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점유율이 15%를 넘는 시대다. 고효율 디젤 인기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는 것. 수입차 약진에 현대차는 적지 않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 결과물로 내놓은 게 제네시스 완전변경이다. 그러나 문제는 제네시스와 그랜저 간 간극이 너무 커보이는 점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 현대차는 아슬란을 준비했다. 빼앗긴 시장점유율을 다시 찾아올 히든카드로 내세웠다.
아슬란은 그랜저(HG)를 기반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디자인 변경과 각종 편의품목 탑재로 현대차 전륜구동 제품군의 기함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2005년 다이너스티 단종 이후 9년만에 후속모델이랄 수 있는 차가 태어난 셈이다.
▲디자인 곳곳에서 그랜저 흔적을 지우려 애썼다. 그럼에도 앞펜더, 도어 등은 그랜저와 같거나 일부 수정에 그쳐 유사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길이 4,970㎜, 너비 1,860㎜, 높이 1,470㎜로, 그랜저 대비 길이만 50㎜ 길다. 휠베이스 또한 그랜저와 동일한 2,845㎜다.
앞모양은 현대차 앞바퀴굴림 세단 중 가장 기품있다. 사자를 뜻하는 "아슬란"과 묘하게 어울린다. 세로형 그릴 바는 중후한 분위기를 풍긴다. 반면 범퍼 아래는 가로형 디자인으로 대조를 이룬다. 헤드 램프 구성은 그랜저에 비해 단조로워 보수적인 눈빛이다.
옆모양은 전형적인 3박스 스타일이다.아슬란의 컨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형태다. 정제된 캐릭터 라인은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의 세련됨을 간결하게 표현했다.
뒷모양 역시 단순하다. 잔 선이 없는 데다 크롬 도금을 적용하지 않아서다. 실제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2.0 이후 후면 크롬 바를 사용하지 않는다. 테일 램프의 경우 멀리서 보면 제네시스가 떠오른다. 머플러를 비롯한 범퍼 아래도 제네시스와 그랜저를 닮았다.
실내는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는 가로형이다. 대시보드는 쏘나타와 제네시스를 적절히 조화시킨 모양이다. 인간공학적 배려의 HMI를 적용한 센터페시아는 배치나 조작감이 만족스럽다. 도어와 시트는 그랜저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고급 소재와 품목을 대거 적용함으로써 그랜저와 차별화했다. 우선 천장과 필러에 스웨이드를 썼으며, 시트는 프라임 나파 가죽과 퀄팅 패턴 디자인을 채택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헤드 램프, 전방추돌경보 시스템 등이 그랜저와 다르다.
▲성능
V6 3.0ℓ, 3.3ℓ 두 가지 배기량의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얹는다. 시승차는 3.3ℓ다. 최고 294마력 및 최대 35.3㎏·m의 힘을 발휘한다.
가속과 동시에 묵직한 엔진음이 스포츠 세단의 감성을 발휘한다. 차체와 무게는 그랜저와 비슷하지만 엔진 배기량이 커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내놓으며 유독 강조했던 부분은 승차감, 정숙성이다. 실제 승차감은 현대차 중 가장 부드러운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단한 스포츠 주행보다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 것. 요철은 물론 노면 단차도 거뜬히 상쇄할 정도의 안락함이다. 그럼에도 고속안정성 역시 뛰어나다. 고속 영역에서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차가 이 부분에 자신있어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직분사 엔진의 걸걸한 엔진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억제했다. 보닛의 방음대책과 이중접합 차음유리로 외부 소음을 현저히 줄였다. 반면 고속주행 시엔 약간의 풍절음이 들렸다. 노면의 소음을 모두 잡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표시효율은 복합 9.5㎞/ℓ다. 시속 90㎞의 정속주행에선 ℓ당 15㎞ 이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속도 변화 시 효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총평 아슬란은 "전륜구동 기함"이란 틈새시장을 노리는 동시에 4,000만 원대 수입차시장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주무기로 내세운 편안함, 정숙성은 현대차가 주요 소비층으로 설정한 40~50대와 맥이 닿는다. 독일 등 일부 유럽차의 경우 역동성과 고효율을 강조하지만 현대차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과제도 엄연히 존재한다. 과거 다이너스티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더 많은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판매가격은 G300 모던 3,990만 원, G330 프리미엄 4,190만 원, 익스클루시브 4,59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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