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타는 1979년 첫 출시 이래 "골프 세단"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해치백의 대명사"로 불리던 골프를 기반으로 만들어서다. 그래서 출시 때마다 과제는 항상 "차별화"였다. 이를 위해 보라, 벤토 등의 이름을 부여한 바 있지만 골프와 공유하는 범위는 5세대까지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2010년 6세대부터 크기를 결정짓는 휠베이스부터 골프와 다르게 설정했다. 물론 플랫폼 전반은 공유했지만 가지치기 제품이 아닌 전혀 다른 차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골프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런 차별화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상품성이 개선된 새로운 제타의 프리미엄 트림을 만나봤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준수하다. 전면부는 정확히 골프와 파사트의 중간에 해당하는 느낌이다. 헤드램프에 LED 주간주행등과 바이 제논을 넣어 강조했지만 표정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패밀리룩으로 자리매김한 수평형 그릴은 하단의 흡기구와 함께 차폭을 넓어보이게 한다. 범퍼는 모서리를 살려내 절제된 모습이다.
측면은 정통 세단의 형태로 비례감이 좋다. 쿠페형 세단의 흐름은 벗어났으나 C필러를 뒤로 밀어내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간결한 어깨선은 수평 이미지를 부각해 차체가 길어 보이게 한다. 리어램프는 LED로 강조했다.
실내 역시 개성보다는 무난함을 표현했다. 다기능 스티어링 휠은 골프와 같지만 대시보드, 센터페시아, 도어 트림 등은 다르다. 센터페시아와 일부 부품은 검정색 고광택 소재로 마감했으며, 버튼은 모니터 및 AV시스템을 통합하고 에어컨을 하단에 구성했다.
뒷좌석 공간은 골프보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 특히 다리 공간은 중형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적재 용량은 510ℓ로 눈에 띄게 깊고 넓다. 뒷바퀴 공간의 침범을 최소화한 데다 트렁크 개방각을 키워서다. 덕분에 짐을 싣고 내리기에도 편하다. 여기에 6:4 비율로 접이가 가능한 뒷좌석을 마련해 세단임에도 공간활용성을 극대화 한 점이 특징이다. 리어램프, 후방 카메라 배선 등의 일부 마감은 다소 아쉽다.
편의품목으로 마련된 코너링 라이트는 스티어링 휠 각도에 따라 조사각이 달라져 야간 선회 시 유용하다. 이밖에 스마트키, 엔진시동버튼, 크루즈 컨트롤, 앞좌석 열선, 뒷좌석 에어벤트, 12V 아웃렛 등이 마련됐다.
▲성능
국내 수입의 제타는 디젤 2.0ℓ TDI 엔진만 두 가지를 얹는다. 프리미엄 트림의 엔진은 최고 150마력, 최대 34.7㎏·m를 낸다. 새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를 만족하며 미국이 적용할 LEV3도 통과했다. 여기에 6단 듀얼클러치(DSG)를 조합해 변속 속도와 효율을 다 잡았다. 하지만 유로6 기준을 초과해 사라진 1.6ℓ 엔진은 아쉽다.
가속력은 폭발적이지 않지만 무리 없다. 실용 위주의 토크 설정 덕분이다. 고효율을 지향하는 제품이지만 스포츠 모드를 지원한다. 하지만 가속력에 비해 제동력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생각보다 깊숙이 밟아줘야 한다.
서스펜션의 설정은 독일차답게 단단하다. 유럽 감성을 차체에 불어넣은 결과다. 소음·진동 대책은 일반 소형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속 100㎞ 이상에선 풍절음이 들리며 한계를 보인다.
국내 효율은 복합 ℓ당 15.5㎞, 도심 13.8㎞/ℓ, 고속도로 18.1㎞/ℓ로 2등급에 해당한다. 도심 실 주행 시 15.8㎞의 효율이 측정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26g이다.
▲총평
무난하고 또 무난하다. 튀는 멋은 없지만 표준을 제시한 느낌이다. 골프와 닮은꼴은 이제 브랜드 기조에 머무른다. 효율과 안정의 주행 감성과 뛰어난 공간 활용은 패밀리 세단으로 충분해 보인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 제타, 파사트를 앞세워 올해 4만대 목표를 세웠다. 골프 중심의 해치백 바람이 불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세단을 선호하는 성향이 남아있다. 게다가 고효율 디젤 흐름을 탄 제품으로 수입차에 입문하려는 소비자에게 적절할 듯하다. 가격은 3,650만원.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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