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효율을 높이는 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동차회사마다 "고효율"을 외쳐대니 그럴 만도 하다. 효율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된다. 먼저 경제적인 면이다. 외형상 기름 값이 안정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기름 값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고, 가파르게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니 자동차에 기름을 넣어야 하는 소비자에게 고효율은 당근과도 같다. 또 다른 측면은 환경이다. 어쨌든 고효율은 기름을 적게 쓰는 것이고, 이는 곧 탄소사용량을 줄인다는 의미다. 탄소를 적게 태우면 배출되는 각종 탄소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효율은 끝없이 추진될 수밖에 없고, 또 해야만 하는 기술 과제인 셈이다. 벤츠가 2,143㏄ 디젤 엔진에 연료를 전혀 쓰지 않아도 되는 20㎾ 전기 동력을 자동차에 적용한 배경이다.
▲디자인 E클래스 디자인이 젊어졌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풀 LED 헤드램프가 그렇고, 굵직한 2선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 자리한 커다란 삼각별 벤츠 엠블렘이 지루함을 덜어냈다. 특히 앞모습에서부터 곡선을 많이 사용, 선(線) 분할에 따른 면(面)을 부각시켜 입체감을 살린 점은 보수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덕분에 E클래스는 신형이 나오자마자 인기를 끌어 경쟁차종인 BMW 5시리즈 판매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E클래스는 모두 4,494대가 판매된 반면 5시리즈는 4,154대에 머물렀다. 한 때 보수적 디자인의 상징으로 평가받았던 벤츠였지만 지금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시장에서 입증된 셈이다.
측면은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의 모습이다. 짧은 오버행으로 단단함을 강조하면서 앞은 아래를 향하되 뒤로 갈수록 치켜 오른다. 흔히 말하는 "롱(Long) 노즈(nose), 하이 데크(High deck)" 스타일이다. 더불어 앞뒤 도어 핸들에 맞춰 흐르는 캐릭터 라인이 추가적인 역동을 강조하고 있다.
뒷모습은 간결하다. 가급적 넓어 보이도록 일체형 범퍼를 활용했고, 리어램프도 안에서 바깥으로 갈수록 조금씩 넓어지는 형상이어서 시각의 확장성을 가져온다. 또한 "블루텍 하이브리드(BLUETEC HYBRID)"라는 글자를 통해 다른 E클래스와의 차별성을 드러낸다. 이외 트윈 머플러 역시 가급적 좌우 끝에 위치해 평면 효과를 극대화 했다.
인테리어는 직관적이다. 여기서 "직관(直觀)"이라 함은 기교보다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들었다는 의미다. 가죽 스티어링 휠은 촉감을 만족시키고, 그 너머 계기판은 하이브리드임을 알 수 있도록 전력계가 추가됐다. 사용하는 동력이 엔진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모터에서 시작됐는지 알 수 있도록 에너지흐름도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센터페시어는 비교적 좌우로 넓게 포진했는데, 이 경우 각종 버튼의 크기를 키울 수 있어 조작이 편리하다.
스티어링 칼럼 시프트 방식이어서 센터페시어에서 센터콘솔에 이르는 공간은 수납함으로 활용된다. 우드그레인 재질의 커버를 덮으면 깔끔해지고, 그 뒤로 넓은 센터콘솔이 자리했다. 콘솔이 깊어 많은 물건을 놔둘 수 있는 것은 유용성 측면에서 반길 만하다. 시트는 엉덩이를 잘 받쳐주며, 도어 패널에 위치한 스위치로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냉난방 기능이 들어 있어 계절에 따른 활용도를 높였다. 정속주행 기능 스위치도 스티어링 휠 뒤에 있다. 이처럼 스티어링 휠 뒷 공간을 적극 이용하는 것은 벤츠 인테리어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성능 및 승차감시동 버튼을 누르면 전력이 공급된다. 물론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 충전량이 일정 이하일 경우 엔진이 작동하지만 하이브리드의 최대 장점인 고효율을 누리려면 가속페달을 지긋하게 밟아야 한다. 그래야 전력이 움직임을 홀로 견뎌낸다. 시속 40㎞까지 매우 천천히 가속하면 전력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조금만 가속을 높이면 엔진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렇게 보면 하이브리드지만 전기모터 역할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최대 204마력에 달하는 4기통 2,143㏄ 디젤 엔진의 기본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51㎏.m에 달하는 최대 토크가 1,600rpm부터 시작된다. 통상 비교되는 다른 디젤 엔진의 최대 토크 발휘 시점이 1,700rpm 정도에 맞춰져 있는 것보다 낮다. 가속 초기부터 최대 토크를 배출해 불필요한 연료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최대토크가 나올 때 운전자가 가속하면 전기모터가 함께 작동해 연료의 추가 소모를 막는다. 한 마디로 고효율 디젤의 최대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기모터가 보조됐다는 의미다.
