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순수 전기로만 구동하는 EV가 있다. BMW i3, 르노삼성 SM3 Z.E. 기아차 쏘울 EV, 쉐보레 스파크 EV 등이다. 전기로만 움직여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단점이다. 그래서 도심용으로 불린다.
두 번째는 내연기관과 전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다. 하이브리드카는 필요한 전기를 어디서 얻느냐에 따라 일반 하이브리드카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로 세분화한다. 일반 하이브리드카는 엔진이 전기를 충전해 필요할 때 사용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기본적으로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충전하고, 이 전기를 다 쓰면 다시 엔진이 구동에 관여하며 전기를 만들어 동력으로 이용한다.
세 번째가 주행거리연장 전기차다. 내연기관은 발전기일 뿐 구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물론 플러그를 통해 충전한 전기를 단독으로 일부 활용한다.
네 번째가 수소전기차다. 수소를 반응시켜 얻은 전기로 구동한다.
이 가운데 아우디가 먼저 선보인 전기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다. 여전히 충전망이 많지 않고, 전기로만 구동할 경우 장거리 운행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도심과 장거리에 최적화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했다.
가정용 전원으로 3시간 정도 충전하면 전기로만 최대 50㎞를 갈 수 있고,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전기를 만들어 주행 때 다시 활용하는 방식이다. 유럽 기준으로 ℓ당 66.7㎞의 효율은 동력에 관여하는 전기의 역할을 최대한 늘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우디의 최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A3 스포트백에 적용했다. 아우디는 내연기관 외에 전기동력을 추가한 모든 차에 "e-트론"이라는 차명을 붙인다. e-트론은 순수 EV, PHEV,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기차 등을 망라한다. 조금이라도 전기가 동력에 관여하면 모두 e-트론인 셈이다. A3 스포트백 e-트론을 오스트리아 빈 일대에서 시승했다.
▲디자인 A3 스포트백과 같다.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의 엠블럼 뒤에 숨긴 충전 콘센트를 찾지 못한다면 PHEV라는 사실을 알기도 어렵다. 측면과 후면에 부착한 "e-트론"이라는 글자가 전기차임을 알릴 뿐이다.
실내도 A3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 굳이 찾자면 계기판에 "e-트론"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엔진회전계를 대신하는 e-트론 계기판을 아우디는 "파워미터"로 부른다. 전력효율과 파워 그리고 충전 여부를 표시한다. 배터리 잔량도 함께 보여줘 운전자가 어떤 구동 모드를 택할지 판단케 해준다. 물론 충전한 전기를 모두 쓰면 EV에서 하이브리드 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내비게이션 단말기가 수납형으로 자리하고, 그 아래 각종 스위치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조절이 가능하되 이외는 모두 통합 조절 기능인 MMI 시스템에 넣어 작동시킬 수 있도록 했다.
▲성능 및 승차감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의 가솔린 1.4ℓ TFSI를 얹으며, 전기모터는 75㎾의 출력을 낸다. 배터리는 8.8㎾/h의 용량이어서 일반 전기로 2시간 정도면 완충한다. 전기모터와 엔진의 최고출력을 동시에 활용하면 204마력까지 올라간다. 최고시속은 222㎞, 0→100㎞/h 가속시간은 7.6초다. 전기 모드에서 최고시속은 130㎞로 제한했다.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를 쓰는 만큼 최고시속을 굳이 높일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시승은 시내와 교외 그리고 다시 도심으로 들어오는 83㎞ 구간에서 진행했다. PHEV의 경우 도심과 교외를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는 차라는 점을 감안한 코스라는 게 아우디측 설명이다.
출발을 위한 동력은 전기다. 엔진은 작동하지 않아 조용할 뿐이다. 계기판에 들어오는 각종 정보표시가 출발준비를 알리지만 숨어 있던 내비게이션이 대시보드로 올라오는 것으로도 전기가 공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내주행에선 전기 모드만 썼다. 신호에 자주 걸리는 도심에서 전기 구동이 적절하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출발할 때, 언덕을 오를 때, 가속할 때 가장 많은 연료를 쓴다. 따라서 짧은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의 경우 전기로 구동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A3 스포트백 e-트론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기로만 시내 주행이 충분하다. 그러니 정숙성은 당연히 뛰어나다. 더구나 흡차음재를 많이 사용한 덕분에 노면 및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도심을 빠져나왔지만 전기가 남아 있어 EV 모드를 유지했다. 전기는 일반적으로 모터에 공급하는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돼 오히려 가속감이 좋다. 한적한 교외도로의 언덕을 치고오를 때 전혀 어려움이 없다. 출발부터 전기모터에서 33.6㎏·m의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오니 가속은 경쾌하다. 시프트 레버를 옮기면 브레이크 회생 에너지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다. 물론 이 때는 탄력 운전거리가 줄어든다.
