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홍재의 핫 카(Hot Car), 폭스바겐 티구안

입력 2014년10월09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한 동안 자동차회사에 근무하면서 많은 에피소드를 경험했다. 그 중에서도 팔릴 것 같지만 안 팔리는 차, 기대하지 않았지만 뜨거웠던 차도 적지 않았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 뜨거운 카, 일명 "핫 카(Hot car)"를 다루고자 한다. 반면 사랑받지 못한 차도 있다. 자동차회사 입장에선 분명 매력적인 상품인데 외면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이들은 차가운 카, 즉 "쿨 카(Cool car)"로 분류해 살펴보려 한다.  

 처음 소개하는 핫 카는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이미 알고 있듯 SUV 수요는 날로 증가세다. 럭셔리 브랜드도 앞다퉈 SUV를 속출하는 중이다. 하지만 SUV의 폭발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5년의 일이다. 독일 임원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공항에 픽업을 나갔다. 이때 그가 해 준 말은 기억에 생생하다. 기아차 쏘렌토가 독일에서 흔한 말로 "대박"이 났는데, 계약 후 인도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 독일에서도 SUV 수요가 폭증했는데, 독일산 SUV는 1억이 넘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근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때 쏘렌토가 등장했다. 유럽형 디자인, 쓸 만한 동력성능에 가격도 적절했다. 독일 내 서민들에게 좋은 대안이 됐고, 스페인에선 동호회가 활발히 운영될 정도였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금 한국이 그 때의 독일이다. SUV 인기 상승세는 몇 년 됐지만 그 사이 한국 내 1인당 소득이 늘고, 해외 여행도 다니며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높아졌다. 그래서 국산차는 이제 "나와 어울리지 않아?"라는 생각이 많아졌고, 수입차를 눈여겨보지만 역시 작은 차는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작은 세단 대신 SUV를 찾지만 여러 조건이 붙는다. 4,000만원 이하였으면 좋겠고, 효율 좋은 디젤이면 금상첨화다. 이왕이면 브랜드도 조금은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한 마디로 적당히 체면 유지가 되는 제품을 물색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한 가지, 자동차 구매에 여자들의 입김이 굉장히 크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이를 간파한 국내 마케터들은 브랜드 인지도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미안한 얘기지만 미국차는 해당되지 않는다. 미국차에 대한 마케팅적 접근은 유럽과 차원이 다르다.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따로 다룰 예정이다. 

 어쨌든 앞서 나열한 조건을 충족하는 차를 검색했다.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차종은 단 한대, 폭스바겐 티구안 뿐이다. 폭스바겐은 과거 90년대 국내 인치케이프 시절부터 한국에서 마케팅을 많이 해왔다. "감기 한번 안 걸리는 차"로 강남에서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가 현재까지 잘 이어져 왔다. 물론 품질은 또 다른 측면이지만 말이다. 

 보통 신차 소비자는 품질보다 브랜드 인지도에 흔들리는 경향을 보인다. 디자인은 최소 평가만 받아도 된다. 브랜드 인지도가 받춰주면 다른 부분이 조금 부족해도 견뎌내기 마련이다. 그렇게 보면 티구안 실내는 좁은 편이지만 외형상 나름 SUV다. 게다가 트렁크는 깜짝 놀랄 정도로 작다. 그래도 어떤가? 겉은 듬직한 SUV다. 주간주행등도 있어 도로 위 존재감 발산 능력도 갖췄다. 그리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할인 없어도 구매 열기 뜨거운 게 방증이다. 게다가 디젤 효율도 높아 유지비도 적당하다. 오히려 국산차보다 기름 값 적게 들어간다. 화룡점정 격으로 출신이 독일이다. 적어도 수입차 체면치레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안 팔리면 더 이상한 차종이 바로 티구안이다. 지난 8월에는 955대가 판매됐고, 올해 누적 판매량만 5,000대가 넘는다. 


 하지만 티구안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차종이 나타났다. 닛산 캐시카이다. 일본 SUV지만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다. 이유는 핸들링이 좋고 공간도 넓어서다. 유럽 사람들의 구매 순위에 꼭 있는 핸들링이 호평이다. 이 말은 곧 유럽인에게 핸들링은 티구안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디젤이다. 그러니 티구안에게는 부담스러운 경쟁자다. 가격도 4,000만원 이하다.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다. 뜨거운 티구안이 캐시카이를 물리칠 것인가? 아니면 캐시카이가 티구안에 찬 물을 쏟아 열기를 식힐까? 어디서 승부가 갈릴지 지켜보는 것도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사견이지만 승부수는 브랜드 이미지가 아닐까 한다. 

  신홍재(자동차칼럼리스트)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