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진화한 해치백. 푸조 308

입력 2014년07월0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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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해치백의 무덤으로 불린다. 그 만큼 안팔린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호평받은 차라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푸조는 새로운 308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그 만큼 상품성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 신형 308은 "환골탈태"했는데, 뼈대부터 헤드 램프까지 모두 달라졌다.

 주위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선 덕분에 프랑스 특유의 고집스러움이 사라졌다. 실내 마감재는 "고급"을 지향한다. 다양한 편의안전품목은 새 차의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린 변화의 핵심이다. 운전의 즐거움 역시 강화했다. 제품 슬로건은 "동급 최고"로, 푸조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푸조 308 펠린을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해치백 특유의 역동성과 젊은 감각을 잘 살렸다. 차의 크기는 길이 4,255㎜, 너비 1,805㎜, 높이 1,470㎜, 휠베이스 2,620㎜로 아담하다. 구형보다 길이는 20㎜ 짧지만 높이는 30㎜ 낮고 너비는 10㎜ 넓어졌다. 와이드&로의 설계를 적용한 것. 수치 상으론 작은 차이라도 몸매는 야무지다. 

 앞인상은 강렬하다. 가장 먼저 눈이 가는 쪽은 헤드 램프다. 화려한 눈썹을 가진 전조등은 62개의 LED로 구성했다. LED는 시인성이 좋고 눈의 피로도가 적은 데다 전력소모량도 낮지만 일반 전구보다 비싸다. 그래서 고급화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으로 감쌌다. 역시 있어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범퍼 아래 커다란 공기흡입구는 308의 달리기 성능을 짐작케 한다.

 옆모양은 유려하면서도 역동적이다. 보닛부터 C필러까지 이르는 선이 단단하면서도 힘차다. 울퉁불퉁한 근육질은 아니지만 알토란같이 실하다. 낮은 차체도 그렇거니와 앞뒤 오버행의 비례가 좋아 안정감이 일품이다. 구형의 디자인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었다면 지금은 정돈된 모습이다. 17인치 휠의 크기와 디자인도 만족스럽다.

 뒷모양은 해치백 특유의 풍성함을 갖췄다.특히 다양한 곡선을 많이 적용해 브랜드 특유의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리어 램프는 푸조 특유의 펠린룩을 강조했다. 사자가 햘퀸 자국을 디자인에 담았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디테일로 프랑스 감성을 살렸다.

 실내는 디자인, 기능성, 소재 등 모든 걸 업그레이드했다. 버킷 시트는 등과 엉덩이가 닿는 부분을 알칸타라로 처리했다. 고급차에서나 보던 마감재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콕핏" 시스템은 운전자가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계기판 위쪽에 작은 패널을 배치해 각종 주행정보를 보여주고, 9.7인치 터치 스크린을 운전자쪽으로 기울여 작동이 편리하도록 했다.

 센터페시어는 깔끔하고 미래지향적이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공조기 조작까지 터치스크린에 통합한 덕분이다. D컷 스티어링 휠의 최대 직경은 351㎜에 불과한데, 조작이 간편하고 계기판을 가리지 않는다. 풀 그레인 가죽으로 감싸 손으로 쥐는 느낌도 좋다. 앞좌석 곳곳에 크롬장식과 새틴크롬으로 마감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앞서 말했듯이 편의품목은 이 차의 자랑거리다. 우선 앞차의 속도를 감지해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적용했다. 508에 장착한 안마 기능도 앞좌석에 넣었다. 버튼 시동 스마트 키 시스템과 전자식 핸드 브레이크도 갖췄다. 뒷좌석까지 아우르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성능
 해치백은 주행감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주로 선택하는 차종이다. 어설픈 실력으로는 혹평을 받기 일쑤다. 푸조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단단한 하체와 날카로운 코너링 등을 내세운 것. 실제로 경험해보니 308의 실력이 녹록치 않았다. 

 동력계는 4기통 2.0ℓ 블루HDi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 최고 150마력과 최대 37.8㎏·m의 성능을 낸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4.6㎞다.

 신형 디젤 엔진은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등 친환경성을 확보했다. 그러면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희생하지 않았다. 해치백 강자 폭스바겐 골프 2.0ℓ TDI와 출력은 같고 토크는 더 크다. 효율 수치는 다소 아쉽지만 실제 효율은 기대 이상이다.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는 140㎏에 달하는 다이어트 효과와 맞물려 산뜻한 가속력을 전달한다. 출발할 때나 차선을 옮길 때 수치 이상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속도를 높여 가는 실력도 상당하다. 150마력이 부담해야 할 공차무게가 1,435㎏에 불과해서다. 

 성능 향상에 기여한 건 푸조-시트로엥의 새 플랫폼 "EMP2"다. 이전 세대보다 최대 140㎏ 감량한 건 물론 높이가 30㎜ 낮아지는 효과를 가져 왔다. 앞서 출시한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역시 같은 플랫폼을 써서 호평받았다. 다이어트 효과 외에 공간활용성도 높아 향후 적용차종이 늘어날 전망이다. 

 덕분에 몸놀림이 구형보다 경쾌하다. 푸조의 코너링 성능은 정평이 나 있지만 작은 차체와 신형 파워트레인의 궁합은 더욱 뛰어나다. 그래서 곡선도로에서 평소보다 운전이 과감해진다. 그래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코너를 매끈하게 탈출하는 느낌이 즐겁다. 야간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렸지만 부담감보다 재미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서스펜션은 조금 단단하다. 승차감보다 정확한 몸놀림을 중시한 세팅이다. 세밀한 노면상태가 시트를 통해 전달됐다.

 푸조는 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 MCP를 벗어나 자동 6단의 적용을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 매끄러운 변속감이 호평을 받을 만하다. MCP 특유의 울컥거림은 보통 운전자에겐 다소 거슬렸기 때문이다. 수동모드 전환 시 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시프트 업, 위로 올리면 시프트 다운이다. 미니 등에서 적용한 방식인데, 역동적인 운전에는 이런 조작방식이 더 어울린다. 

 ▲총평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신형 308은 "2014 올해의 차"로 뽑혔다. BMW i3나 벤츠 S클래스 쿠페 등 쟁쟁한 경쟁차들을 따돌리고 받은 상이다. 따라서 회사 내부적으로도 무척 고무적이었다. 실제 새 차는 해치백 천국으로 불리는 유럽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신형 308은 단순한 신차가 아닌, 푸조 브랜드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차다. 지난했던 시절을 견뎌내고 기지개를 켠 푸조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고급화"와 "대중화"를 택했다. 308은 그 첨병에 선 차다. 감성품질과 편의·안전품목의 수준은 한 단계 높이고, 글로벌 전체 시장의 소비자 취향 역시 반영했다. 한국에서도 회사의 기대가 크다. 

 판매가격은 기본형 악티브 3,390만 원, 펠린 3,740만 원이다.

시승/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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