충전한 전기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 "하이브리드 오토"를 선택했다. 내연기관과 전기 모드가 자동으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카와 같다. 1,600~3,500rpm에서 25.5㎏·m의 최대토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1.4ℓ 엔진이 작동하며 필요할 때 전기모터 동력과 결합해 가파른 언덕길도 거침없이 오른다.
물론 하이브리드 기능은 잠그고 엔진으로만 달릴 수도 있고,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 동력을 더 많이 쓰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차지를 택할 수도 있다. 뒤늦게 PHEV시장에 뛰어든 아우디가 내놓은 이른바 기능적 아이디어다. 운전자가 스스로 필요한 동력을 고르도록 한 것.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PHEV를 위해 특별히 고안했다. 기본적으로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MQB 플랫폼을 활용해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데, 전기모터와 엔진 동력을 적절히 배합해 변속이 부드럽다. 주행중 변속충격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차이는 분명하다. 순수 EV 모드에서 하이브리드 오토를 선택하면 가속할 때 엔진과 전기가 함께 동력을 발휘한다. 교외에서 정속주행을 할 때는 엔진으로만 달려도 충분하고, 도심 진입을 앞두고 있을 때는 배터리 충전 모드를 활용하면 단시간 내 충전된다. 충전한 전기는 도심에서 또 다시 유용하게 활용함으로써 연료소모를 줄여준다.
아우디의 고유 기능인 드라이브 셀렉트는 운동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컴포트에서 다이내믹으로 바꾸면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역동적인 가속이 이뤄진다. 그러나 시승에선 효율 향상 위주의 운행을 한 덕에 83㎞를 달린 후 "e-트론" 주행효과를 확인하니 배출가스를 77% 줄였다고 표시한다. A3 대비 늘어난 200㎏ 정도의 무게는 전기 모드로 충분히 극복 가능해 연료효율에 별다른 부담을 주지 않는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충전 시스템은 그래픽 디스플레이가 있는 컨트롤 유닛, 케이블 1개 그리고 각 나라에 맞는 가정 및 산업용 플러그가 있는 파워케이블 2개다. 가정에서 충전할 때는 기본품목인 벽걸이용 충전기, 이른바 "월박스"를 설치할 수도 있다. 월박스를 이용하면 완충에 2시간이 걸린다.
편의 및 안전품목도 적지 않다. 18인치 휠, LED 헤드 램프, 7개의 에어백, 파노라마 선루프, 뱅앤울릅슨 사운드 시스템, 7인치 모니터를 갖췄다. 아우디 커넥트 시스템은 WLAN 핫스팟을 이용해 최대 8개의 모바일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필요한 레이더는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의 아우디 엠블럼 아래에 있다. 차선이탈을 방지하는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와 충돌 직전 탑승자를 예방하는 "아우디 프리 센스 베이직" 기능도 적용했다.
▲총평
A3 스포트백 e-트론은 유럽에서 3만7,900유로에 판매한다. 한화로 약 5,239만 원이다. PHEV 기능이 없는 A3와 비교하면 1,000만 원 이상 비싸지만 ℓ당 66㎞의 효율은 엄청난 장점이다. 게다가 충전기를 굳이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있으면 충전하고, 없으면 그냥 주행하면 된다. 물론 플러그로 전기를 충전하면 그 만큼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다. BMW가 순수 전기차 i3를 도심용으로 내놓고, 장거리를 달릴 때는 일반 내연기관차를 저렴하게 렌트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다르다. 아우디는 전기 역할을 조금 줄이는 대신 불편함이 없는 주행을 택한 것이다.
A3 스포트백 e-트론은 미국,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 외에 한국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5,300만 원의 가격이 국내에서 얼마로 바뀔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을 보는 건 PHEV의 친환경차 구분이다. 전기로 최장 50㎞를 갈 수 있어 EV이지만 하이브리드 주행도 가능해 하이브리드카에 포함할 수도 있어서다. 국내에서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구분은 보조금만 2,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나 자동차회사로선 매우 중요한 구분이다.
아우디는 A3 스포트백 e-트론의 가격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유럽에선 보조금없이 판매하고 있어서다. 실제 보조금으로 유지하는 전기차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 셈이다. 제조사가 각 나라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기대면 그 만큼 보급주도권을 정부가 쥐게 되고, 이는 해당 국가의 재정상황에 명운을 맡겨야 한다. 시승회에서 만난 아우디 제품매니저 또한 보조금정책은 친환경차 개발의 지속성을 방해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보조금없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비엔나(오스트리아)=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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