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시내 외곽에 자리한 "클래식 레미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오래된 자동차창고다. 1930년대 독일 전철을 만들던 곳이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은 클래식카 집합지로 변신해 있다.
베를린 사람들에게 클래식 레미제는 입장료없는 자동차박물관으로 꼽힌다. 클래식카를 수리하기도 하고, 개별관리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깔끔한 유지관리도 해준다. 물론 소유자를 대신해 판매도 하고, 때로는 구입도 해준다. 오로지 클래식카만을 위한 전용 관리 창고로 보면 된다.
입구에 들어서자 나란히 배열된 수많은 클래식카가 위용을 뽐낸다. 1904년에 만든 차부터 1937년 시트로앵 2CV, 1960년대 재규어 E, D타입, 벤츠 300SL, 1973년 롤스로이스, 1963년 피아트 600D 등 오래된 차종이 즐비하다. 통상 자동차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차들이지만 이곳에선 빈 공간 아무 데나 방치(?)돼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사실 방치가 아니라 클래식카 소유자들이 관리를 맡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다양한 클래식카 복원 및 수리업체들이 이 곳에 입주해 있다. 게다가 이들 회사는 메이커별로 전문화돼 있는 게 특징인데, 국가별로 오래된 자동차의 전문 수리를 표방하며 나름의 고객(?) 관리가 한창이다.
방문객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다. 예전에 자신이 탔던 또는 갖고 싶었던 차를 살펴 보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간혹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아무 제약없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차종이 있는가 하면 창고 내부에는 마치 보물처럼 진열대 안에 고이 모신 차도 적지 않다. 유리상자 안에 들어간 차들은 대부분 개인 소유인데, 필요할 때 꺼내 타고 다닌다고. 특히 고급스럽게 보관한 차는 클래식카뿐 아니라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의 슈퍼카도 적지 않다. 슈퍼카 동호회 등이 단체로 보관하기도 하는 것.
클래식카 창고에 걸맞게 입구에 있는 카페 메뉴도 컨셉트가 있다. 나라별 전통메뉴를 갖춰 방문객 취향을 맞춘다.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지의 전통음식을 준비해 다양한 나라 방문객을 배려한다.
원래 이 곳은 "마일렌베르크"로 불리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클래식카 레미제"로 이름을 바꿨다. 마일렌베르크는 클래식카 창고를 만드는 회사이고, 창고를 만들면 수많은 복원 및 관리회사들이 입주해 사업을 운영한다. 이런 이유로 오래 전 공장으로 사용했던 곳을 찾아내 개조한다. 클래식카와 어울리려면 건물 자체도 역사성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라도 베를린에 있는 클래식카 레미제를 많이 찾지는 않는다. 비교적 시내에서 떨어진 데다 아직 한국 소비자에게 클래식카 문화는 낯설어서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클래식카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다. 일부 동호회는 자체적으로 길거리전시회를 갖기도 할 만큼 문화가 성숙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에서도 이제 오래된 차를 누구나 볼 수 있는 무료(?) 박물관 하나 정도는 필요할 것 같다. 클래식카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곳 말이다. 그 곳을 무료 박물관으로 부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프랑크푸르트=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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