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미래가 달려오다, 르노 이오랩

입력 2014년10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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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파리모터쇼의 화두는 늘 그렇듯 친환경이었다. 특히 EU가 도입하려는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각 사가 선보인 친환경 기술 경쟁은 치열했다. 특히 프랑스는 EU보다 강화된 ㎞당 75g의 탄소배출 규제를 정했다. 그러자면 제조사가 연료 2ℓ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효율을 갖춰야만 한다. 물론 프랑스 정부 의도는 간단하다. 어차피 세계적으로 친환경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면 선제적 규제를 통해 전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프랑스차의 친환경 경쟁력 상승을 노린다는 얘기다.  


 르노 역시 프랑스 대표 자동차회사로 정부 방침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중심에는 모터쇼 한 켠을 장식한 이오랩이 있다. 온갖 친환경 혁신 기술로 무장한 1ℓ카다. 1ℓ카란 연료 1ℓ로 100㎞를 달릴 수 있는 차를 말한다. 이오랩에 자부심을 가진 르노가 파리 외곽 모처에 은밀한 시험 주행을 마련했다. 직접 타보고 달릴 기회를 제공했다.  


 이오랩에 적용된 최신 기술은 어림잡아 100여 가지 이상으로, 연구개발용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얻게 될 수많은 기술은 르노가 앞으로 내놓을 양산차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르노는 이오랩에 적용된 기술을 2016년 20~30%, 2018년 50~60%, 2022년 80~90%까지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오랩은 높은 효율 외에 거주성과 실용성, 쾌적한 승차감 구현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폭스바겐이 내놓은 1ℓ카 XL1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XL1 좌석에 앉아본 경험이 있는데, 당시 1인승 카누를 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고효율을 위해 공기 저항을 줄이려다보니 결과적으로 좁고, 낮아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오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개발의 핵심은 경량화와 공기역학, Z.E.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최신 동력계다. 우선 경량화는 동급 클리오(유럽 B세그먼트, 1,205㎏)와 비교해 무려 400㎏이 가볍다. 차체에서 130㎏, 트림과 장비에서 110㎏, 동력계와 섀시 등에서 160㎏를 덜어냈다. 특히 국내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개발한 마그네슘 루프 무게는 겨우 4.5㎏에 불과하다. 일반 강철 루프가 1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다이어트가 이뤄진 셈이다. 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성형이 용이해 생산 효율이 높은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라는 차세대 스틸 알로이 등도 포스코가 개발해 이오랩에 담은 최신 기술이다. 


 콘티넨탈이 제작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주요 부품을 경량화하고, 구조를 단순화해 기존보다 14.5㎏ 감량했다. 하지만 제동 성능을 희생하진 않았다. 유리 공급 회사 생 고뱅은 두께와 무게를 줄인 유리를 공급했다. 포레시아 시트에선 35㎏의 무게가 빠져나갔다. 동시에 30% 정도 용적이 줄었는데, 이 때문에 넓은 실내공간 확보가 가능했다. 

 물론 크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눈으로 가늠했을 때 너비는 앞 쪽보다 뒤 쪽이 좁고, 높이 역시 뒤로 갈수록 낮아진다. 이른바 "물방울" 형태다. 공기역학 성능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모양이지만 극단적이지 않다. 어디까지나 허용 범위에서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한 것일 뿐이다. 거주성과 실용성을 살려야 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린 셈이다.

 모터쇼 현장의 쇼카는 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수어사이드 방식을 채택했지만 시험용 이오랩은 운전석에 1개, 조수석에 2개의 문이 달린 3도어를 취하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차 벨로스터와 동일 구조다. 해당 구조는 좌우 균형에 약점이 생기는데, 르노는 차체 좌우에 다른 강재를 사용해 단점을 보완했다.


 속도에 따라 높이를 조절하는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공력 성능에도 기여한다. 주차 시 가장 높게 설정된 후 차가 움직여 속도가 5~75㎞/h 구간에 들어서면 25㎜ 낮아진다. 시속 75㎞를 초과하면 25㎜ 더 줄어든다. 프론트 범퍼에 장착된 스포일러 또한 공기 흐름을 위해 적용됐다. 속도에 따라 스포일러가 10㎝ 내려가며 리어 범퍼 플랩은 속도 변화에 열리고 닫힌다. 전용 디자인된 알로이 휠 역시 공기역학 구조를 채택하는 한편, 브레이크 냉각에도 효과적이다. 사이드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한 일은 대표적인 공력성능 향상 방편이다.

