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대통령 및 정부 고위인사들이 이용하는 관용차를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교체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지만 지지부진하던 프로젝트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과의 갈등으로 수입 대체 국산품 생산 장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6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최근 관용차 공급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국가 정상용 리무진과 수행원 및 경호원들을 위한 미니버스·지프 차량, 고위공직자들을 위한 승용차 등의 관용차를 생산할 자국 내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였다. 대통령이 탈 "1호차"는 800~850마력의 7천cc급 엔진을 장착한 리무진을 구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현재 장갑 설비가 된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에 1억7천만 달러(약 1천870억원)를 투입해 매년 3만대의 자동차를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말까지 업체를 선정해 곧바로 설계 및 생산에 들어간 뒤 내년 말까지 시험 생산을 시작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관용차를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코르테슈"(차량행렬) 프로젝트는 당초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이 자국 내 자동차 산업 육성 차원에서 관용차를 국산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러시아 국내 자동차 생산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수입 자동차 업체들의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추지 못한 등의 문제로 프로젝트 이행이 지연돼 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입 대체가 가능한 제품은 될 수 있으면 국산을 이용하자는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관용차 국산화 프로젝트도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국산품 장려 운동을 주창한 공직자들이 외제 차량을 타고 다니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여론도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아직 자동차 생산 기술이 서방 업체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러시아 업체들이 관용차에 필요한 안정성과 성능을 갖춘 자동차를 생산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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