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열풍이 불면서 판매가 부쩍 늘어난 차들이 있다. SUV, 미니밴 등으로 분류되는 RV다. 이 중 쉐보레 올란도 지위는 조금 특별하다. 일반 SUV로는 적재공간이 부족한 사람, 기존 미니밴의 커다란 몸집이 부담스러운 사람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유선형 차체가 미덕이 된 자동차 시장에 각진 외모를 고집하는 점도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 덩치 하지만 운전이 생각보다 편안한 차, 가족을 위해 다양한 안전 품목을 갖춘 차라는 점도 적극 내세운다. 연식변경을 거치며 상품성을 강화한 쉐보레 RV 라인업의 맏형 2015년형 올란도를 시승했다.
▲디자인
남성성이 강한 선 굵은 외형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전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지만 연식변경에 걸맞게 보다 세련되게 바뀌었다.
차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얼굴, 특히 눈매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쉐보레는 올란도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헤드 및 리어램프 디자인을 바꾸고 LED를 적용했다. 헤드램프의 경우 두 개로 분할했던 면을 통합하고 테두리를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원래도 큼직했던 눈이 한층 더 커 보이고 뚜렷해졌다. 리어램프 역시 대형 LED 클러스터를 적용해 주목도를 높였다. 스타일과 안전성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선택이다.
큼직한 차체는 단순미를 살려 디자인했다. 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휠하우스, 사이드미러 등이 시원하게 자리 잡았다. 뒤로 흐르는 선은 직각에 가깝다. 덕분에 제원에 표시된 숫자 이상으로 몸집이 커 보인다. 크기는 길이 4,665㎜, 너비 1,835㎜, 높이 1,635㎜로 생각보다 크지 않다.
실내는 넓다. 2열은 성인 남성 3명이 타도 공간이 충분하다. 3열에 자리 잡은 두 개의 시트도 크기나 쿠션 등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그래도 어른이 장시간 타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앞좌석에 버킷형 시트를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본격적인 스포츠 시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몸을 감싸준다.
센터페시어 구성은 기존 쉐보레 RV에서 볼 수 있던 것과 유사하다. 버튼 배치나 조작 방식이 어렵지 않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좌석 주변엔 넉넉한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자잘하게 공간을 나눈 건 아니지만 컵이며 소지품 등을 편하게 보관하기 좋다. 디스플레이 뒤쪽에 숨겨진 수납공간은 쉐보레의 전매특허다.
"가족을 위한 차"를 강조하는 만큼 연식변경을 통해 안전품목을 강화했다. 전방충돌경고 시스템과 차선이탈경고 시스템이 추가됐다. 앞 차와의 거리와 주행속도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를 알리고,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불빛과 소리로 주의를 준다. 기존에 있던 사각지대 경고장치도 유용하다. 사각지대에 차가 들어오면 사이드미러에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는데, 반응속도나 시인성이 좋아 만족스럽다.
▲성능 동력계는 2014년형과 바뀌지 않았다. 가변 터보차저 커먼레일 2.0ℓ VCDi 디젤 엔진과 차세대 젠Ⅱ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최고 163마력, 최대 36.7㎏·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2.0㎞.
제원표 상 성능은 경쟁차를 압도하지 못하지만 올란도는 달리는 맛이 좋은 차다.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뽑아내는 디젤엔진의 특성도 잘 살렸고, 매끄럽게 속도를 붙여가는 실력도 상당하다. 차고가 높은 RV의 성격 상 급하게 잡아 돌리거나 고속으로 회전구간에 진입했을 때 다소 불안감은 있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선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RV는 많은 사람과 짐을 싣고 장거리를 달리도록 만들어진 차다. 그래서 적재공간 만큼이나 소음 차단이나 승차감도 중요한 요소다. 여행의 피로를 줄이고 오가는 여정이 즐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석이나 뒷좌석에서 체험한 올란도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다. 소음도 상당히 억제됐다. 대형 사이드미러의 풍절음이 우려됐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넓은 시야 확보여서 만족한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고 승차감도 조금은 단단하다. 장거리를 달릴 때 너무 튀면 그것도 문제지만 서스펜션을 무르고 출렁이게 세팅한다고 피로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적절한 선에서 잘 조율했다는 느낌이다. 브레이크는 부드럽지만 밀리지 않는다. 답력에 따라 정확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주행 감성과 달리 정차 중 진동소음은 아쉽다. 다른 디젤 RV에 비해 개선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신호 대기 시 핸들의 떨림이나 소음이 신경 쓰일 수도 있다.
▲총평 쉐보레 올란도는 "잘 나가는" 차다. 8월 말까지 1만2,400대 판매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 여름 휴가철 앞두고 대형 중고차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올란도가 가장 빨리 팔린 중고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성능 면에서도 잘 나간다. 한국지엠 임직원 사이에서 올란도 주행성능은 정평이 나 있다. 스포츠카를 제외한 일반 라인업 중 휠 스핀(급출발 시 바퀴가 헛도는 현상)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차라는 게 내부적인 소문이다. 기대 이상의 동력 성능을 느낄 수 있다는 표현일 것이다.
트랙스와 캡티바, 올란도로 이어지는 쉐보레 RV 라인업은 지난해 42%, 올해 33%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란도는 연식변경과 함께 캠퍼 패키지 등의 트림을 추가하는 등 매년 상품성을 개선하며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웃도어 열풍에 가장 명민하게 대응하는 제품인 셈이다.
2015년형 올란도 가격은 LS 고급형 2,295만원, LT 프리미엄 2,515만원, LT 세이프티 2,735만원, LTZ 프리미엄 2,809만원, LTZ 세이프티 2,844만원이다. 신규 플래티넘 패키지는 2,705만원, 캠퍼 패키지는 2,876만원이다.
시승/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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