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는 부분변경 제품은 단순히 앞뒤 디자인을 바꾸거나 일부 품목을 추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엔진 및 구동계를 바꾸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4년 만에 새로운 얼굴로 돌아온 현대차 신형 i40가 바로 그렇다. 게다가 새로운 디젤 엔진과 대세인 7단 DCT까지 조합해 완전변경에 가까운 변화를 이뤄냈다.
i40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제품군 확대 측면은 인정받았지만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모호한 위치 설정으로 기대보다 판매를 이끌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와신상담했고, 이번 신형 i40를 내놓으며 수입차 방어의 첨병 역할을 맡겼다. 타보면 유럽형 전략 차종답게 상품성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지켜봐야 한다. i40의 존재감을 인식하지 못한 소비자가 적지 않아서다. 현대차가 이번에 내놓은 i40 1.7ℓ e-VGT 디스펙을 서울-춘천 고속도로 일대에서 시승했다.
▲스타일 가장 큰 변화는 전면부 싱글 프레임 헥사고날(6각형) 그릴의 채용이다. 제네시스와 쏘나타에 반영한 현대차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의 적용으로 이전보다 한층 무게감 있는 얼굴을 갖췄다. 이는 기존 "아반떼 닮은꼴"의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인 듯 싶다. 독수리 눈을 형상화한 날카로운 헤드램프에는 광원 하나로 상향등과 하향등을 모두 구현하는 바이펑션 기능을 더했다. 안개등에도 LED를 적용, 스타일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했다. 최고 트림인 디 스펙의 경우에만 라디에이터 그릴에 블랙 하이그로시를 적용, 차별화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옆면 라인은 세단임에도 쭉 뻗은 인상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쏘나타와 길이 차이는 10㎝ 정도이지만 체감 차이는 더 크게 다가온다. 준중형과 중형 세단의 중간형태라 하기에는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한 후면 역시 옆모습과 마찬가지로 기존과 큰 차이는 없다.
실내는 쏘나타와 비교하면 젊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가볍지 않다. 최고 트림답게 카본 가니쉬 필름, 투톤 가죽 시트 등을 적용해 경쟁제품대비 고급스럽다. 이는 유럽 소비자를 고려한 구성으로 보인다. 각종 버튼은 로직 타입이라 보는 이에 따라 다소 산만해 보일 수 있지만 집중적으로 배치해 유용해 보인다. 기존과 차이는 시트 등 주요 부위 컬러 구성을 늘린점과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수납함을 추가로 적용한 점이다.
▲성능
새 엔진은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UⅡ 1.7ℓ 전자식 가변 터보차저(e-VGT) 디젤이다. e-VGT는 엔진 작동조건에 따라 배기 유량을 변화시켜 효율과 성능을 높일 수 있다. 최고 141마력, 최대 34.7㎏·m을 발휘한다. 핵심은 7단 더블 클러치 트랜스미션(DCT)다. DCT는 자동과 수동변속기 장점만을 취한 변속기로 홀수와 짝수 기어를 담당하는 클러치가 각각 마련돼 하나의 클러치가 단수를 변경하면 다른 클러치가 바로 다음 단에 기어를 넣는다. 빠른 변속과 함께 동력 손실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게 강점이다. 이를 통해 복합효율 ℓ당 16.7㎞ (세단, 16인치 휠 기준)를 확보했다. 현대차는 7단 DCT를 국산 중형 디젤 최초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속도로에서 진동과 소음은 우수한 편이다. 현대측은 전방위적으로 N.V.H 대책 설계를 통해 동급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구현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전 제품부터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이다. 풍절음은 라디오를 켜지 않고 시속 120㎞ 내외로 주행했음에도 거슬릴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스티어링 휠은 민감한 축에 속하지만 안정감 있다.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휠(MDPS)의 데이터 처리 단위를 개선한 덕분이다. 승차감은 다소 단단하지만 장거리 주행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닌 만큼 밸런스를 맞춘 것 같다.
주행모드는 에코와 스포트, 노멀 등 3가지를 지원한다. 몸으로 느낄 만큼 모드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패들 시프터까지 활용하면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7단 DCT의 진가는 역시 효율 부분에서 나왔다. 특별한 경제운전을 하지 않았음에도 트립 모니터상 효율은 ℓ당 17.5㎞로 기록됐다.
▲총평 현대는 이번 신형을 내놓으면서 "4D"를 강조했다. 바로 "디자인(Design)", 디젤(Diesel)",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 "D스펙"이 그것이다. 부분변경 제품이지만 그 이상을 담아내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i40는 지난 2011년 첫 출시 당시부터 폭스바겐 파사트를 경쟁 차종으로 꼽았다. 이번에도 파사트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숫자로 보여지는 성능은 파사트보다 뒤지지 않을지라도 오랫동안 쌓여진 소비자들의 인식을 깨기에는 현대측의 분발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가격은 세단 디젤 기준으로 유니크 2,745만원, PYL2,910만원, 디스펙 3,125만원이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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