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등장한 1세대 SM7은 비교적 인기가 좋았던 차종으로 기억된다. 2004년 12월 등장해 이듬해 연간 2만5,600여대가 판매됐고, 이후 2011년까지 연 평균 1만6,000대 규모로 꾸준함을 이어갔다. 직선이 강조되며 차별화에 매료된 소비자 시선을 끌었고, 돌출된 그릴이 차를 커보이도록 만들어 상대적으로 대형차 선호로 집약되는 기호를 충족시켰다. 게다가 "르노삼성"이 주는 브랜드 신뢰감 역시 SM7 시선 끌기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2세대로 달라진 2012년은 신통치 못했다. 신차임에도 연간 판매량이 5,000대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는 3,587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겪어야했다. 올해 또한 지난 6월까지 1,900대로 존재감마저 고민될 정도였다.
상황이 녹록치 않자 르노삼성은 당초 올해 말 계획했던 후속 차종의 출시를 앞당겼다. 실추된 제품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얼굴이 필요했고, 그에 걸 맞는 특징을 부각시켜야 했다. 그것이 바로 얼굴을 바꾼 "SM7 노바(NOVA)"다. 그리고 얼굴은 "프랑스 아트(Art)"에서 "한국적 중후함"으로 바꿨다. 이 점을 계기로 르노삼성은 SM7 노바를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의 차"라고 내세운다.
▲디자인 무엇이 달라졌을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첫 인상을 결정하는 앞모습이 변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중량감"이 느껴지도록 손질했는데, 이유는 SM7 노바의 수요층 분석 결과에 근거한다. 기본적으로 르노삼성은 SM7 노바의 주력 소비층을 40-50대 남성으로 삼았다. 이들은 자동차를 곧 개인의 지위로 여기는 현상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서 SM7 노바를 개발할 때 가장 신경 쓴 곳 역시 앞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첫 인상에서 중후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구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고심의 결과는 그릴과 범퍼의 명확한 분리로 표현됐다. 아우디 싱글 프레임 그릴과 비슷한 모양의 2세대 앞모습은 역사 속으로 숨기되 그릴 굵기를 키우고 일체형 범퍼를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또한 원형 안개등을 LED로 바꾸며 모양도 가로형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차가 좌우로 넓어보이도록 했는데, 국내 소비자 취향을 적극 반영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움을 우선하는 프랑스 디자인보다 흔한 말로 "포장"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 눈높이를 최대한 담아낸 흔적이다.
헤드램프는 "어댑티브(Adaptive)" 기능이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과 연동돼 차의 진행 방향에 따라 좌우상하 자동 조절된다. 또한 내리막이나 오르막도 감지해 비추는 다이나믹 레벨링 시스템도 마련됐다.
실내는 간결하다. 특이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 사이에 비교적 넓게 자리 잡은 디지털 모니터는 각종 정보가 그래픽으로 제공된다. 시트는 가죽시트로 촉감이 좋은 편이고, 사운드는 보스(BOSE)가 제공한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됐다. 보스 오디오의 경우 음질이 선명해 고급차에 많이 채용된다.
▲성능 & 승차감 부산 일대에서 이뤄진 시승에서 제공된 차는 SM7 노바 2.5ℓ RE 트림이다. V6 형태의 엔진은 최대 190마력, 24.8㎏.m의 토크를 발휘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시승차의 공차 중량은 1,635㎏이고, 표시연비는 ℓ당 10.2㎞(시내 8.9㎞, 고속도로 12.2㎞)다. 타이어공기압시스템(TPMS) 등의 추가 적용에 따른 중량 부담은 마그네슘 판재로 흡수했는데, 향후 성형성 등이 보완되면 외부 재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르노삼성차의 경량화 전략이 소재에 있음을 주목하게 만든 대목이다.
시내와 고속도로를 달리며 체감한 승차감은 여전히 좋은 편이지만 조금은 단단한 느낌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핸들링 성능에 집착하는 르노삼성차의 제품 개발 방향성 때문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되 핸들링 기능을 감각적으로 높이는 것에 치중해 왔던 것. 따라서 승차감과 핸들링은 ‘좋다, 나쁘다’의 영역이 아닌 ‘마음에 든다와 들지 않는다’의 감정적 영역으로 구분되기 마련이다. 마치 타이어의 회전 저항을 높이면 제동력은 올라가지만 그에 따른 접지력이 효율을 방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SM7 노바의 경우 준대형급 세단이라는 점에서 부드러운 승차감 쪽으로 약간의 무게중심을 설정한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 시승 후 개발팀에게 물어봐 확인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가속력에 대해선 부족함이 없다. 폭발적이지 않지만 의도하는 만큼의 속도는 충분히 낼 수 있다. 간혹 가속력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차를 원한다면 스포츠세단이 제격이다. 그런데 SM7 노바는 스포츠세단이 아닌 정숙한 준대형 세단일 뿐이다. 그래서 진동소음은 최대한 억제돼 있다. 시속 100㎞를 넘어서도 풍절음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물론 고속도로가 시멘트 재질이어서 아스팔트 도로보다 크게 다가왔을 뿐 아스팔트 위에선 노면 소음도 크지 않다.
운행 중 가장 큰 특징은 스마트 미러링 기능으로 압축된다. 휴대전화 티맵(T-MAP) 내비게이션을 통신사 관계없이 내장된 모니터에 띄워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내비게이션이 센터페시어 대형 모니터에 표시되면 손으로 터치해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이용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 착안, 별도 지도를 내장하지 않았다. 연결은 블루투스가 아닌 와이파이(Wi-Fi) 방식으로 하는데, 속도가 활용도에서 오히려 낫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실제 사용은 편리하다.
▲총평 르노삼성차가 신형 SM7에 "노바(NOVA)"라는 별칭을 붙인 것은 그만큼 SM7을 새롭게 브랜딩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SM7 전용 서비스에 소모품 5가지를 최저 1회에서 최대 3회까지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른바 ‘특별 서비스’ 대상임을 부각시켜 구입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르노삼성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SM7에 대한 자신감이다. 그간 디자인의 호불호가 걸림돌이었다면 이제 얼굴을 바꿔 부분성형을 끝낸 만큼 제품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시승해 보면 제품력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가격도 거의 올리지 않았다. 2.5ℓ 3,040-3,490만원, 3.5ℓ 3,520-3,870만원의 가격은 이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다. 1세대 때 인기로 되돌릴 수 있는 것, 그걸 찾는 게 우선 과제다.
부산=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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