 여러 기능과 구조에 의한 공기저항 계수는 0.24Cd다. 수치상으로 획기적으로 볼 수 없지만 0.01Cd를 줄이는 것은 상상 외로 어려운 일이다. 클리오와 비교해선 30% 가량 낮다. 르노는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한층 진보한 HMI(Human Machine Interface)도 이오랩의 특징 중 하나다. 사용 편의성은 물론 전력과 내연기관 모니터링을 통한 효율 최적화를 노린 것. 정보를 표시하고, 관리하는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센터페시어에 하나, 계기판에 하나가 위치한다. 좌우 A필러 하단에도 스마트폰 크기의 모니터가 들어갔는데, 사이드미러 자리에 들어간 카메라가 촬영한 후측방 영상을 비춘다.

 센터페시어 모니터는 크기가 상당한 데다 팝업 형태여서 태블릿PC를 연상케 한다. 가로, 세로로 돌릴 수 있는데, 이 때 표시되는 영상 구성이 조금 다르다. 세로로 놓았을 때 최상단은 룸미러 역할을 대신한다. 아래에는 운행 특성, 도로 상태, 배터리 충전량 등을 파악해 효율 최적 운전을 돕는다. 적재량에 따른 타이어 공기압을 체크, 역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력계는 Z.E.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Z.E.는 배출가스가 없는 청정 상태, 즉 "제로 에미션"을 뜻한다. 르노 전기차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오랩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배출가스가 전혀 없지 않지만 전기차 모드를 지원하기에 동력계에도 Z.E.가 붙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병렬형이다. 그러나 직렬형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직렬 3기통 999㏄ 가솔린 엔진에 50㎾ 전기모터가 결합됐다. 시스템 총 출력은 120㎾, 최대토크는 20.3㎏·m이다. 효율에 유리한 무단변속기가 아닌 3단 클러치리스 변속기를 조합했다. 2단까지 전기모터에 물리지만 3단부터는 엔진과 함께 움직인다. 400V 축전용량 6.7㎾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한국의 LG화학과 공동개발했다. 르노는 LG화학의 기술력에 상당한 신뢰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출발 초기는 전기차 모드다. 따라서 높은 가속감이 특징이다. 전기차 모드로 80㎞/h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다. 그 이상에선 내연기관이 작동하는데, 최고 시속은 120㎞다. 이어 롱 레인지 모드를 선택했다. 출발은 무조건 전기차, 일반 주행은 하이브리드다.

 기어 레버는 작고 귀여운 다이얼 형태다. "D"에 놓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우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간다. 가속이 매끄럽거나 소음이 매우 적다는 느낌은 없다. 어디까지나 연구개발용이어서 진동소음은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주행 서킷에 올라 속도를 높였다. 속도를 올리고 내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높일 때 간혹 변속 충격이 있지만 거스를 정도는 아니다. 역시 연구개발용 차임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시속 70㎞를 넘어서면 프론트 스포일러 작동을 알리는 그래픽이 센터페시어 모니터에 표시된다. 그 밖에 여러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주행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점에서 양산화 단계에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으로 변화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타이어는 미쉐린이 참여했다.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레드 폭을 145㎜에 맞췄다. 구름 저항을 줄이는 소재 역시 적극 채용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접지력을 확보하는 새로운 트레드 기술을 선보였다. 가칭 "에너지 EV"로 불리는 타이어는 양산을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이오랩만을 위해 개발된 컨셉트 타이어다. 이와 관련, 시승 현장의 미쉐린 담당자는 "양산을 위한 타이어는 아니지만 관련 기술은 향후 미쉐린 타이어 친환경 제품군에 다양한 형태로 사용될 것"이라며 "BMW i3에 장착된 브리지스톤 올로직 타이어를 앞서는 효율성과 내구성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이오랩을 직접 살펴보고 주행한 결과 프랑스의 "2ℓ/100㎞" 효율 정책은 제조사의 관련 기술 개발에 촉매가 됐다는 확신이 들었다. 본격적인 정책 실현까지 5년이 남았지만 이미 양산에 큰 무리가 없는 기술력과 상업성, 대중성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이오랩 프로젝트 총괄 로홍 토팽은 "굳이 "1ℓ/100㎞"에 집중한 이유는 이 목표를 향해 가다보면 정부 기준은 자연스럽게 달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득 우리나라 친환경 고효율 기술 개발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간 국내 회사들이 선보였던 관련 기술은 아직 현실에서 멀다는 느낌이 강하다. 대표적인 게 수소연료전지차로, 상용화를 이뤄냈다지만 가격이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상업성은 없다. 전기차 역시 상업성과 대중성, 정부 정책 사이에서 길을 잃고 표류 중이다. 


 또 하나는 소통이다. 근래 앞선 제조사들은 제품이 나오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지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리는 중이다. 컨셉트나 기술 개념 설명을 통해 자신들이 확보한 기술과 개발 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이 같은 기술력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될수록 신차로 나왔을 때 이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신기술에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면 결코 지출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이 조금이나마 배웠으면 하는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자동차 미래전쟁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파리=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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