덕분에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때 주행 가능거리는 무려 1,200㎞가 넘게 표시된다. 80ℓ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복합기준 ℓ당 17.2㎞를 단순 대입하면 주행 가능 거리는 1,376㎞에 달한다. 물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1,200㎞ 이상이 표시되는 점은 고효율 디젤에 또 다른 고효율 하이브리드의 강점이 아닐 수 없다.
주행 중 가속이 더디거나 필요할 때 뒷받침되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특히 주행 모드를 "스포트(S)"에 맞추면 서스펜션과 기어비가 달라지며 강력한 스포츠 세단으로 돌변한다. 하이브리드여서 평소에는 "에코(E)" 모드로 효율을 높이지만 넓은 도로가 나올 때는 어김없이 "스포트"로 바꿨다. 순간 운동성능도 극대화된다.
속도를 높여 코너링을 시도해도 불안감이 없다. 전자적인 제어 능력 확대가 분명 일조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코너링 때 원심력을 받쳐주는 힘이 탁월하다. 흔히 코너링이 좋다는 말을 아낌없이 적용해도 될 수준이다.
고속이나 강력한 성능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물론 에코 모드를 유지하면 된다. 이 때 고속도로 효율은 공식적으로 ℓ당 19.5㎞지만 그 이상의 효율도 거뜬하다. 게다가 승차감이 부드럽고, 유럽차답게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도 어렵지 않게 돌릴 수 있다.
▲총평 현재 하이브리드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먼저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 역할이 상당히 커지며 주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시속 100㎞ 정속 주행 때도 전기모터가 엔진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단점으로 꼽히는 고속도로 효율을 높여가는 중이다.
반면 디젤 하이브리드는 뒤늦게 등장한 만큼 아직은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보조일 뿐이다. 하지만 디젤 자체의 효율이 가솔린 대비 높다는 점에서 보조만으로도 고효율 효과는 극대화 된다. 디젤엔진도 충분한데 전기모터까지 더했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이른바 "고효율+고효율"로 중형 디젤 세단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물론 E클래스에 적용된 각종 편의 기능은 넘쳐난다. 아방가르드 트림에 들어간 것은 모두 있다. 뒷좌석 열선도 있고, 하이패스 기능이 추가된 룸미러, 키를 꺼내지 않고 지닌 것으로도 문을 여닫을 수 있는 "키레스-고(Keyless-GO)" 기능도 있다.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은 새로 바뀐 도로명 주소도 지원하며,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중 최초로 도입한 긴급 경보 방송 시스템(Emergency Warning System)도 있다. 이밖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및 안전장치도 충분하다. 이런 부분은 제조사 홈페이지 또는 카다로그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8,110만원은 고효율 하이브리드 디젤을 얻을 수 있는 가격이다. 가격에 대한 판단은 구매자의 몫으로 남겨두되 적어도 제품력만을 고려한다면 E300 블루텍 하이브리드는 E클래스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 E클래스의 탄탄한 제품력에 고효율의 정직함이 더해졌으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그 남자의 시승]기아차 모하비, 부드러움은 장점이자 단점▶ [시승]또 하나의 주력, 폭스바겐 e골프▶ [시승]자연과 친한 차, 토요타 프리우스▶ [시승]7번 쌓인 플래그십의 명성, 벤츠 S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