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도로 위 날쌘돌이, 폭스바겐 골프 GTI

입력 2014년10월16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판타지스타(Fantasista). 이탈리아어로 재주꾼, 다재다능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러나 우리는 축구에서 득점력과 드리블, 패스는 물론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센스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야말로 축구를 예술 경지에 올려 관람객을 홀리는 선수를 판타지스타로 부른다.  
  
 불세출의 해치백 폭스바겐 골프 제품군에도 "판타지스타"가 있다. 바로 골프 GTI가 주인공이다. 운동성능에 대한 열정이 바로 핫해치의 대명사다. 이름만으로도 뭇 자동차 마니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차로, 새로운 세대에서도 그 특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직진 가속 성능, 곡선을 빠져나가는 실력, 잘 서는 자동차의 본능을 잊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효율성까지 갖춰 그야말로 사람을 홀리는 완벽한 판타지스타로 거듭났다. 골프 GTI를 시승했다.
 
 ▲스타일
 일반형과 마찬가지로 6세대와 비교해 폭은 넓어지고, 높이는 낮아졌다. 둥글한 인상은 날카로움을 더했고, 눈매와 엉덩이는 날렵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세대를 거듭했어도 골프는 골프다. 역사를 관통하는 디자인은 그대로다. 누가 봐도 "골프다"라는 유전자를 품고 있다.
 
 GTI만의 디자인도 건재하다. 우선 GTI의 상징 허니컴 라디에이터 그릴이 배치됐다. 그릴을 가로지르는 붉은색과 크롬 스트립은 헤드램프까지 이어지며 일관성을 지닌다. 성격에 맞게 매우 날카로운 인상이다.
 
 토네이도 라인이라 불리는 GTI 선들은 휠 아치를 제외하고, 차체 전체를 감싼다. 시각적인 무게 중심을 줄여주기 위해서인데, GTI는 실제 기본 제품보다 15㎜ 낮다. 3개의 블랙 에어로 다이내믹 슬랫과 프론트 스포일러 하단의 블랙 스플리터, LED 전방 안개등도 GTI의 특징이다.

 전면 사이드 패널에는 GTI 로고가 들어갔다. 18인치 오스틴 알로이 휠에는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눈에 들어온다. 리어램프는 다소 어둡지만 LED가 켜지면 오히려 눈에 잘 들어온다. 에어로 다이내믹 플랩이 적용된 리어 스포일러, 검은색 허니컴 디퓨져, 듀얼 크롬 머플러도 GTI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소들이다.
 
 실내에도 GTI만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우선 D컷 스티어링 휠은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했다. 크기도 적당해 좌우로 돌리는 데 매우 편하며, 고속 주행 때 안정감도 뛰어나다. 검은 가죽에 들어간 붉은 스티치는 GTI 룩이라 불린다. 동일한 형태는 기어 레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계기판은 일반형과 동일 구조지만 시동을 걸면 속도계와 엔진회전계 바늘이 오른쪽 끝까지 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고성능 차가 흔히 사용하는 기능으로, GTI가 고가의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느낌만을 확실히 살렸다는 생각이다.

 비엔나 가죽 시트는 스포츠 버킷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몸을 살짝 감싸주는 느낌이 좋다. 이 밖에 브러쉬드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 캡, 8인치 멀티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등은 이전까지의 골프가 지니지 못한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성능
 엔진은 새로 설계된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 TSI가 장착됐다. 여기에 듀얼 클러치 방식의 6단 DSG 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 211마력, 최대 35.7㎏·m의 성능을 확보했다. 출력은 6세대와 동일하지만 토크는 7.1㎏·m 늘어 0→100㎞/h는 6.8초, 최고시속 210㎞(안전제한)를 기록한다.
 
 시동을 걸면 묵직한 엔진음이 귀에 들어온다. 슈퍼 스포츠카 가슴을 울리는 음색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스포츠 필링을 냈다는 점이 GTI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행 중 엔진음 또한 가다듬었다. 특히 스포츠 주행 모드는 변속을 할 때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 제조사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도로를 박차고 나가는 가속력은 일품이다. 가솔린 엔진 특유의 힘이 느껴진다. 듀얼 클러치 DSG는 자동 변속 모드여도 민첩하게 움직이지만 패들시프터를 사용하면 더욱 날랜 변속을 보여준다. 금세 속도를 높이며 도로 곳곳을 찌른다. 직선 도로에서 함께 옆을 달리던 차들을 뒤로 밀어내는 것을 보면 달리는 쾌감이 확실하다.
 
 단순히 직선을 달리는 일만 잘한다면 GTI의 명성은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가가 발휘되는 곳은 바로 곡선주로다. 민첩한 반응을 위해 적용된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과 진화한 XDS+(전자식 디퍼런셜 록)는 코너가 급할수록 기술적 밀도를 잘 드러낸다. 쉽게 말해 구불구불한 곡선 길을 마치 뱀처럼 매끈하게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다. 고속일지라도 전혀 불안함 없이 안정적으로 코너를 공략한다.
 
 주행 모드는 에코(Eco), 스포츠(Sport), 노멀(Normal), 인디비주얼(Individual) 등을 지원한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스포츠 모드가 단순히 엔진회전만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스펜션 세팅도 조금씩 다르게 가져가는데, 비로소 주행 모드 변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꽤나 정교하다. 운전자 의도를 확실하게 파악해 차를 돌린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일이 즐겁다는 기분이 든 건 오랜만이다. 제동 또한 민첩하고 정확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우고 싶을 때 분명하게 멈춘다. 효율은 복합 기준 11.5㎞/ℓ(도심 10.0㎞/ℓ, 고속 13.9㎞/ℓ),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53g이다. 이만한 성능에 나쁘지 않은 효율이다.
 
 ▲총평
 운전의 즐거움. 그것이 골프 GTI의 존재 이유다. 때로는 레이싱 기분을 물씬 내면서 때로는 편안하게 움직이는 실력이 절대 녹록치 않다. 게다가 묵직하면서 재빠른 스티어링 반응, 날랜 가속, 단단한 하체, 향상된 효율은 골프 GTI가 왜 도로 위 판타지스타인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숨겨진 야성을 깨우는 차, 바로 골프 GTI다. 가격은 4,310만원.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시승]미래가 달려오다, 르노 이오랩  
▶ [그 남자의 시승]기아차의 승부수, 올 뉴 카니발
▶ [시승]융합과 개성 담긴 CUV, 닛산 쥬크
▶ [시승]기대 이상의 반전, 렉서스 NX300h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