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C4 제품군의 두 번째 주자가 한국을 찾았다. 5인승 C4 피카소로, "피카소"라는 이름은 스페인 유명 화가 파블로 피카소에서 따왔다. 예술가 이름이 붙어 있는 만큼 전방위 예술작품과 같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C4 제품군 중에는 이미 국내에 소개한 7인승 그랜드 C4 피카소의 인기가 높다. 높은 실용성과 국내 유일 디젤 미니밴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C4 피카소는 그랜드 C4 피카소의 실용성과 디자인을 이어받으며 도심에 최적화했다. 그랜드 C4 피카소가 가족여행에 어울린다면 C4 피카소는 "내 자신의 삶을 위한 차"라는 게 수입사인 한불모터스의 설명이다. C4 피카소를 시승했다.
▲디자인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해치백도 아닌 것이 SUV도 아니고,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상당히 애매한 형태다. 굳이 따지자면 "크로스오버"라는 수식이 붙는다. 융합시대의 산물과 같은 차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을 품었다. 그러나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날카롭게 뻗은 LED 주간주행등이 날렵한 느낌을 풍긴다. 언뜻 미래형 자동차의 모습도 엿보인다. 헤드 램프는 그 하단에 위치, 기능적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측면은 다부지다.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박스 형태로 제작했는데, 측면 선이 뒤로 갈수록 상승해 "박스카"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그랜드 C4 피카소와 비교해 길이가 상당히 짧아졌다. 이는 7인승과 5인승의 차이다. 뒷모양은 깔끔한 인상이다. 리어 램프는 평범한 사각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3D 입체영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전면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첨단 디자인이다.
실내는 공간활용성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PSA그룹의 EMP2 플랫폼을 적용, 안락하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구형과 비교해 길이는 40㎜ 줄었으나 휠베이스가 57㎜ 늘어나 처음 탔을 때 "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전면 유리와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탁월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2개로 나눈 A필러 역시 전측방 시야를 확보하도록 돕는다.
시원한 내부 분위기에 걸맞게 센터페시어 최상단에는 12인치 파노라마 HD 스크린을 넣었다. 계기판 역할과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겸한다. 각종 주행 정보 등이 표시된다. 다만 주행 중 시선이 분산된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중앙 모니터는 7인치 크기로, 터치 패드를 겸한다. 접촉식 버튼으로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및 전화 등을 조작할 수 있고, 각종 세팅도 이뤄진다.
열선을 포함한 스티어링 휠은 크롬 마감으로 깔끔한 인상을 준다. 기어 레버 위치는 스티어링 휠 뒤쪽 대시보드에 자리잡았다. 익숙한 형태는 아니다. 또 너무 가벼워 조작 시 주의가 필요하다.
시트는 꽤 안락하다. 특히 2열 시트의 허리각도 조절이 가능하다. 그랜드 C4 피카소와 마찬가지로 1열 시트 뒷부분엔 간이테이블과 LED 조명을 넣었다. 탑승자 수가 많지 않을 것을 가정한 도심형 MPV라고 해도 실용성과 타협하지 않은 셈이다.
적재공간 또한 꼼꼼히 갖췄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37ℓ, 2열을 앞으로 최대한 당기면 630ℓ로 늘어난다. 2열을 접을 경우 1,851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 1열 시트 아래, 2열 시트 바닥, 트렁크 바닥 등에 추가 적재공간을 마련해 실용성을 크게 높였다.
▲성능 유로6를 만족하는 2,0ℓ 블루 HDi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고 150마력, 최대 37.8㎏·m를 낸다. 낮은 엔진회전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도록 설계, 출발가속이 매우 민첩하고 힘차다. 연료효율은 아이들링 스톱&고 시스템을 더해 복합 기준 ℓ당 14.4㎞다.
이 차에 적용한 EMP2는 PSA그룹의 최신 플랫폼으로, 푸조 308 등에 사용한다. 핵심은 경량화다. C4 피카소는 구형보다 차체 무게를 70㎏ 줄였고, 보닛과 테일게이트 등에서 70㎏을 추가로 감량했다. 따라서 2.0ℓ 디젤 엔진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움직임이 가볍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소음은 크지 않다. 디젤 엔진의 기술력으로는 세계 선두를 다투는 회사가 만드는 차답다. 하체는 그랜드 C4 피카소와 비교해 조금 단단한 세팅이다. 패밀리밴으로 탑승자의 안락함까지 고려해야 하는 게 그랜드 C4 피카소라면, C4 피카소는 그 보다는 운전의 재미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코너링 시 흔들림은 비교적 잘 억제했다. 요철구간을 지날 때 엉덩이에 전달되는 진동도 잘 흡수한다. 역동성까지 발휘하는 건 아니지만 달리고 도는 데 스트레스가 없다. 도심형 MPV다운 성능이다. 튀는 외관보다 진중한 움직임이다.
1.6ℓ에 EGS라는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를 물리는 것과 달리 2.0ℓ 엔진에 조합하는 변속기는 일반 자동 6단이다. EGS의 경우 특유의 울컥거리는 변속감이 편한 운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일반 변속기는 매우 부드럽게 저단과 고단을 오간다.
제동능력은 나름 훌륭하다. 일상생활에서 급제동을 할 일은 거의 없지만 일부러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아봤다. 차가 즉각 멈춰선다. 몸집에 비해 안정적인 제동능력을 보유했다.
▲총평
C4 피카소는 시트로엥의 주력차종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특히 시트로엥 DS가 큰 실적을 이끌지 못하는 시점에서 내년에 별도 브랜드로 분리하면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그랜드 C4 피카소와 함께 시트로엥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4,190만 원이라는 판매가격이다. 그랜드 C4 피카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판매간섭을 우려하기도 한다. 실제 시트로엥 내부에서도 그랜드 C4 피카소와 C4 피카소를 같이 언급하는 걸 꺼린다. 그러나 C4 피카소는 나름의 영역이 확고하다. 특히 가족형의 큰 차가 부담스러운 이에겐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도심에서 운전하기 편하고, 실용성이 높은 장점이 확실해서다. 여기에 내년에 1.6ℓ가 가세하면 C4 피카소의 영역도 더 확장될 전망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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