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부산의 맛과 멋, 광복동 거리

입력 2014년07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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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타임즈 맛집여행⑦

 
부산의 원도심(구도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재래시장은 활기를 되찾았고, 옛시절을 간직한 거리는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불꽃축제 등 철마다 즐길거리도 많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 온 전통의 맛집도 매력적이다. 광복동을 중심으로 남포동, 부평동, 중앙동, 대현동 일대는 부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맛집·멋집이 가득한 곳이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광복동 일대의 명소를 소개한다.

 ▲부산 원도심의 명물, 비엔씨 제과점
 최근 마니아들 사이에서 지역 유명 빵집을 "성지순례"하듯 찾아다니는 여행이 유행이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에선 맛볼 수없는 깊은 내공과 특색있는 맛을 즐길 수 있어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들은 그래서 자부심도 대단하다. 부산의 향토빵집 "비엔씨"도 이들 중 하나다.


 비엔씨는 1983년 광복동에서 개업했다. 30년 이상 같은 자리를 지키며 지역 명소로 이름을 알렸다. 가게와 지역주민 모두 "부산에도 이래(이렇게) 맛있는 빵집이 있다"는 자부심을 누리게 해준 곳이다. 빵과 케이크의 약자(B&C)인 가게명도 개업 당시 시민공모로 정했다. 최근 가게를 인근 남포동 골목으로 이전했지만 맛과 분위기는 그대로다. 2층에 레스토랑, 3층에 빵공장이 위치한 점도 같다.


 매장을 가득 채운 빵들은 진열하는 족족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다. 저마다 매력이 있겠지만 사람들은 파이만주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이름 그대로 페스추리 안에 달콤한 앙금이 가득찬 빵이다. 갓 구워 나온 파이만주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럽다. 밖으로 새어나올 만큼 인심좋게 들어간 팥앙금은 껍질째 갈아 만들었고, 안에 호두와 밤이 섞여 풍미를 더한다. 고소한 버터향은 옛날 빵집에서 느낄 수 있는 향수를 자극한다.


 위치: 중구 남포동2가 24-8

 ▲정겨운 부산의 맛, 할매집회국수
 
무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이 있다. 남포동에 위치한 할매집회국수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학생들까지 부산시민 각자의 추억이 어린 장소다.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이 몰려 아쉽다는 푸념(?)도 들려온다.


 가게는 투박하다. 얼핏 봐도 오래돼 보이는 탁자는 U자형으로 구부러진 바 형태다. 족히 30~40명이 한번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기에도 편리해 보인다. 붐비는 시간에 방문하면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 보고 국수 한 그릇 비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가게 생김새만큼이나 음식도 단촐하다. 대표메뉴인 회국수를 주문하자 멸치육수를 가득 채운 주전자와 막걸리잔으로 쓰기 딱 좋은 그릇이 인원 수만큼 놓여진다. 잠시 후 여기저기 찌그러진 양푼그릇에 상추와 미역, 양배추와 가오리회 몇 점을 얹은 국수가 턱 하니 등장한다. 색이 시뻘겋지 않다고 양념장을 마구 넣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보기보다 매운 맛이 강하다. 부산사람들은 "맵싸하다"고 말하는 맛이다. 주전자째 주는 육수가 새삼 반갑다. 눈이 휘둥그레질 맛은 아니지만 묘하게 끌린다. 오랜 사연이 있는 맛과 분위기는 외지인들도 불러모으기 충분하다.


 위치: 중구 남포동2가 15-1

 ▲원조의 위력, 부산 씨앗호떡
 국제영화제로 잘 알려진 남포동 BIFF 거리는 영화애호가뿐 아니라 길거리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천국같은 곳이다.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들의 향연 속에서 단연 인기있는 음식은 씨앗호떡이다.


 여느 맛집들과 마찬가지로 늘어선 긴 줄이 일상이지만 기다림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호떡을 반죽하고, 튀기고, 씨앗을 넣고, 포장하는 일련의 작업이 철저히 분업화돼 있어서다. 시쳇말로 "호떡집에 불났다"고들 하는데, 작은 가판대에 네다섯 명이 붙어서 쉬지 않고 호떡을 빚어 만드는 모습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부산 곳곳에 많은 가게들이 성업중이지만 TV예능프로에 방영된 덕분인지 BIFF광장 일대에 성업중인 점포가 많다. 저마다 원조를 내세우며 맛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손님이 많은 집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씨앗호떡은 일반 호떡과 달리 굽지 않고 튀긴다. 우선 계피와 흑설탕으로 속을 채운 반죽을 마가린 기름에 바싹 튀긴다. 따끈따끈한 호떡의 가운데를 가위로 잘라 속을 씨앗으로 듬뿍 채운다. 점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땅콩, 해바라기씨, 아몬드, 건포도 등으로 소를 만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을 한입 베어 물면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 계피향과 어우러지며 입안을 가득 채운다. 바삭한 빵과 오독오독 씹히는 씨앗류의 맛이 일품이다.


 위치: 중구 남포동 BIFF광장 일대

 ▲숨은 진주같은 커피전문점, 나담
 
용두산공원 끝자락 부산호텔 인근 한적한 길가에 커피 볶는 집 나담이 자리잡고 있다. 골목길 사이에 숨어 있듯 위치해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은은한 커피향과 클래식 음악이 지표마냥 가게의 존재감을 발산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길에 나무복도를 깔고 분위기있는 테라스로 꾸민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길 끝에 옛날식 3층 건물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실내는 고풍스럽다. 앤틱 가구와 소품들로 꾸몄다. 클래식음악 애호가가 차린 집답게 수준급 오디오 장비와 수많은 LP판들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3층은 비교적 널찍한 공간으로 꾸며 소규모 전시회나 음악회, 단체 모임 등을 열 수 있다.


주인은 굳이 가게를 널리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음악과 커피를 잘 아는 사람들을 위한 편안한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설명. 손님들 대부분이 단골인 듯 오가는 대화가 살갑다. 핸드드립 커피나 더치커피 모두 수준급이다. 케이크 등 사이드 메뉴 모두 직접 만든다.


위치: 중구 광복로85번길 17-3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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