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의 대표 SUV 3008은 독특한 디자인과 인상적인 몸놀림, 뛰어난 연료효율과 정숙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납공간 등 프랑스 특유의 장점을 빠짐없이 갖춘 게 특징이다. 반면 호불호가 갈리는 외관, 수동 기반 변속기 MCP의 울컥거림, 낮은 인지도 등은 한계로 꼽힌다. 그런 3008이 최근 겉모양을 새롭게 꾸며 개성을 살리고 낯선 느낌을 줄였다. 2014년형 푸조 3008 알뤼르 2.0ℓ HDi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페이스 리프트", 말 그대로 얼굴이 싹 바뀌었다. 이전까지 3008은 두툼한 노즈에 커다란 격자형 그릴을 적용했는데, 차체가 커보이는 효과 대신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를 극명하게 갈랐다. 따라서 새 차는 "콧대"를 낮춰 유려하고 익숙한 스타일을 내는 데 주력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기를 줄였다. 또 수평 구조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빨을 드러낸 듯한 공격적인 모양은 사라졌지만 A필러까지 파고드는 헤드 램프의 날카로운 맛은 남겨뒀다. 동시에 램프 아래를 움푹 파내 개성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사자 엠블럼을 감싸던 크롬 장식은 과감히 삭제했다. 대신 각 요소에 번쩍이는 선을 더했다.
전면부의 높이를 낮추고 유려하게 선을 빼면서 조금은 어색했던 차의 거동은 안정적으로 변했다. 뚝 떨어졌던 후면 선은 완만해졌다. 구형의 디자인이 잔뜩 웅크린 고양이를 연상케 했다면 신형은 고양이가 몸을 펴고 달리는 느낌이다.
측면에서의 변화는 17인치 휠을 장착한 점이다. 구형의 비판점이었던 단순한 휠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입체감이 두드러지는 10개의 살이 화려하다.
후면부 변화의 핵심은 램프 디자인이다, 그물코 모양의 표면에서 세로줄을 더한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사자가 발톱으로 할퀸 형상이다. 최근 약화됐던 푸조 디자인 기조 "펠린 룩"을 세련되게 다듬어 강화한 것. 한국 출시를 앞둔 2008과의 디자인 유사성도 발견된다.
실내는 큰 변화가 없다. 운전석에 앉으면 센터페시아부터 콘솔까지 하나의 라인을 그리며 독립감을 살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조작하는 버튼도 토글식으로 구성해 비행기 콕핏 분위기를 잘 살렸다. HUD는 반사 방식이 아닌 별도 유리판을 적용했다. 주행속도와 크루즈 모드, 차간거리 간격 정보 등을 각자 다른 색으로 표시한다. 구형보다 시인성이 좋아졌다.
전반적으로 버튼 배치가 간결해 사용에 불편이 없다. 기어 노브를 마감한 광택제 플라스틱에는 이전에 없던 무늬를 새겨 눈부심을 막았다. 기분 좋은 배려다. 반면 내비게이션은 한 번 조작하려면 큰 맘 먹고 팔을 뻗어야 한다. 그래도 손가락이 간신히 화면에 닿는다. 넓은 센터패널이 원망스러워지는 이유다.
SUV인만큼 공간활용도에 주목하게 된다. 센터콘솔의 용량은 13.5ℓ로, 어지간한 소지품은 다 들어간다. 뒷좌석 발판 밑에는 신발이나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함이 있다. 뒷좌석은 6대4 분할접이식이다.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604ℓ의 짐을 실을 수 있다.
테일게이트는 조개껍질처럼 위아래로 열리는 클램 쉘 방식이다. 아래쪽 문은 최대 200㎏까지 버틸 수 있어 야외활동 시 탁자나 의자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트렁크 바닥 높이는 3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짐의 양에 따라 넣고 꺼내기가 편리하다.
▲성능 시승차는 4기통 2.0ℓ HDi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고 163마력, 최대 34.6㎏·m의 성능을 낸다. 함께 운영하는 1.6ℓ e-HDi 대비 연료효율은 ℓ당 4㎞ 떨어지지만 출력과 토크는 각각 51마력과 7.1㎏·m 높다. 복합 기준 ℓ당 14.1㎞의 연료효율은 전반적으로 푸조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요소다. 2.0ℓ라는 숫자가 주는 안정감 또한 상당히 크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수동 기반 전자제어 변속기 MCP는 연료효율이 높지만 아직 2.0ℓ에는 탑재하지 않는다. MCP는 울컥거리는 변속감이 단점으로 꼽혀 푸조는 2.0ℓ 이상의 엔진에는 지금처럼 일반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1.6ℓ도 준수한 성능이지만 2.0ℓ가 내는 성능은 맛이 다르다. "코너링의 푸조"라는 명성에 걸맞은 날렵한 몸놀림에 넉넉한 힘이 더해져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도심에서나 시외도로에서나 스트레스없이 운전을 즐길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도 1,640㎜의 높이가 부담스럽지 않다. 움직임이 그 만큼 안정적이다. 차체가 높은 SUV는 코너링 시 하체와 차체가 따로 노는 듯한 불안감이 종종 느껴지는데, 3008은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승차감도 나무랄 게 없다. 운동성능과 승차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서스펜션 세팅은 푸조의 전매특허 중 하나다.
푸조는 디젤차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소음억제도 장점중 하나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부근에서는 실내에서 대화를 나누는 일에 거슬림이 없다. 그러나 실내공간이 넓은 만큼 세단 수준의 정숙성은 아니다. 특히 등판길이나 시속 120㎞ 이상에서는 아무래도 목소리가 커진다.
▲총평 지난해 한국시장에 팔린 푸조차의 5분의 1 이상이 3008이었다. 푸조의 주력차종이라는 얘기다. 최근 한국시장에서 SUV의 높은 인기를 감안한다면 3008에 대한 회사의 기대는 더욱 크다. 새 차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외모에서의 거부감을 줄여다. 배기량 2.0ℓ라는 숫자도, 6단 자동변속기의 반응도 낯설지 않다.
신형 3008의 판매가격은 4,340만 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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