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소형 SUV 반격의 서막, 푸조 2008

입력 2014년10월2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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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조는 이미 200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성장하는 브랜드다. 최근에는 혁신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 단계 거듭나는 브랜드 스토리를 완성해 가고 있다. 마치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의 일상이 즐겁듯 푸조의 현재가 그렇다.

 변화는 208부터였다. 새로운 컨셉트의 내외관 디자인으로, 푸조의 새로운 방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조는 208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왔다.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진화의 시작"으로 불려도 좋을만했다. 그렇게 보면 푸조의 컴팩트 SUV 2008은 그 영화의 후속작 제목인 "반격의 서막"이다. 현존 푸조 제품 중에서 가장 "핫(hot)"해서다. 유럽 각국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됐으며,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판매 10만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통했다. 때문에 출시 전에 국내 관심이 달아올랐다. 이유는 무엇일까. 2008을 시승했다.

 ▲스타일
 프랑스 특유의 진보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매번 변혁을 추구하는 푸조지만 이번에는 더욱 각별하다. 208을 잇되 날카로움 대신 푸근함을 입혔다. 전체적으로 직선보다 곡선이 강조된 것. 실용적이면서 트렌디한 2008의 성격이 전반에 표현돼 있다.

 우선 전면부는 기존 펠린룩을 개선한 새 패밀리룩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테두리 크롬바를 더욱 두껍게 해 고급스러움과 강력함을 동시에 추구했다. 헤드램프는 독수리 발톱이 연상된다. 그만큼 역동성이 묻어난다. 범퍼는 투톤 스타일로 역시 강력함을 내비치는 요소다. 은색의 언더가드는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는 SUV 특유의 작법이지만 최근에는 기능성보다 겉모습 꾸미기에 가깝다. 

 측면은 그린하우스를 두른 크롬 마감이 눈에 들어온다. 크롬 마감은 흔히 존재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동시에 화려함을 좋아하는 아시아 소비자 취향이기도 하다. 자동차 판매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지면서 이런 디자인은 종종 채택되는 중이다. 중국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푸조 또한 비슷한 기조다. 휠 하우스는 아치보다 사다리꼴에 가깝다. 오프로더 분위기를 낸 것. 오프로더 대명사 짚에서도 이런 휠 아치를 만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루프 디자인이다. B필러를 지나면서 계단처럼 한층 상승해 있어서다. 또한 루프 바깥면은 올록볼록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이는 푸조 스포츠카 RCZ 버블 루프를 2008에 이식한 것으로, 공기역학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외형적으로도 스스로 평범하지 않음을 내보인다.

 후면 역시 역동에 초점이 모였다. 트렁크 도어는 물결처럼 굴곡 형상이다. 측면의 캐릭터 라인이 후면 물결을 중앙선으로 지난다. 마치 서핑을 즐기는 것처럼 경쾌하다. 리어램프 역시 날카로운 디자인인데, 푸조에서는 "사자의 발톱으로 할퀸 형상"으로 부른다. 표현이 어찌됐든 역동적이라는 얘기다. 범퍼에는 전면과 마찬가지로 언더가드를 덧댔다.

 실내는 푸조의 i-콕핏이 적용됐다. 한국인 디자이너 신용욱 씨가 참여해 화제가 된 디자인이다. 멀티미디어 터치 패널이 최근 자동차 인터페이스의 중심에 서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기능과 정보를 운전 중에도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스트루먼트 패널 형상에 신경을 쓴 점이 돋보인다. 특히 기존 스티어링 휠 안으로 보이던 계기판은 휠 바깥으로 과감히 뺐다. 마치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것. 그래서 붙은 이름도 헤드업 다이얼 계기판이다.

 시트 재질은 인조가죽과 패브릭 소재를 짠 것으로 이뤄졌다. 상당히 새로우면서도 특이하다. 위치는 수동으로 조절 가능하다. 전동식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오너드라이버가 1년에 좌석 위치를 바꿀 일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무게 줄이기라는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 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촉감은 매우 훌륭하다. 몸을 잘 잡아주는 데다 엉덩이에 닿는 느낌이 좋아 피로감이 쉽게 쌓이지 않는다. 

