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미래를 앞당긴 전기차, BMW i3

입력 2014년07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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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시대는 도래했을까? 일부는 그렇다고 말한다. 이미 친숙해진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 전기로 구동되는 순수 전기차는 시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생활 속으로 들어갈 준비는 돼 있지만 아직 일상은 받아들일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전기차는 꾸준히 등장한다. 어차피 다가올 시대라는 점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 중 BMW는 기존 시판 차종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선보인 경쟁사와 달리 전기차 만을 위한 독립 브랜드 "i"와 별도의 플랫폼 설계를 했다.

 이같은 차별화는 프리미엄 브랜드 유지를 위한 나름의 아이디어다. 생산부터 차별화를 위해 i시리즈를 제작하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은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다. 이른바 생산부터 친환경을 삼는 전략이다. 탄소섬유 차체 제작 역시 수력발전으로 이뤄진다. 재활용 소재도 내외장에 적극 채용해 제작부터 폐차까지 무공해를 지향하는 이른바 "제로 이미션"을 내세운다. 역동과 친환경을 추구하는 i시리즈는 소형 CUV i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 두 가지로, 이 중 먼저 4월 국내 출시한 i3를 시승했다.

 ▲디자인
 길이 3,999㎜, 너비 1,775㎜, 높이 1,578㎜, 휠베이스 2,570㎜에 색다른 BMW를 표현했다. 회사를 대표하는 스포츠 세단 이미지와 달리 키 큰 해치백인 "톨보이 스타일"을 가진 것. 이는 내연기관차보다 주행가능거리가 짧아 도심 주행에 알맞고, 비교적 큰 부피와 중량의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다. 

 전면부는 다부지다. 범퍼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하단부가 돌출된 형태를 갖고 있으며,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은 엔진 냉각 본연 기능이 퇴화돼 형태만 남았다. 대신 "엔젤아이"란 별칭의 헤드램프는 "U"자 형태의 LED로 대체됐다. 

 측면부는 로커 패널을 입체화하고 2열 도어 핸들을 숨겨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투톤 색상을 바탕으로 검정색, 파란색 포인트의 외관은 "i시리즈"만의 개성이다. BMW 라인업 중 유일하게 C필러 디자인인 "호프 마이스터 킥"이 사라진 대신 유기적 형태의 프레임을 적용해 건축적인 느낌을 살렸다. 콤보 방식의 충전 소켓은 내연기관차 주유구처럼 우측 리어 펜더에 위치했다.

 도어는 앞뒤 공간 사이의 B필러 없이 활짝 열리는 코치 방식을 채택했다. 통상 컨셉트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차체가 작은 데다 강성이 확보돼 적용이 가능했다. 쪽문 같은 2열 도어는 1열 도어를 개방해야 여닫이가 가능하다.

 후면부는 고광택 대형 패널을 부착해 간결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최근 일부 해치백에서 볼 수 있는 요소로 트렁크, 리어 램프를 통합했다. BMW 기조 중 하나인 "ㄴ"자 형태의 리어램프 역시 "U"자 형태로 바뀌면서 차별화가 표현됐다. 

 실내는 잘 짜여진 원목가구와 첨단 모니터가 함께한 거실 분위기다.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바닥을 평평하게 처리하고, 수납공간을 곳곳에 배치했다. 또 칼럼식 기어 레버를 스티어링 휠 뒤편에 마련했다. 대시보드와 차체 곳곳엔 탄소 및 유리섬유가 고스란히 보이지만 가죽과 직물을 입체적으로 구성해 보고 만지는 재미를 살렸다. 계기판은 태블릿 형태의 모니터를 통해 속도, 배터리 소모량·충전 현황 등 정보를 볼 수 있다. 또한, 전기차에 최적화된 커넥티브 드라이브를 통해 충전·교통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전기차 이용에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보닛을 열면 엔진 대신 비상용품이 고정된 작은 수납공간과 워셔액 주입구가 나온다. 엔진을 대신하는 모터는 트렁크 밑에 배치됐다. 외관 상 전륜구동 CUV 같아 보이지만 역동성을 추구하는 BMW답게 뒷바퀴굴림을 적용했다.

 19인치 휠과 저마찰 브리지스톤 에코피아 타이어는 소형 차체에 비해 분명 크다. 하지만 트레드를 줄여 가속 때 최대토크와 주행 시 생기는 구름 저항의 타협점을 찾았다.

  ▲성능
  전기차를 움직이려면 시동이 아닌 전원을 켜야 한다. i3도 마찬가지로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스타트 버튼을 눌러 계기판에 "READY"란 문구를 확인해야 달릴 수 있다. 운전은 재미와 역동을 추구하는 BMW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리어액슬에 장착한 모터는 최고 170마력, 최대 25.5㎏·m를 내는데 가속 순간 뿜어져 나오는 전기차 특유의 토크 덕분에 1,300㎏의 차체는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BMW에 따르면 0→시속 100㎞ 가속은 7.2초가 걸리며, 안전 최고시속은 150㎞다.

 가속 페달은 싱글 페달 제어 기능을 갖춰 가속하다가 발을 떼면 충전을 위한 "에너지 재생모드의 활성화"로 즉각 감속이 이뤄진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결국 정지에 이르게 되며, 정차 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오토홀드 기능이 따로 필요치 않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에코 프로, 에코 프로 플러스 3가지를 제공한다. 컴포트는 차를 가장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포츠 모드에 가깝다. 에코 프로는 일반적인 주행 모드이며 에코 프로 플러스는 냉·난방 등 전자장치 사용을 억제하고 최고시속을 90㎞에서 제한하는 방법으로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효율 지향 모드다. 승차감은 소음, 진동이 거의 없는데다 부드럽게 노면을 읽어나가 마치 전동차를 타는 느낌이다. 마찰력을 줄인 타이어와 조합한 핸들링은 짧은 휠베이스와 더불어 운전 재미를 더한다.

 성능만큼 중요시 되는 효율은 완전 충전 시 132㎞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실제로 시승은 시내 위주 약 120㎞을 달렸고, 최종 하차 시 주행가능거리는 9㎞가 남았다. 가속력 시험 몇 차례를 제외하곤 대부분 에코 프로 플러스 모드로 시승한 결과다. 아직 모자란 충전 인프라가 걸림돌이지만 짧은 주행가능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레인지 익스텐더"의 부재가 아쉬웠다. 2기통 650㏄ 레인지 익스텐더는 주행 중 발전으로 300㎞ 가량 주행이 가능하게 한다. 국내 출시 i3는 미적용이다.

 배터리 용량은 60Ah, 순수 충전용량은 18.8㎾h다. 급속충전은 타입1 DC 콤보 방식, 완속충전은 타입1 AC를 이용한다. BMW가 제공하는 i 월박스 가정용 충전기로 완속충전 시 100%까지 3시간이 걸린다. 급속충전으로 80% 충전까지 필요한 시간은 30분이다. 일반 220V 전압을 쓰는 비상용 충전기도 기본 제공한다.

 ▲ 총평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상품성, 성능은 도심형 운송수단으로써 매력적이다. 게다가 "양산 1세대 수입 전기차"라는 희소성도 있다. 하지만 130㎞ 남짓의 주행가능거리와 미비된 충전 인프라는 분명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다. 제품력은 상당하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것. 따라서 향후 충전소 확충을 기대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농후하다. i3 뿐 아니라 전기차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가격은 기본형 룩스 5,800만 원, 고급형 솔 6,400만 원, 최고급형 비스 6,90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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