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시승]기아차의 승부수, 올 뉴 카니발

입력 2014년10월14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기아자동차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물건(?) 하나를 만들어 낸 듯하다. 바로 올 뉴 카니발(이하 카니발)이다. 시트 적용에 따라 7-11인승이 마련됐지만 북미 수출형에는 7-8인승, 내수용에는 9-11인승으로 출시됐다. 배기량별 세금혜택과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하려면 2.2ℓ 디젤과 9인승 이상이 국내에선 필수 요소다. 그러나 북미는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등과 같은 경쟁 미니밴을 겨냥하기 위해 7-8인승에 V6 가솔린 GDI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준비됐다.

 개인적으로 처음 카니발은 접한 때가 1998년이다. 1세대 카니발을 구매했던 시절은 7, 9인승에 V6 2.5ℓ 가솔린과 2.9ℓ 디젤이 전부였다. 비록 2.9ℓ 디젤엔진이었지만 그 시절 미니밴 혹은 봉고차라는 승합차 효율로는 제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디젤엔진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과도한 매연이 분출돼 단속에 가슴 졸이던 추억(?)도 남아 있다. 

 북미와 마찬가지로 카니발의 경쟁은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수입 미니밴은 대부분 3.5ℓ 가솔린엔진에 7인승이어서 국내 법규와 세금, 유류비에 완벽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올 뉴 카니발은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조건을 철저히 갖춘 차종이 아닐 수 없다. 안 팔리면 오히려 이상하다는 얘기다. 
 
 ▲디자인
 미니밴 목적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기아차의 정체성을 잘 살려냈다. 한층 역동적이며 단단해 보인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기아차임을 명확히 드러내고, 높아진 후드라인이 이전보다 안정적인 느낌과 공격적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후드와 전면부, 범퍼 아래는 이전보다 확실히 잘 다듬어졌다. 아쉬운 점은 주간주행등이 없다는 사실이다.

 측면은 A, B, C, D 필러까지 잘 연결된 점이 돋보이고, 벨트라인이 높아져 안정감이 살아 있다. 크롬도금 19인치 휠은 측면과 비교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 바퀴 휠 속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와 2피스톤 캘리퍼는 브레이크 성능을 짐작하게 만든다. 

 후면은 추세에 맞춰 LED 브레이크 램프가 사용됐고, 다목적 용도를 위해 뒷 범퍼 상단에 짐을 싣고 내릴 때 긁힘과 미끄럼 방지를 위한 검정 우레탄 몰딩이 추가됐다. 앞뒤 범퍼 하단에는 은색 스키드 플레이트가 마련됐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트렁크 위 끝 부위에 브레이크등이 내장된 스포일러도 있다. 디자인만 봤을 때는 경쟁 차종인 시에나, 오딧세이, 그랜드 보이저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시에나와 카니발 디자인이 오딧세이와 그랜드 보이저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시승차는 9인승 노블레스 풀옵션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운전석 주위에 스위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하다. 그만큼 많은 기능이 들어 있다. 듀얼 선루프,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후측방 경보시스템, 차선이탈경보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전방출돌경보시스템도 구비됐다. 

 운전석은 센터콘솔이 세단과 SUV처럼 구성됐다. 이전 미니밴은 1열에서 2열로 실내 이동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렵다. 스위치 배열도 나쁘지 않고 조작감도 수준급이다. 특히 실내 도어 핸들 안쪽은 과거 볼트 체결 자리를 캡으로 막아 놓은 것과 달리 말끔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열선 및 통풍 시트가 기본이다. 여기에 전동식 요추지지대도 있다. 요추지지대 공기 압력 조절은 비교적 반응이 빠르다. 센터콘솔에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USB 포트와 12V 잭이 준비됐고, 센터 암레스트 아래 공간은 잡다한 물건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공조기 및 오디오 버튼은 위아래가 분리됐다.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이외 조수석에도 2단 콘솔박스가 있어 여유롭다. 도어트림 역시 크게 설계돼 페트병까지 넣을 수 있는 커다란 홀더가 있다. 어찌 보면 과거 미국차의 여유로운 수납공간보다 더 많은 공간이 확보된 듯하다. 기어레버 아래쪽 각종 버튼도 정리가 됐고, 오버헤드 쪽 도어 및 트렁크, 선루프 버튼도 깔끔하게 배치됐다.

 2열 이후 승객공간에선 먼저 시트가 눈에 들어왔다. 2열에 2인만 착석할 수 있어 여유롭다. 캠핑 등을 갈 때 유용한 12V 및 220V 콘센트가 있고, 2, 3열 유리창 블라인드는 유용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굳이 틴팅을 할 이유가 없다. 시트 착좌감도 크게 나쁘지 않지만 3열 시트 팔걸이가 없는 것은 미련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편함 없이 앉을 수 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팔걸이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4열 시트는 법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팝업방식으로 제작됐다. 만약 대한민국 버스전용차로가 7인승에 6인 이상 탑승으로 법규가 바뀌었다면 아마도 9인승은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가 카니발을 구매한다면 4열 시트는 차를 팔거나 폐차 전까지 거의 사용하지 않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실내 구성은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7인승 이상의 다인승 미니밴 차종 중 최고의 실용성이다. 아이들이 있는 4~5인 가족이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최고의 선택이다. 

 ▲성능
 약 300㎞를 달렸다. 고속화도로와 시내도로를 각각 다른 패턴으로 주행했다. 먼저 시내는 연비운전과 나름의 경쾌한 주행을 번갈아 했다. 효율을 보니 8.3~9.4㎞/ℓ 정도가 표시됐다. 고속화도로에 올라 시속 90~110㎞로 달렸을 때는 약 13~14㎞/ℓ 가량이 도출됐다. 2.2ℓ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시속 100㎞ 구간은 약 1,800rpm 부근에서 구현됐는데, 큰 문제도 없고 출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미니밴의 핸들링과 승차감을 몇 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개인 성향이 너무나 달라서다. 그렇지만 기아차 설계방향은 지금의 카니발에 녹아있다. 최근 하체 진동 흡수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노면 충격은 정말 잘 걸러낸다. 물론 이런 성능이 내구성까지 연결될 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각 부싱들이 담당하는 충격흡수력 발전은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핸들링의 경우 일반적인 주행에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고속 혹은 그 이상에서 약 1~2도만 움직여도 차선을 다소 벗어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보다 정교한 핸들링 세팅이 필요할 것 같다. 물론 반박도 있을 것이다. 국내 도로에선 독일 아우토반 같은 고속 크루징이 필요 없어서다. 따라서 카니발에 과도한 세팅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필자가 느끼는 카니발의 드라이브트레인과 핸들링, 승차감은 가족 혹은 동료, 친구들과 함께 동행하기에 충분하다.
 
 ▲총평
 한국 실정에 맞는 카니발은 정말 개발하기 어려운 차다. 그런데 올 뉴 카니발은 연구개발 결과가 잘 묻어 나온 제품이다. 하지만 소비자 요구사항은 끊임없이 개선돼야 한다. 필자는 기아차 봉고 신화가 이번 세대 카니발에서 다시 부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한국 정서로 보면 올 뉴 카니발은 대적할 만한 경쟁차가 없어 보이니 말이다. 가격은 3,970만원이다.
 
시승/박재용 박사(이화여대 건축공학부)

▶ [그 남자의 시승]대한민국 최고급, 현대차 에쿠스
▶ [그 남자의 시승]매력있는 SUV, 짚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
▶ [그 남자의 시승]재규어 XF 3.0 슈퍼차저 AWD
▶ [그 남자의 시승]기아차 모하비, 부드러움은 장점이자 단점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