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작은 변화가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전면부는 조금만 달라져도 그렇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연초 공개한 부분변경차 SM5 노바 역시 마찬가지다. 르노그룹의 유러피언 디자인을 "노바"라는 명칭과 함께 각 차종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대표 세단 SM5의 얼굴도 바꿨다.
르노삼성차에 SM5는 단순한 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97년 삼성자동차 출범 이후 회사를 지탱해온 기둥이자 역사 그 자체여서다. 2016년까지 내수 점유율 3위를 노리며 절치부심에 나선 회사로선 이번 SM5 노바의 성공이 절실하다.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춘 SM5 노바 중 1.6ℓ 터보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TCE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새로운 전면부 디자인을 채용하면서 르노삼성차 전체 라인업의 패밀리룩이 완성됐다. 준중형차 SM3부터 기함 SM7까지 모두 신성(新星)을 의미하는 "노바"라는 제품명과 함께 새로운 디자인 기조를 공유하게 된 것.
달라진 얼굴은 중후한 멋이 강조됐다. 세 개의 굵은 크롬선을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에 가로배치하고, 그 가운데 로고가 자리 잡았다. LED 주간주행등이 추가된 전조등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소 밋밋했던 지난 세대와 달리 시선을 잡아끄는 인상을 완성했다. 최근 중형급 세단에서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톡톡 튀는 디자인이 대세라면 SM5 노바는 오히려 진중함과 무게감을 전면에 앞세운다. 한껏 길게 뺀 보닛에서 기함인 SM7이 연상될 정도다. 그만큼 이 차가 르노삼성차에서 맡은 역할이 묵직하다는 걸 의미한다. 세련되면서도 고루하지 않은 디자인의 균형감은 칭찬받을 만하다.
측면과 후면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신규 디자인을 적용한 18인치 알로이휠은 중형 차에선 누리기 힘든 호사다. 다른 트림과 차별을 두기 위한 "TCE" 배지와 "XE" 트림 표시가 눈에 띈다. 듀얼머플러 역시 TCE의 고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요소다. 이밖에 새롭게 추가된 외장색 "노르딕 블루"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실내 역시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광택 처리된 우드 트레이로 센터페시아 상단을 마감하고, 인조가죽 소재 곳곳에는 스티치 처리를 더했다, 문 손잡이나 기어콘솔 주변에는 광택 소재를 적용해 포인트를 줬다. 본격적인 버킷형태는 아니지만 시트는 운전자 몸을 안정적으로 감싼다. 적당한 쿠션과 질감이 만족스럽다. 시트 상단에 새겨진 "XE"로고는 조금 부담스럽다.
시인성 좋은 후방카메라, A필러 부근에서 점멸 신호로 차나 장애물 등의 존재를 알리는 사각지대경보장치 등은 시승 내내 유용하게 활용했다. SM5 특유의 듀얼 썬루프도 눈에 띈다.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은 이번 부분변경차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휴대기기와 차 내 모니터를 와이파이로 연결하고, 7인치 터치 스크린과 휴대폰 등 양쪽에서 모두 조작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휴대폰 등에 T맵 링크를 내려받아 모니터에 띄울 수 있고, 조수석 동승자가 휴대기기로 내비게이션을 안전하게 조작할 수도 있다. 멜론 뮤직 등 음악 감상 앱을 연결하거나 동영상 파일을 유선 연결 없이 재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기술인 만큼 아직 범용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통신사와 휴대기기 종류의 제약이 많은 편인 것. 몇몇 기기에서는 시스템 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운전자가 스마트폰 등에 내비게이션 앱을 내려 받아 사용한다는 점, 순정 내비게이션을 넣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가격 인하 요인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점에서 향후 개선을 기대해본다.
사운드시스템은 만족도가 상당하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일반 중형 세단의 순정 상태에선 최상의 음질을 선사한다. 중저음이 과장되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명료한 음처리가 인상적이다.
▲성능 동력계에 변화는 없다. 1.6ℓ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에 듀얼클러치(DCT)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최고 190마력, 최대 24.5㎏·m 성능에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3.0㎞를 기록했다. 2.0ℓ 일반 가솔린과 비교해 최고출력은 49마력, 최대토크는 4.7㎏·m 높다, 그러면서 연료효율은 ℓ당 0.4㎞ 우수하다. 다른 2.0ℓ 국산 중형 세단과 비교해도 성능과 효율 모두 앞선다.
터보엔진은 터보차저가 가동해 제 성능을 낼 때까지의 시간차, 즉 터보랙(lag)이 존재한다. 초반 가속 등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원인이 되는 게 터보랙이다. SM5 TCE의 경우 신차답게 심한 터보랙을 느낄 수 없다. 급가속 상황이 아니라면 크게 불만 없을 반응이다. 듀얼클러치의 재빠른 변속도 차가 기민하게 반응하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 짐작해본다.
일단 터보가 작동하면 기대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엔진음도 제법 앙칼지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제한속도인 시속 110㎞를 넘어 그 이상에서도 무리 없이 속도를 붙여나간다. 서스펜션 세팅이 부드러우면서도 의외로 고속에서 안정감 있다.
브레이크 성능도 충분하다. 중형 세단은 아무래도 일상 주행과 가족 탑승객을 고려한 세팅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페달을 밟으면 콱콱 서는 강한 답력은 아니지만 의도한대로 속도를 줄이기엔 큰 무리가 없다.
카랑카랑한 엔진음이 들려오지만 불편한 외부 소음은 최대한 차단됐다. 르노삼성차가 자랑하는 정숙한 실내다. 풍절음이나 노면소음 등을 막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정지 상태에서 진동 차단도 상당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다.
▲총평
"신선하면서도 편안하다", SM5 노바 TCE의 시승 소감이다. 새로운 얼굴과 외장색,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연결하는 미러링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장치 등을 비롯한 각종 편의품목은 앞서 출시된 SM7 노바와 유사했다. 그만큼 새롭고 고급스럽게 바뀌었다는 의미다.
전체적인 제품 이미지가 개선된 만큼 그간 일반 소비자에게 낯설게 다가왔던 TCE를 전면에 앞세우기에도 시의적절하다.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의 동력 성능이 기대 이상이어서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TCE와 동일하지만 2.0ℓ 일반 가솔린과 또 다른 주행 감각이 디자인과 어우러지며 새롭게 다가왔다.
지난해 선보인 1.5ℓ SM5 디젤이 수입 디젤 공세에 맞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면 올해는 가솔린-가솔린 터보-디젤-LPG 등의 라인업에서 TCE가 한층 더 빛나리란 전망이다. 낮은 배기량, 터보랙 등에 대한 선입견만 없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격은 2,790만원이다.
시승/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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