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포르쉐 DNA 담은 중형 SUV 마칸 터보

입력 2014년07월07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세계 자동차시장의 변화는 자동차제조사들의 태도 또한 바꿔놓았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신흥시장의 도약 등이 새로운 전략을 짜게 만든 것. 최근 가장 치열한 경쟁양샹을 보이는 고급 소형차와 SUV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소비자 확대다. 전통 스포츠카에 강점을 가진 포르쉐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포르쉐에서 가장 인기있는 차는 단연 SUV 카이엔과 쿠페형 4도어 세단 파나메라다. 911같은 정통 스포츠카는 여전히 상징성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책임지는 제품은 아니다. 포르쉐도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중형 SUV 마칸을 내놨다. 카이엔과 마찬가지로 포르쉐의 소비영역을 넓혀줄 전략차종으로 꼽히고 있다. 마칸 터보를 시승했다. 

 ▲스타일

 혹자는 카이엔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SUV라는 공통점 외에는 닮은 게 없다. 오히려 911의 비율과 흡사하다. SUV 형태이지만 낮은 차체, 넓은 차폭 등은 이 차가 단순한 SUV가 아님을 웅변한다. 포르쉐가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밝힌 "모든 세그먼트에서 스포츠카를 지향한다"는 컨셉트를 잘 살린 차라는 느낌이다. 

 "포르쉐의 첫 컴팩트 SUV"라는 별칭 때문에 다소 혼란이 있다. 소형 SUV급으로 오해를 산 것. 그러나 실제는 길이 4,699㎜, 너비 1,923㎜, 높이 1,624㎜, 휠베이스 2,807㎜로, 아우디 Q5와 비교해 70㎜ 길고, 25㎜ 넓다. 결코 작은 차가 아니다.

 앞모양은 꽤 공격적으로 포르쉐의 특징을 잘 반영했다. 특히 터보 제품은 고성능 라인업이어서 기능과 시각적 요소를 동시에 담기 위해 대형 공기흡입구를 넣었다. 헤드 램프는 타원형으로, 포르쉐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범퍼 아래 언더가드로 SUV 느낌도 충분하게 나타냈다.

 측면은 마칸의 스포츠카 성격을 담았다. SUV를 미리 떠올리지 않는다면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의 비율을 가진 4도어 스포츠카로 인식할 법하다. 지붕선 역시 B필러부터 완만하게 떨어지며 뒷모양을 풍만하게 만든다. 8스포크 형태의 21인치 알루미늄 휠은 과거 마차시대를 연상케 한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리어 램프는 겉유리가 없어 램프 각 부의 형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역동적이다. LED 장착 확대에 따른 새로운 스타일로 보인다. 매끄러운 뒷면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트렁크 개폐 스위치를 와이퍼 중앙 모터 부분에 숨겼다. 파나메라와 같은 방식이다. 머플러는 사각 듀얼 형태로 차체 양쪽에 하나씩 배치해 고성능을 강조한다. 뒷면 언더가드도 SUV 장르를 대변한다.  

 실내는 포르쉐차의 질감을 그대로 적용했다. 카이엔보다 작은 차체이지만 "포르쉐는 포르쉐"라는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카이엔, 파나메라 등과 특징을 같이한다. 따라서 각종 기능 스위치들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다. "포르쉐 오너는 구입 후 각 스위치 기능을 숙지하는 일이 먼저"라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스마트 키를 적용, 소지만 해도 시동을 걸 수 있지만 시동 스위치는 여전히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있다. 경주차의 특성을 살리는 요소다. 계기판도 전형적인 포르쉐 스타일이다. 다만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크기가 조금 작다. 최근 IT 디바이스의 발달에 따라 많은 차들이 넓은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트는 안락하면서도 몸을 잘 받쳐준다. 가죽의 질감도 뛰어나다. 뒷좌석의 경우 무릎 공간은 충분하지만 머리 공간은 다소 부족하다. 스포츠카 비율을 살리기 위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선 탓이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500ℓ, 시트를 모두 접으면 1,500ℓ까지 늘릴 수 있다. 

 ▲성능
 마칸 터보는 V6 3.6ℓ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에 7단 듀얼 클러치를 얹었다. 제원에 따르면 최고 400마력, 최대 56.1㎏·m를 낸다. 최고시속은 266㎞, 0→100㎞/h 가속시간은 4.8초다. 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7.2㎞,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250g이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성격답게 순발력이 강점이다. 1,350rpm의 저회전 구간부터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높은 토크가 장점이다. 기본적인 성능도 성능이거니와 터보급에 어울리는 감성이다.

 V6 엔진은 반응이 즉각적이다. 터보의 단점으로 꼽히는 터보랙도 거의 없다. 탑승 위치가 약간 높다는 차이만 있을 뿐 전반적으로 스포츠카다. 일단 가속 페달을 밟으면 SUV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소리 또한 잘 조율했다. 고음역이긴 하지만 날카로운 음색으로 귀를 때리는 게 아니라 적당한 흥분을 불러 일으킨다. 
 
 기어는 끊임없이 바뀌며 속도를 제어한다. 재빠른  변속은 물론이거니와 적절하게 속도를 줄이고 높인다.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는다. 엔진회전 역시 충분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가 뛰어나다는 느낌이다.  

 일반 시승에 앞서 트랙에서 마칸 터보를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코너링 구간에서 차체 움직임을 주로 살폈는데, 평소 후륜구동 기반으로 움직이는 AWD 시스템은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앞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며 코너를 빠져나간다. 일반도로에서 AWD 시스템 역시 후륜에 힘이 더 실린다. 반면 급가속 때는 50:50으로 구동력을 나누는데, 지나치게 후륜에 많은 힘이 쏠려 생기는 힘 손실을 최대한 줄인다. 효율적으로도 적절한 움직임이다.
 
 주행 모드는 3가지가 있다. 컴포트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등이다. 에어 서스펜션을 조절, 도로 조건에 적당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름 그대로 컴포트는 일반도로 조건에서 편안한 움직임을 가능케 한다. 스포트와 스포트 플러스는 마칸이 가진 스포츠카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제동력도 확실하다. 저속과 고속을 가리지 않는 능력이다. 특히 고속에서 급제동할 때도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SUV여서 약간 쏠림현상이 있지만 이 정도면 경쟁시장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평
 카이엔과 파나메라의 성공스토리를 봤을 때 마칸 역시 성공에 가까이 다가선 차다. 포르쉐가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한 만큼 소비자가 어떤 차를 원하는지 철저히 연구했다는 판단이 들게 한다. 올해초 포르쉐코리아 설립 역시 마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그 만큼 마칸은 포르쉐 외연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차로 평가받는다. 실제 마칸을 타보니 "대박"상품이 될 것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카이엔과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판매가격이 발목을 잡을지 모를 일이다. 가격 메리트는 없다는 얘기다. 마칸 터보는 1억240만 원부터 시작한다.
 
시승/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