및 스티어링 열선이 추가됐다. 시동을 건 후 2분 정도 앞유리 열선을 작동하고 와이퍼를 이용하니 시야는 쉽게 확보됐다. 예전 같았으면 시동 걸고 공조기 바람을 앞유리에 놓고 기다렸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는 차선이탈 경고장치를 시험했다. 차선이 선명하게 보이면 차선 가까이 타이어가 다가갈 때 경고음을 낸다. 하지만 차선이 약간 흐리면 차선의 반 정도를 넘어가야 경고음이 발생한다.
▲총평 볼보에 장착된 수많은 안전 장치는 말 그대로 운전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만 믿고 운전하면 곤란하다. 안전운전은 기본이고, 안전한 차체는 볼보차의 의무이며, 부가적으로 안전 보조 장치를 추가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볼보차의 철학일 것이다.
요즘 유럽차들은 저마다 프리미엄을 외친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나 력셔리란 단어를 스스로 말하지 않고도 진정한 하이엔드를 보여주는 자동차 회사도 있다. 볼보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지나도 자기만의 영역인 안전철학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스칸디나비안 실용주의와 합리주의를 추구한다. 그래서 단 한번이라도 볼보차를 10년 이상 타보면 왜 볼보를 재구매하는 지 이유를 알게 된다. 대한민국 수입차 시장에서 실용주의와 합리주의란 말을 적용하기는 힘들지만 가족의 안전과 즐거운 생활을 위해선 XC70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경험했으니 말이다.
글/사진 박재용(이화여대 건축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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