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있다. 밝고, 유쾌하며, 건강하다. 여기에 잘 달리고, 통통 튀는 개성도 갖고 있다. 또한 창의적이고, 감각적이다. 반대로 좁다, 불편하다, 그저 이쁜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니는 "진화"라 불러도 좋을 만큼 급진적 변화를 보이는 중이다. 장점은 남기고, 단점을 점점 줄이는 추세다. 다양한 형태의 미니가 등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최근 선보인 3세대 미니는 "BMW로의 완전편입"을 상징한다. BMW가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해서다. 이어 미니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차가 등장했는데, 바로 55년 역사상 처음 등장한 "5도어 해치백"이다.
미니 5도어 해치백은 고유 디자인과 고카트 주행감각을 유지했으면서도 공간과 실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요구받아온 "실용성"에 대한 미니만의 해석이다. 가을 하늘 청명한 대관령 일대에서 미니 쿠퍼 SD 5도어를 시승했다.
A필러까지 3도어 미니와 완벽히 동일하다. 동그란 눈에 입을 벌린 모습에서 넘치는 장난기가 느껴진다. 시승차인 고성능 제품 "쿠퍼 S"는 범퍼 하단에 공기 흡입구가 양쪽으로 들어간다. 또한 보닛 엠블럼 위쪽에도 공기흡입구가 있다. 두 부위 모두 고성능 분위기를 전하면서 엔진 냉각이라는 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측면으로 돌아가면 5도어 특징들이 하나 둘 드러난다. 우선 뒷문 추가로 16㎜ 길어지고, 휠베이스는 3도어 대비 72㎜ 늘어났다. 이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실내 공간 확장으로, 뒷좌석 탑승자 무릎 공간은 37㎜ 넓어졌다. 적재 공간 또한 기존에 비해 67ℓ 증가한 278ℓ다. 시트를 모두 접으면 적재 공간은 941ℓ까지 확장된다.
후면 역시 미니 특유의 느낌이다. 미니의 상징 요소 중 하나인 세로 리어램프는 여전히 귀여움을 뽐낸다. 역시 고성능 특성을 반영하듯 범퍼 중앙의 듀얼 머플러가 눈에 띈다. 트렁크 도어 귀퉁이에 부착된 쿠퍼 SD가 차의 정체를 설명한다.
실내는 미니 3도어와 동일하다. 우선 미니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커다란 센터페시어 원형 속도계는 멀티미디어 모니터로 변경됐다. 대신 엔진 회전계만 위치하던 스티어링 휠 뒤편에 세 개의 원으로 구성된 새로운 계기판이 장착됐다. 센터페시어 창문 개폐 스위치는 자리를 옮겼다. 생소함이 익숙함으로 변한 부분이다.
쿠퍼 SD는 디젤 제품군 최상급 트림이다. 가솔린 쿠퍼S와 맥을 같이한다. 엔진은 BMW그룹의 4기통 2.0ℓ 디젤 터보다. 제원표 기준 최고 170마력, 최대 36.7㎏·m의 힘을 내는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7.3초, 최고시속은 223㎞/h다.
기본적으로 경쾌한 움직임에 힘이 더해졌다. 마치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이다. 반응이 즉각적일뿐더러 조향의 민첩함도 인상적이다. 외형은 깜찍과 앙증이지만 실제 주행 성향은 치밀한 근육을 가진 스프린터 성격이 훨씬 강하다.
직선에서 뻗어나가는 실력이 대단하다. 마치 권투선수가 팔을 쭉 뻗어 상대를 가격하는 "스트레이트"와 비견될 만하다. 그만큼 직접적이고, 힘차다. 끝을 알 수 없는 가속이 지속되는 것.
곡선로도 직선 못지않다. 요리조리 몸을 움직이며, 코너를 깊숙하게 찌른다. 기존에 비해 부드러워졌다지만 여전히 통통 튀는 하체다. 엉덩이를 통해 약간의 진동이 전달된다. 그러나 그 떨림마저도 달리는 즐거움의 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운전 재미를 높이기 위해 미니 드라이빙 모드가 적용됐다. 3가지 주행 모드 중 스포츠는 더욱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케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제동 능력이다. 재빠르고 정확하다기보다 약간 투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니는 5도어 해치백을 스스로 브랜드 영역의 확장을 담당하는 차로 부른다. 3도어가 부담스럽다던 소비자를 끌어올 명분이 확실해서다. 실용적이지 않다며 비판만 일삼던 소비자도 이제는 불만을 접어야 할 때다. 미니는 소비자 요구 하나 하나를 반영해 분명한 진화를 이뤄내는 중이다. 쿠퍼 SD의 가격은 4,490만원이다.
대관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