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그들은 왜 판매량을 숨기는가?(6일)

입력 2014년05월0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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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는 고가품으로 대표적인 내구재이기 때문에 경기상황에 민감하다. 따라서 자동차 등록 대수 추이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등록 현황을 발표하는 이유다. 그러나 페라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국내에서 공식 활동을 하고 있는 고가의 슈퍼카들은 대부분 국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다.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데 이 슈퍼카들의 판매량은 전혀 필요치 않아서일까.


 국산 5사의 경우 매월 판매 실적을 발표한다. 또 이들이 모여 만든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매월 중순 경 항목별 통계를 공개한다. 수입차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공식적인 통계 창구다. 매월 신규 등록량과 함께 각종 정보를 전한다. 다만 협회 회원사에만 한하기 때문에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페라리(이하 FMK), 마세라티, 람보르기니(참존)의 판매량은 여전히 알 수 없다. *괄호 안은 수입사

 국토부에서도 슈퍼카 등록 자료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국토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발표된 운행차량 제작사별 등록대수를 발표했는데, 해당 자료에 따르면 페라리와 마세라티, 람보르기니의 국내 등록 대수는 각각 482대, 473대, 175대다. 여기엔 신규 등록 뿐 아니라 병행 수입이나 중고차 등록이 포함됐다.

 연도별이나 월별 등록 자료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토부가 등록 자료를 보고받는 국내 제작사 수는 약 4,000개일 정도로 숫자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병행 수입, 이삿짐, 정식 수입사 등 모든 수입 주체가 속한다. 따라서 매월 정리해 발표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 등록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사무관과 주무관, 단 두 명이다. "자동차 등록 현황은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라는 말이 무색한 순간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등록량을 년 단위로 묶어 발표할 계획이어서 위안이 된다. 보다 정확한 등록 자료 열람은 물론이고, 통계가 쌓이면 여러 비교도 가능하다.


 슈퍼카 회사들이 판매량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 수입사는 판매량을 발표할 수 없다는 "본사 정책" 때문인 것. 앵무새처럼 반복해 강조하는 해명의 "만능열쇠"와도 같은 말이다. 판매 대수는 수입사 임의대로 발표할 수 없으며, 대략적인 표현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주요 소비자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도 항간에 떠돈다. 제품 자체가 워낙 고가인 까닭에 판매 대수가 수입사를 통해 나올 경우 소비자 신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이에 대한 위험부담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일반인과 슈퍼카 소비자 간 신분의 경계를 만드는 것 같아서다. "자본주의=계급사회"라는 위화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연초마다 반복되는 사상 최대 실적, 사상 최고 성장 등의 미사여구는 그만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국내 판매량 밝히기는 꺼려하면서 글로벌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야말로 공염불(空念佛)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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