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앉아서 쉬라"라는 말을 종종 하지만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은 꽤나 고역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다. 야근이 일상인 직장인은 평균 12시간 정도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다. 한국인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시간20분, 자가용을 이용하든 운좋게 버스나 지하철의 빈자리를 차지하든 꼼짝않고 의자에 묶여 있는 시간이다.
좁은 장소에 오래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다리가 아프고 붓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다. 되도록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라고 의학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운동부족으로 각종 질병들을 불러오고, 심지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다. 동시에 좋은 의자를 이용할 것을 이들은 당부한다. 척추측만증, 거북이목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환들 중 상당수가 자신과 맞지 않는 의자가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가격이 비싸다고 모두 좋은 의자는 아니다. 등받이 각도나 쿠션의 정도, 몸을 지지하는 세부 요소들의 위치와 디자인. 몸에 닿는 촉감 등 좋은 의자가 갖춰야 할 조건은 많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안락한 휴식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의자가 우리 몸의 체중을 적절히 나눠 실어야 한다. "체압분산(體壓分散)"이야말로 의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미덕인 셈이다.
우리 몸의 근육은 자체적으로 심장에서 흘러온 피를 되돌려보내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면 근육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혈액순환이 떨어진다. 운동량이 적을 때도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려면 몸이 받는 압력이 자연스럽게 분산돼야 한다. 허리나 목, 엉덩이 특정 부위에 체중이 쏠리면 피가 잘 돌지 않아 피로가 누적된다. 의자에 앉았을 때 각 부위별 빈 공간을 채워서 무게를 골고루 분산시키면 이런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좋은 자동차 시트의 조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도, 먼 거리를 떠나는 여행길에서도 운전자가 편안하고 정확하게 차를 몰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담아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좋은 시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닛산 알티마와 캐시카이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은 "저중력 시트"가 탑재됐다. 우주공간에서의 활동을 다룬 SF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인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나온다. 중력에 얽매이지 않은 ‘중립자세’다. 의자에 앉든 침대에 눕든 이 자세가 가장 피로도가 적다. 저중력 시트가 이 중립자세를 유지하게 한다.
시트는 동력계를 제외하고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비싸다. 멋진 쇼파가 거실 분위기를 좌우하고 집주인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듯 시트도 자동차의 완성도를 결정하고 운전자가 쾌적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만든다. 좋은 의자를 고르듯 시트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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