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클래스가 2005년 5세대 이후 8년만에 새롭게 태어났다. 벤츠의 기함으로서 품격을 높이고 웅장함을 유지하되, 한층 젊은 감각의 세련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첨단 우주선을 방불케하는 각종 안전·편의 장치를 대거 탑재했다. 여전히 쇼퍼 드리븐을 위한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하지만 운전석에서도 S클래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매료된 소비자가 벌써 1,000명을 넘었다. 멀리서도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S500 롱을 시승했다.
▲디자인 차체가 한결 듬직해졌다. 길이 5,250㎜, 너비 1,900㎜, 높이 1,500㎜, 휠베이스 3,165㎜이며, 공차 중량은 2,170㎏에 이른다. 차는 기존보다 크고 무거워졌지만 분위기는 훨씬 가볍고 역동적이다. 측면 라인이 유선형으로 길게 뻗어나간 까닭인데, 이를 강조하기 위해 측면 유리를 크롬으로 감쌌다. 차체 하단부에도 동일한 소재를 사용해 균형을 이뤘다. 차체를 마주하는 공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타고 넘어갈 듯하다.
전후면 인상은 대담하다. 우선 전면에 S클래스를 상징하는 라디에이터그릴을 널찍하게 그려냈다. 모서리는 크롬으로 마무리하고 중앙에는 전방 카메라를 숨겼다. 헤드램프는 그릴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면서 날렵해지는 형태다. 후면 역시 리어램프의 디자인을 변경하고 트렁크 가운데 카메라를 장착했다. 리어램프는 마치 날개를 연상시키 듯 LED가 빛을 발한다. 신형은 내외관을 통틀어 약 500개의 LED를 장착했으며 일반 전구는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실내는 수평적 디자인으로 안정감을 추구했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어 각종 기기들을 모두 수평으로 배열, 한층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하나로 통합된 듯한 디지털 계기판과 LCD 대형 화면은 시인성이 뛰어나다. 두 화면이 나란히 위치해 각종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LCD 화면에 표시되는 커맨드 시스템은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전화, 인터넷, 자동차 관리 등을 포함한다. 화면은 터치 불가하며 센터페시어와 콘솔 사이에 위치한 장치로 조작할 수 있다. 처음엔 사용이 익숙지 않지만 손에 익으면 터치식보다 훨씬 안정성이 높다고 알려져있다.
스티어링 휠은 나무와 크롬, 가죽 소재를 적절히 배합해 디자인은 물론 그립감을 향상시켰다. 전면에는 전화와 각종 미디어 조절 버튼을 배치했다. 또한 칼럼 부분에는 기어 변속을 위한 시프트 패들과 스티어링 휠의 위치 및 열선을 조작하는 레버를 부착했다. 칼럼에 위치한 시프트 레버는 공간 활용성과 안정성이 높다.
실내 곳곳은 나파(Nappa) 가죽으로 치장했다. 센터 콘솔과 도어 손잡이 등 신체가 닿는 부분에 가죽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촉감을 만족시켰다. 그 중에서도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시트의 착좌감은 단연 최고다. 특히 뒷좌석은 40도 이상 기울어 지는데다 머리받침대와 발받침대까지 적용해 장거리 이동에도 안락함을 제공한다. 또한 보조석 뒷좌석에는 앞시트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을 마련, 레그룸을 최대 9cm까지 늘릴 수 있다. 여기에 컴포트 시트 시스템이 등과 허리를 자극해 피로를 풀어준다. 열선을 이용하면 시트뿐만 아니라 암레스트까지 따뜻하게 쓸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피로하다는 편견을 허물고, 휴식이 가능한 공간을 창출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뒷좌석은 휴식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각종 업무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는 뒤좌석 암레스트에 마련된 전화기 형태의 장치를 통해 가능하다. 이 작은 기계는 전화 및 라디오 등의 기본 기능은 물론 앞좌석 헤드레스트에 위치한 10인치 화면에 DMB와 DVD, USB 기능을 실현한다. 여기에 부메스터 오디오가 더해지면 마치 영화관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도 독립된 4존 자동 에어컨디셔너와 독서등, 앞뒤 개별 조절이 가능한 선루프 등은 쇼퍼 드리븐에 특화된 편의 품목이다.
▲성능 신형은 V8 4.7ℓ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 455마력, 최대 71.4㎏·m의 토크를 발휘한다. 7단 트로닉 플러스 자동변속기를 탑재, ℓ당 복합 효율 8.5㎞(도심 7.2㎞, 고속도로 10.9㎞)를 실현했다. 주행모드는 E(이코노미)와 S(스포츠)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시프트 패들 이용 시 M(수동) 모드로 변경돼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오너 드리븐을 위한 재미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무언의 외침과도 같다.
타보면 점잖은 맹수같다. 건드리지 않으면 8기통 가솔린 엔진이 숨막힐 듯 고요하지만 가동을 시작하면 최고 455마력의 괴력을 뿜어낸다. 주위의 모든 차를 압도하고, 결국에는 가장 앞에 서는 것이 바로 S클래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치의 흔들림이 없다. 시끄러운 소리도 진동도 거의 없으니 창밖을 보지 않으면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길이 없다. 도로 상황에 미리 대응하는 매직바디컨트롤 시스템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룸미러 뒷편에 설치된 스테레오 카메라가 도로 상황을 스캔, 실시간으로 서스펜션의 높이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물론 역동적인 수행을 원한다면 버튼을 눌러 수동 조절도 가능하다.
S(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미세한 엔진음과 진동이 전달된다. 서스펜션도 다소 낮아지고 단단해진다. 달릴 준비를 마친 신형은 고속에서도, 코너링에서도 큼직한 차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가속 페달을 쭉 밀고 나가면 엔진회전수는 6,000rpm을 가볍게 치고 올라간다. 가속을 하는데 막힘이 없어 마치 우주선을 쏘아올린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격정적인 몸놀림에도 운전자는 전혀 불안함이 없다. S클래스는 운전자가 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위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이다. 이미 보편화된 안전 시스템들이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는데 그쳤다면 신형은 스스로 운전자를 보호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예를 들면 운전자가 사각지대 위험 물체가 있거나 차선을 벗어나 주행하면 경고를 하는데 멈추는 것이 아니라 물체를 피하고 차선 가운데로 주행할 수 있게 제어한다. 브레이크 조절도 가능해 예견된 충돌이라면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운전자를 사고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보호하는 것이다.
▲총평 벤츠의 기함인 S클래스를 두고 디자인과 성능을 논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자동차 마니아인 어린 아이부터 정재계 유명 인사까지 벤츠를 아는 모든 이들이 8년을 기다려온 새 얼굴, 새 심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만큼 아름다워졌고,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S클래스의 이름을 7번 다졌고, 정체성은 더욱 뚜렷해졌다. 가격은 1억9,700만원부터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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