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궁금한 차종들이 많았다. 그것은 바로 국산차다. 거의 20년 만에 시승인 듯하다. 처음 접한 차종이 93년 현대차 스쿠프 LS 터보였고, 이후 국산차 경험이 전무했으니 모하비는 그만큼 설렘의 대상이기도 했다.
기아차 모하비는 2008년부터 생산됐다. 이전 마지막 디자인 작업 중에 지금의 현대차그룹 디자인 부문 책임자인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합류해 감성 디자인 일부를 입힌 차종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모하비는 피터 슈라이어의 입김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기아차의 첫 차종인 셈이다. 물론 시간 차이로 많은 의견이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SUV를 접하게 된 때가 93년이다. 당시 국내에서 "SUV"는 "짚차"라는 용어로 많이 불렸다. 그리고 이를 대변하듯 짚(Jeep) 체로키 4.0ℓ 리미티드는 압권이었다. 강력한 성능과 거칠 것 없었던 주행성능은 "짚차"의 대명사로 충분했다. 반면 그 시절 국산차는 쌍용차 코란도와 패밀리, 현대차 갤로퍼가 "짚차", 곧 SUV의 주류를 형성했다.
이번 기아차 모하비는 2008년부터 출시돼 6년이 지난 2014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거쳤다. 5,000만원 대 초기 버전에 비해 현재는 4,500만원 정도로 최고 가격이 형성돼 있다. 경쟁상대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만 비교하면 현대차 베라쿠르즈, 짚 그랜드 체로키,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정도가 될 듯하다. 가격 측면에선 그랜드 체로키가 가장 유력하다. 물론 그랜드 체로키와 비교하면 그보다 더 높은 상위등급으로 올라가기 마련이다.
모하비가 지금 위치에서 국내 판매량 증가를 바란다면 5,000만원이라는 큰 돈에 대한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그랜드 체로키 이상의 차와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공을 들여야 할 제품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에쿠스, 기아차가 K9을 개발할 때처럼 모하비에 신경을 쓴다면 분명 멋진 SUV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승에 사용된 모하비는 KV300 4WD에 내비게이션 옵션이 추가된 말 그대로 풀옵션이다. 출시된 지 6년이 지난 모하비가 어떤 만족감을 주고,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어떤 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디자인 모하비는 전통적인 4WD의 2박스 스타일이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2박스 4WD의 묘미는 역시나 수평적으로 뻗어있는 후드라인이다. 짚 체로키, 랭글러,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벤츠 G바겐 등 전통적인 2박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인이다.
전면부는 라디에이터 그릴 기준으로 헤드램프와 범퍼, 범퍼 아래 몰딩으로 구성됐다. 이전 차종은 헤드램프 워셔가 장착됐지만 지금은 삭제된 듯하다. 헤드램프는 일반적인 HID가 장착됐고, 요즘 흔하게 사용하는 주간 주행등 및 액티브 밴딩 라이트는 적용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출시된 지 오래된 차종이라 다음에 출시되는 모하비 후속은 많은 장비들이 탑재돼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헤드램프에서 이어지는 옆면 라인은 강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휀더 옆으로 넓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용된 보호 몰딩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보다 넓은 면적이면 좋았을 것 같다.
운전석쪽으로 이어지면서 발수코팅이 추가된 1열 창문과 2열부터 마련된 프라이버시 글래스가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특히나 아이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된다.
1열과 2열 아래에는 발판이 있다. 실제로 이 발판은 옵션으로 마련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승하차시 편한 것은 이해되지만 크게 발판까지 밟아가면서 승차할 필요의 높이는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3열은 유리창 아래 라인이 약간 위쪽으로 각도가 발생하면서 올라간다.
옆면에서 후면으로 돌아서면 깎아지른 것 같은 트렁크가 나타난다. 리어 브레이크 램프는 LED를 사용했고, 나머지는 전구 방식이다. 초창기는 트렁크 도어 아래 범퍼 윗부분에 크롬이 들어간 제품이 있었다. 당시 왜 크롬을 사용했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지금은 실용성이 있는 우레탄 방식의 범퍼 보호 패드로 대체됐다.
트렁크 도어는 아쉽게도 전동 열림/닫힘 기능이 삭제됐다. 대신 전동 잠김 기능은 들어가 있다. 아무래도 높은 가격이 부담됐고, 출시된 지 오래된 차종이라 몇몇 기능의 배제를 이용해 가격을 4,500만원으로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상품변경은 많은 고민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전반적인 외형은 정통 4WD SUV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 터프하고 어지간한 물구덩이와 험한 산길은 헤치고 나갈 듯한 인상을 준다.
휠은 18인치이며, 브레이크 디스크는 사이즈가 큰 편이다. 아쉬운 부분은 덩치를 감안할 때 2피스톤 캘리퍼는 4피스톤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한다.
