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한국에서 캐딜락처럼 고생한 브랜드는 없었다. 판매는 부진을 거듭했고, 영업망은 무너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눈과 마음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나 캐딜락은 와신상담했다. 새 성장전략을 세우고 차근차근 재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국지엠과의 연계도 강화했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의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3세대 CTS는 캐딜락의 새 성장전략 중심에 있는 차다. 국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중형 세단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2세대보다 커진 내외관, 각종 편의장치, 높은 성능 등이 그런 예상의 근거다.
▲스타일 캐딜락의 정체성인 "아트 앤 사이언스" 기조는 더욱 농익은 형태로 발전했다. 직선을 최대한 강조한 디자인으로, 기존 디자인이 마치 날카로운 칼만 연상시켰다면 신형 CTS는 웅장함을 함께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CTS를 출시하면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과감한 럭셔리"와 어울린다.
앞모양은 크롬으로 과감하게 마감했다. 고급스러움을 내보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그릴이 눈에 들어오는데, 방패무늬를 더욱 강조했고, 엠블럼 역시 시원한 크기로 들어갔다. 엠블럼 크기를 키우는 건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고급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헤드 램프는 측면에서 봤을 때 "ㄱ"자 모양이다. 구형 역시 비슷한 형태이지만 신형은 더욱 세련된 무늬로 발전했다. 가장자리에 위치한 LED등은 아래의 주간주행등과 연결돼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주간주행등 위치에 함께 적용한 공기흡입구는 고성능차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측면은 대담하다. 헤드 램프에서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굵은 선과 앞펜더에서 역시 리어 램프로 가는 또 하나의 굵은 선은 CTS의 고급차 성격과 쿠페 스타일을 잘 나타낸다. 측면 유리창 역시 고급스러움을 위해 둘레를 크롬으로 둘렀으며, 손잡이에도 크롬을 썼다. 뒤로 갈수록 엉덩이가 들어올려지고 지붕은 내려가는 쿠페 디자인을 가미했다. 구형에서도 볼 수 있었던 비율이다.
단순했던 과거의 뒷면 디자인은 보다 발전했다. 가장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트렁크 중앙의 크롬 바다. 바로 위 캐딜락 엠블럼과 함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리어 램프는 "I" 형태로 들어갔는데, 구형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시인성을 높였다. 가장 아래 양쪽으로 들어간 사각형의 머플러 역시 인상적이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첨단"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센터페시아,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내장 전반에 고광택 블랙패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센터페시아 버튼들을 없애고 터치 패널을 넣었다. 크롬 마감 역시 잊지 않았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등에는 카본파이버 패널을 택했다. 단순 스티커가 아니라 진짜 카본파이버다.
센터페시아 터치 패드는 조작이 쉽지 않다. 일부 기능은 작동이 약간 더디다는 느낌도 받았다. 특히 비상등 스위치는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3초나 터치하고 있어야 하는 건 문제다. 돌발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계기판은 디지털화해 깔끔한 인상을 준다.
전반적으로 실내 거주성은 훌륭하다. 구형보다 커진 덕분이다. 기존 제품은 경쟁차인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에 비해 작다는 지적이 많았고, 캐딜락은 이를 감안해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거주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뒷좌석 등받이가 조금 불편하다. 트렁크 공간과 쿠페 디자인의 대가로 보인다.
▲성능 신형 CTS는 2.0ℓ 가솔린 터보만 얹었다. 미국에는 3.6ℓ가 있으나 한국은 2.0ℓ 터보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경험하면 이 같은 판단은 일단 성공적이다. 최고 276마력, 최대 40.7㎏·m를 낸다.
차를 움직였다. 전형적인 미국차 감성이다. 즉각적이기보다 묵직한 느낌이다. 누군가는 반응이 더디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는 제품 성향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 아닐까. 모든 브랜드가 즉각적인 반응을 내기 위해 차를 만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가속도 나쁘지 않다.
달리면 달릴수록 숫자의 힘은 증명된다. 실제로도 경쟁차 대비 우수한 성능이 강점으로 꼽힌다. 같은 2.0ℓ급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벤츠 E200의 경우 최고출력이 184마력으로 CTS보다 약 90마력 낮다. E200의 최대토크는 30.6㎏·m로 역시 CTS보다 10.0㎏·m 이상 적다. CTS의 성능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성능으로 CTS를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엔진 힘이 바퀴로 전달되는 느낌도 좋다. 안정감있게 속도를 높인다. 날카로운 가속은 아니지만 미국차 특유의 두터운 반응이다. 고속으로 오를수록 차체 안정감은 더욱 좋아진다. 직선도로가 많고 장거리 운행이 잦은 미국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 승차감도 매우 부드러운 편이다. 도로의 굴곡 정도는 거의 흔들림없이 지나간다. 전반적으로 안락하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갑자기 야수 본능이 튀어나온다. 엔진음이 급격히 오르며 속도를 재촉한다. 하체 역시 단단하게 바뀐다. 즉각적인 가속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기우다. 터보 엔진의 힘 차이를 확실한 움직임으로 설명한다.
곡선을 지나는 감성은 매우 안정적이다. 급격한 코너링은 경험하지 못했으나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크게 불만이 생기지 않을 능력이다. 제동력은 우수하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한 덕분이다.
▲총평 캐딜락을 비롯한 미국차들은 "내수용"이라는 딱지를 떼기 어려웠다. 거대 미국시장 내 소비자 취향에만 맞추면 판매는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어 다른 나라 문화는 신경쓰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미국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미국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자동차시장은 끊임없이 변했다. 중국이 황금시장으로 떠올랐고 미국시장은 발전이 더뎠다. 게다가 유럽차는 미국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반면 미국차들은 유럽에서 그렇지 못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차 인기는 과거에 비해 높지 않다.
이런 변화를 캐딜락 역시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새 제품을 발표하고 성장계획을 세웠다. 세계 어디서든 인정받을 제품력을 내기 위해 머리를 싸맸고, 첫 결과물이 ATS였다. 그러나 ATS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미국차라는 약점과 함께 시장 자체가 너무 작았다.
CTS는 여러모로 캐딜락 부활을 이끌 수 있는 차로 평가받는다. 한국 수입차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형 세단인 데다 구형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제품력으로 돌아와서다. 가솔린 엔진만을 있는 게 아쉽지만 반대로 가솔린을 원하는 소비자도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GM코리이가 CTS에 거는 기대도 남달라 쉐보레 전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극단적인 영업방침도 확정했다. 과연 CTS는 캐딜락 부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판매가격은 럭셔리 5,450만 원, 프리미엄 6,250만원, 프리미엄 AWD(상시 사륜구동) 6,900만 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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