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 맛집여행⑧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는 한국인들이 "피서지"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지역이다. 국내 최대 관광지로 오랜 명성을 이어온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득 메운 인파를 찍은 화면은 매년 여름 뉴스에서 단골로 나온다. 그래서 부산사람 중 "해운대나 광안리는 여행객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즐거운 여행에 맛있는 음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최소한 이 곳에 찾아왔다고 "뜨내기" 취급 받지 않을 맛집을 엄선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금수복국 금수복국은 1971년 이봉덕 할머니가 개업해 지금까지 성업중인 해운대 대표 맛집이다. 2대에 걸쳐 4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체인점을 낼 정도로 널리 알려졌지만 해운대 본점을 한 번 찾아가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면 뚝배기에 담아낸 복국이 나온다. 복국의 국물맛이 오랫동안 우러나도록 한 아이디어다.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다고 한다. 창업자인 이봉덕 할머니의 고향이 전북 전주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전주의 뚝배기비빔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것. 전주발 할머니의 손맛은 모주에까지 이어진다. 영호남 화합의 장이라면 과장일까.
은복, 밀복, 까치복, 참복 등 네 가지 복을 지리나 매운탕, 회 등으로 맛볼 수 있다. 싱싱한 자연산 복어를 구해 영하 40도로 급랭 보관한다. 물에 장시간 담가 놓는 걸 최대한 피하고, 독은 일일이 손으로 제거한다. 쫄깃한 육질과 맑고 시원한 국물의 비결이다.
위치: 해운대구 중동1로 43번길 23
▲현지인도 잘 모른다, 섶자리 동산이횟집 둘레길로 유명한 용호동 이기대로 가는 길 초입에 섶자리라는 작은 선착장이 하나 있다. "섶"은 물고기가 많이 모이도록 쌓아 놓은 나무나 갈대 따위를 일컫는 말이다. 옛날 이 지역은 작은 만을 이루고 있었는데, 어부들이 갯벌에 나무를 쌓아 놓고 썰물 때 갇힌 고기를 잡아 생활한 게 지명의 유래다.
부산은 항구도시답게 회로 유명한 지역이 많다. 저마다 나름의 풍취가 있겠지만 "회 먹으러 섶자리 가자"라고 말하면 부산 토박이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울 것이다. 어민들이 직접 잡아온 자연산 생선을 그 자리에서 먹는 맛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다. 섶자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장어구이도 최고라고 추천한다. 바다 건너 보이는 광안대교와 부산 도심 야경도 일품이다.
섶자리 입구에 위치한 동산이횟집은 특히 자연산 회와 아구탕으로 유명하다. 별도의 메뉴판은 없고 그 날 잡힌 생선에 따라 주문을 받는다.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과 양념장 맛도 수준급이다. 운치를 즐기고 싶으면 포구쪽 1층 건물을, 조금 더 편안한 식사를 원한다면 바로 옆 신축 건물을 이용하면 좋다.
위치: 남구 용호3동 5-12
▲잊을 수 없는 이름과 맛, 다리집 시작은 동네 공터에 벌인 포장마차였다. 허리께까지 오는 장막을 치고 장사를 하니 사람들이 밖에서 보면 손님 다리만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가게이름이 다리집이 됐다. 하굣길 삼삼오오 가게로 몰려 온 여학생들 다리만 보인다고 근처 학교 선생님들이 "출입금지"를 명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8년 전부터 어엿한 가게를 열고 지금까지 성업중이다. 7~8대 정도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은 수시로 만석이다. 널찍한 실내엔 테이블이 족히 스무 개는 넘어 보인다.
메뉴는 떡볶이와 오징어튀김, 어묵튀김 등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친숙한 것들이다. 떡볶이는 굵직한 가래떡을 통째로 새빨간 소스에 익혀 나온다. 족히 한 뼘은 넘어 보이는 오징어 튀김은 속이 실하게 찼다. 어묵튀김은 말 그대로 넓적한 어묵을 그대로 튀겼다. 굳이 가위를 챙겨주는 이유다. 떡볶이는 보기보다 맵지 않다. 달달하고 입에 착 감기는 맛에 체면치레할 것 없이 허겁지겁 먹게 된다. 양념 추가 시 별도로 돈을 받는다 해서 "인심이 야박하구나" 생각했던 게 미안할 정도의 맛이다.
위치: 수영구 수영로464번길 7
▲전망좋은 곳에서 즐기는 커피향, 카사 오로 달맞이길은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언덕길이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했던 이 곳의 전망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나타난다. 지명대로 호젓한 밤에 달구경을 해도 좋고, 해돋이를 감상하기에도 그만이다. 해운대는 여름철 관광지로 이름 높지만 달맞이길은 사시사철 운치있는 곳으로 이미 유명세를 탔다.
달맞이길은 부산 8경으로 손꼽힐 만큼 어디를 봐도 절경이 펼쳐지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 더 좋은 경치를 찾게 된다. 청사포 해변과 멀리 해운대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만으로도 카사 오로를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핸드드립 커피는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원두 선별부터 로스팅까지 꼼꼼한 과정을 거쳐 수준 높은 맛과 향을 선사한다.
위치: 해운대구 중2동 1533-9 해뜨는집 3층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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