내부는 단조롭다. 차문의 잠김 해제를 실행하면 손잡이와 외부미러에서 웰컴 라이팅 기능이 작동한다. LED 사용으로 밝은 불빛이 첫 방문을 환영한다. 풀옵션이어서 어지간한 버튼이 빈자리 없이 차지한다. 도어쪽에는 시트 메모리 및 유리창 제어 버튼이 자리잡았고, 도어 포켓은 크기에서 여유가 있어 여행 시 많은 것을 놓아 둘 수 있다. 특히 1회용 500mℓ 생수병 위치로는 딱 좋은 위치이다.
운전석 쪽은 4WD 전환스위치와 내리막 속도제한장치, 핸들열선, 차고 높이 조절버튼 등이 있다. 대시보드를 살펴보면 계기판에는 속도, 주유량, 수온, 엔진회전수를 나타내는 게이지가 있다. 하지만 수온계와 주유량 게이지는 통일성이 없다. 수온계는 디지털, 주유량 게이지는 아날로그 방식인데, 아마도 디자인 상의 이유로 추측된다. 그 외에 지금은 뒤떨어지지만 동그랗고 작은 LCD 표시창에서 정보도 보여준다.
센터페시어 부분에서 상단에는 온보드 모니터가 존재한다.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을 제어할 수 있고, 그 아래는 공조장치가 있다. 처음에는 좀 익숙하지 않았지만 차츰 적응되니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시계와 외부 및 실내온도, 공조방향 등이 한줄에 표시돼 처음에는 많이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센터페시어 하단은 시트 열선과 통풍기능, USB잭과 기어레버가 존재하고 큰 컵홀더가 자리잡고 있다. 거기에 센터콘솔은 크기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크고, 공조기 냉온기를 송풍시킬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뒷좌석은 3열을 고려해 슬라이딩 기능이 있고, 각도는 크지 않지만 등받이 각도조절 기능도 있다. 뒷좌석 승객의 장거리 운행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이번 시승에선 트렁크 3열 좌석을 격납시켜 5인승 위주로 시승했다. 트렁크 공간은 운동 장비를 포함한 큰 가방 2개는 쉽게 넣을 수 있고, 길이가 긴 하키스틱은 역시나 대각선 방향으로 넣었다.
▲성능 및 승차감 일단 모하비 디자인은 상당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전통적이면서 강인한 4륜 SUV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 주행을 하기 위해 약 350㎞ 거리를 고려했다. 250㎞는 춘천 체육시설까지 고속도로, 약 100㎞는 서울 시내에서 출발해 분당 체육시설까지 도심 고속화도로를 주행하는 경로를 선택했다.
6기통 3.0ℓ 디젤엔진의 정숙성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6기통 디젤엔진을 좋아하는 편인데, 직렬이든 V형이든 상관없이 그 부드러움이 참 좋게 느껴진다. 국산차 6기통 디젤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시승차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제품이다. 먼저 노면 상태가 좋지 않고 과속방지턱이 많은 도로를 지났다. 이 곳을 지나칠 때마다 차의 특성이 나타난다. 모하비의 노면 충격흡수력은 준수하다. 비슷한 경쟁 구도에 있는 제품과 비교해도 느낌이 좋다. 2008년 처음 출시됐을 때 이 정도였다면 다음 세대 모하비는 더 좋을 듯하다.
보다 속도를 내어 달렸다. 유럽차에 익숙해서인지 미국차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잠시 놀란다. 너무 부드럽다. 모하비의 주 타깃이 제아무리 북미라 해도 부드러움은 지나친 편이 아닌가 한다. 물론 개발자 의도가 있어 판단이 틀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부드러움은 생각 그 이상이다.
고속도로 입구에서 주행거리계를 세팅하고, 페달을 비교적 세게 밟았다. 적정 속도를 유지하고 달리면 편안하다. 그러나 속도를 높이면 부드러운 승차감에 반해 롤링이 발생한다. 그래서 시속 80~140㎞ 사이의 속도변화를 주면서 경쾌하게 달렸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트립 평균연료소모량은 ℓ당 10.4㎞로 도출됐다.
다음 날에는 시내 구간과 고속화도로 구간을 복합적으로 달려봤다. 이 경우 평균 연료소모량이 9.4㎞/ℓ로 기록됐다.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효율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속도에 따른 변속 엔진회전수가 비교적 큰 탓이다. 일부 경쟁차종의 ZF 8단 변속기는 시속 100㎞ 엔진회전수가 약 1,200rpm 정도지만 모하비 8단의 경우 1,500rpm 정도다.
브레이크는 실용영역 속도에서 기대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속에서 연속 제동 상황이 발생하면 신뢰성은 조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늘 이렇게 주행하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동력성능보다 더 뛰어나야 할 것이 브레이크가 아닐까 한다.
▲총평
개인적으로 자동차를 선택할 때는 실용성과 기본기를 보는 편이다. 기본기에는 자동차의 전통적 장치인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 서스펜션이 가장 큰 작용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모하비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가진 4WD SUV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서스페션과 브레이크 성능은 보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실용구간에선 전혀 문제가 없어도 그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갈 수 있어서다.

시승/박재용 박사(이화여대 건축공학과)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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