 ▲성능
 엔진은 1.6ℓ e-HDi 디젤이 올라간다. 여기에 6단 MCP를 조합했다. 최고 92마력, 최대 23.5㎏·m을 발휘한다. 출력이 조금 부족할 법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불만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잘 달린다. 연료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스톱앤스타트 시스템은 최근 3세대로 진화했다. 이에 힘입어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17.4㎞(고속 19.2 ㎞/ℓ, 도심 16.2㎞/ℓ )다. 결코 녹록치 않은 실력이다.

 우리 나라에서 푸조를 "디젤의 대명사"로 부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가장 먼저 대형 세단에 디젤엔진을 얹은 회사는 다름 아닌 푸조다. 그만큼 디젤엔진에 관한 노하우가 풍부하다. 1.6ℓ e-HDi 역시 장점이 많은 엔진이다.

 디젤엔진의 경우 잘 알려진 대로 진동소음이 심하다. 엔진의 기술력이 없기보다 폭발력이 강한 연료밀도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2008 엔진은 진동소음 면에 있어 큰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그간의 푸조 차와 비교해서도 현격히 낮은 진동소음이 인상적이다.

 반응도 즉각적이다. 차체 무게가 가볍기도 하거니와 터보차저의 성능이 남달라서다. 낮은 엔진회전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뿜는 엔진 성능도 만족스럽다. 과장하면 가속 페달에 닿은 발에 힘이 실리기도 전에 앞으로 튀어나간다.

 푸조의 하체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프랑스 도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수도 파리의 도로는 비포장도로처럼 울퉁불퉁하다. 때문에 프랑스 차에 있어 충격흡수는 필수 과제다. 2008이라고 다르지 않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는 오히려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날랜 움직임도 여전하다. 차는 느긋함을 좀처럼 내비치지 않는다. 외관만큼이나 통통 튀는 움직임에 운전이 재미있다. 물론 208 특유의 끼가 넘치는 달리기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2008은 SUV라는 사실을 잊어선 곤란하다. 컨셉트 자체가 208과는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변속기는 푸조의 자랑 MCP. 수동을 기반으로 만든 자동 변속기다. 따라서 일반 변속기와 약간 차이를 둔다. 예를 들자면 "P(주차)"가 없다. 정차할 때는 수동 변속기처럼 "N(중립)"에 변속기 레버를 두고, 핸드 브레이크를 걸어두어야 한다.  

 MCP의 장점은 수동 변속기에 버금가는 효율이나 변속감에 있어 호평을 받지 못했다. 특유의 울컥거림이 운전자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것. 그러나 2008은 이 울컥대는 느낌을 최대한 줄였다. MCP도 세대가 거듭될수록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총평
 회사가 강조하는 2008의 장점은 세 가지다. 우선 푸조의 노하우가 집약된 효율이다. EMP2 경량 플랫폼, MCP, 공기역학 구조, 디젤엔진 등을 통해 SUV임에도 ℓ당 17㎞라는 효율을 달성했다. 두 번째는 최근 글로벌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는 차급에 속해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최근 유행의 중심에 있는 차다. 트렌드 세터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은 가격이다. 프랑스 현지에서 2008은 최고급형이 3,200만원 이상에 판매된다.  한국의 경우 최고급 트림의 가격은 3,150만원이다. 수입사가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프랑스 본사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눴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소비자의 특성은 수입차를 더 이상 국산차와 별개로 여기지 않고, 동등하게 비교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수입차 장벽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동시에 선택 기준은 엄격해졌다. 어설픈 제품으로는 인정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을 떠올려 봤을 때 2008은 한국에서 푸조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줄 차임에 틀림없다. 이미 2008은 폭발적인 사전계약량으로 이를 증명했다. 가격은 2,650만~3,15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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