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 과장' 잡는 정부 규제 중복

입력 2014년02월2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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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자동차 연비 조사와 공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엇비슷한 규제 정책을 추진해 혼란이 우려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면서 정부가 규제개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최근 강조한 마당에 두 부처가 나란히 연비 조사결과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중복 규제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업계와 소비자를 헷갈리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세종청사에서 가진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올해 자동차 연비 조사를 강화하고 제작사가 신고한 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5% 이상 낮으면 이를 공개하고 과징금도 물린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자동차관리법에 자동차 연비가 기준에 부적합하면 공개하게 돼 있는 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같은 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자동차 연비조사 결과를 적합·부적합 차량 상관없이 수치까지 모두 공표한다는 비슷한 내용이다. 이 법안은 21일 오전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오른다.

 자동차정책 주무부처를 자임하며 자동차 성능·안전기준을 관리하는 국토부는 연구개발 지원 등 산업의 진흥을 담당하는 산업부의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안 통과를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일 "산업부가 똑같은 규제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혀를 찼다.

 국토부와 산업부가 연비 규제에 나서자 자동차 업계는 난감해하고 있다. 두 부처의 발표 내용이 달라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가 혼란에 빠지는 사태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2002년까지 모든 차량의 연비는 국토부가 조사해왔다. 2003년 국토부가 제작자가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기인증제를 도입한 이후에는 2012년까지 국토부는 상용차의 연비만 조사했고 승용차 연비 조사는 산업부가 맡았다. 그러다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으로 파문이 일자 국토부는 지난해 승용차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산업부가 이제까지 제조사의 연비 과장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연비 조사와 튜닝 등 자동차 규제정책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다. 연비 측정 방법을 놓고 이견이 있어 국무조정실이 중재해 통일안을 마련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국토부의 반대에도 법률을 개정하려는 데는 자동차 정책 주도권을 다툴 때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연비 사후관리를 엄격히 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 공개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라면서 "부처 갈등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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