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가 3년 만에 부분변경을 거친 2015 캠리를 출시했다. 사실상 부분변경이지만 엔진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사람에 빗대 표현하자면 전신성형을 거친 것과 같다.
이렇게 파격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토시히로 나카호 부수석 엔지니어는 "중형 세단 시장에 강력한 경쟁 차종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 중형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다. 캠리는 승리의 깃발을 흔들 수 있을까? 2015년형 캠리를 시승했다.
▲스타일
기존 디자인과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토요타 같다"는 것이다. 그동안 토요타는 일정한 패밀리 룩을 따랐다기보다 각 차종의 성격을 드러내는 디자인을 채택해왔다. 그 차의 분위기와 판매되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각각의 개성을 중시했던 것. 하지만 이번 신형은 딱 봐도 토요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렉서스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한 눈에 봐도 같은 식구다.
전면부는 강한 인상을 풍긴다. 입을 벌린 라디에이터그릴과 시원하게 뻗은 헤드램프는 대형 세단인 아발론과 닮았다. 여기에 "와이드 앤 로우"를 채택해 저중심의 안정감을 실현했다. 하단부 주간주행등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측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차체 라인은 한결 자신감이 넘친다. 거칠 것 없이 쭉쭉 뻗어나간 모양새다. 뚜렷하게 자리잡은 도어 중앙의 벨트라인과 하단 캐릭터 라인은 건강하고 섹시한 자태를 완성했다. 차체 길이는 45㎜ 늘어났다.
뒷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직각 형태 리어 램프를 수평형으로 개선해 유려해졌다. 바짝 치켜들었던 엉덩이도 얌전하고 차분해졌다. 과했던 디자인을 살짝 절제, 보다 고급스런 이미지를 가미했다는 평가다.
실내 역시 완전 변경했다.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어, 실내 소재를 모두 바꿨다. 계기판은 최근 유행을 따라 중앙에 멀티미디어 창을 삽입했는데, 실시간 연료 효율과 주행 가능거리, 내비게이션의 지시 방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형태로 다듬었다. 물론 다양한 조작이 가능한 다기능 스티어링 휠이다.
센터페시어는 기본적인 배열 방식만 유지한 채 디자인을 다듬었다. 소재와 색상에 통일감을 줘 한층 세련되고 단정하다. 조작 버튼은 큼지막해졌다. 북미 소비자들이 장갑을 끼고 조작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반영한 것이다. 도어 트림에도 플라스틱이 아닌 가죽을 활용했다. 확실히 이전보다 한 템포 점잖아졌다.
실내 곳곳에는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널찍한 센터 콘솔과 컵홀더는 기본이고, 센터페시어 아래 프런트 콘솔박스와 액세서리 박스도 마련했다.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엔 코인 박스도 비웠다. 앞뒤 도어 포켓은 공간을 세분화해 활용도를 높였다.
▲성능
신형은 2.5ℓ 가솔린과 2.5ℓ 하이브리드, 3.5ℓ 가솔린으로 구성된다. 2.5ℓ 가솔린은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181마력, 최대 23.6㎏·m의 토크를 발휘하며, ℓ당 복합 효율은 11.5㎞다. 2.5ℓ 하이브리드는 143마력의 전기모터를 결합해 최고 203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21.6㎏·m, ℓ당 복합 효율은 16.4㎞다. 3.5ℓ 가솔린의 경우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해 최고 277마력, 최대 35.3㎏·m의 토크를 달성했다. 복합 효율은 10.4㎞/ℓ다.
시승은 2.5ℓ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 진행했다. 먼저 2.5ℓ 가솔린에 탑승했다. 운전자까지 모두 4명이 동승했다. 앞좌석은 모두 전동 시트를 장착했지만 뒷좌석은 수동이다. 일명 "엉뜨"라고 불리는 열선 시트도 앞좌석 위주다. 하지만 뒷좌석에도 덕트는 있다.
정지 상태에서 소음은 수준급이다. 함께 동승한 나카호 부수석은 신형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소음과 진동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서스펜션이 완성하지만 마지막 미세한 차이는 소음과 진동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흡차음재를 대폭 강화했다. 또한 풍절음 방지를 위해 위드실드 글래스에 소음 차단 필름을 삽입하고, 윈도우와 실 사이의 실링 성능을 향상시켰다. 실제로 속도계가 100㎞/h를 넘어서는 정숙하다. 여기에 JBL의 풍부한 사운드가 더해지니 더할나위 없는 드라이브 코스가 완성됐다.
서스펜션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가볍고 물렁일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다.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전체가 한 몸으로 단단하게 대동단결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부드럽고 우아한 중형 세단의 느낌은 줄고, 오히려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환하고 수동 기어를 사용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수동으로 변속하면 엔진회전수가 올라가는 게 바로 느껴진다. 기존에 "아버지 차"라고 평가됐던 고루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본질은 중형 세단인 만큼 폭발적인 주행 성능보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뒷좌석에 누굴 태워도 불평은 없을 듯하다. 이 차의 장점이 뭔지, 단점이 뭔지 굳이 꼽을 수 없다면 그것이 바로 중형 세단의 정석이라는 판단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확실히 가솔린보다 더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하이브리드 차종에 마련된 에코 모드와 EV 모드를 적절히 사용하면 연료 효율은 운전자 의도대로 개선된다. 에코 모드는 엔진과 공조시스템을 절약해 고효율 주행을 실현한다. 가속 시에도 살짝 제한을 받는 느낌이다. EV모드는 전기 모터만으로 조용히 주행한다. 주택가나 야간 주행 시, 또는 주차 구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EV모드는 저속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에 시속 40㎞를 넘으면 자동 해제된다.
▲총평
캠리는 1982년 1세대를 출시한 이후 2011년 7세대까지 1,600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차종이다. 하지만 점차 중형 세단이 소형차와 대형차 위주의 경쟁에서 소외되기 시작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신차를 선보이며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1위 기업, 토요타의 결단은 재빨랐다. 국제적인 경쟁 상황을 직시하고 과감하게 제품 변신을 이뤄냈다.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파격적으로 변화한 신형 캠리를 내놨다. 소비자들은 기대에 부풀었고, 이미 국내에선 사전 계약이 600대를 돌파했다. 한국토요타 요시다 아키히사 사장은 연간 3,000대라는 소극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내심은 다를 것이다. 5,000대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캠리의 내년이 기다려진다.
제주=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