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가장 작은 컨버터블, 다이하쓰 코펜 로브

입력 2015년02월08일 00시00분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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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카(Kei car)"라 불리는 일본 경차는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제품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 공간 활용도가 높은 박스카를 비롯해 해치백, SUV, 컨버터블 등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차체 규제 안에 구성된다. 제한적인 크기임에도 케이카의 내수 점유율을 지난해 처음 40% 돌파하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 중 다이하쓰 코펜은 "하드탑 컨버터블"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2002년 첫 출시된 코펜은 당시 둥그런 디자인과 클래식한 멋으로 인기가 높았다. 회사 성장에 도움을 주진 않았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워 10년의 생산기간 동안 유럽, 홍콩, 대만 등으로 수출길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도 비공식 경로를 통해 들어온 바 있다. 다이하쓰는 이에 힘입어 단종 2년 만인 지난해 2세대 코펜을 선보였다. 완전 변경을 거치고 최근 국내에도 모습을 드러낸 코펜 로브를 만나봤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앙증맞지만 날카로운 인상이다. 특히 전면부는 머리가 큰 아이언맨 피규어를 떠올린다. "ㄱ"자 형태의 LED 램프는 파격적이지만 세로형으로 차체가 좁아 보인다. 육각형 그릴을 썼으며 보닛을 부풀린 두 개의 돌기에서 힘이 느껴진다.

 측면은 캐릭터 라인이 앞 펜더에서 트렁크 상단까지 치켜 올라가 역동적이다. 휠 하우스는 16인치 타이어를 빈틈없이 감싸고, 후면부는 듀얼 머플러가 범상치 않은 경차임을 알린다.

 소비자는 기호에 따라 외관을 바꿀 수 있다. 외부 패널 탈착이 용이한 것. 디자인은 시승차에 쓰인 것과 원형 기반의 1세대 기조를 이은 것 두 가지다. 크기는 길이 3,395㎜, 너비 1,475㎜, 높이 1,280㎜, 휠베이스 2,230㎜로 일본과 한국의 경차 규격을 모두 만족시킨다.

 실내는 체구가 큰 사람에게 좁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스티어링 휠은 일본 내수형이라 우측에 있다. 시트 포지션은 일반 승용차에 비해 상당히 낮으며, 착석한 채 문을 열면 지면과 뒷바퀴가 손에 닿을 정도다. 시트는 세미 버킷 형태로 역동적인 운전을 돕는다. 센터페시아는 에어벤트가 하나만 있을 정도로 좁고 구성은 간결하다. 계기판은 주간 햇빛 반사로 가시성 저하가 나타났다.

 외부 패널을 여닫는 버튼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 보닛을 열려면 조수석 앞 글러브 박스 버튼을 쓰며, 트렁크와 주유구 레버는 콘솔박스 안에 자리한다. 두 개의 컵홀더는 콘솔박스 뒤에 위치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이 작은 차에 있는 게 어디냐"며 고마울 정도다. 좌석 뒤엔 바람막이가 설치됐다. 그 밖의 편의 품목도 제법 갖춰져 있다. 스마트키, 열선 시트, 경제 운전을 돕는 공회전제한장치 등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특징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하드탑 컨버터블이라는 점이다. 지붕 부분을 다른 색상으로 처리해 컨버터블 기능을 시각적으로 강조했다. 반자동으로 여닫히는 지붕은 A필러 상단의 레버를 먼저 풀어야 작동 가능하다. 개폐 시간은 19초 정도가 걸리며 조작 버튼을 작동 내내 누르고 있어야 한다. 안전을 위한 배려다.

 트렁크는 지붕을 닫았을 때 어느 정도 활용이 가능하며 지붕을 열었을 때는 보스턴백을 겨우 넣을 정도로 작다.

 ▲성능
 한마디로 경쾌하다. 엔진은 3기통 658㏄ 터보 엔진으로 최고 64마력, 최대 9.4㎏·m를 발휘한다. 과급기의 제법 거친 음색과 함께 고회전대까지 탈 없이 올릴 수 있으며 최고 시속은 140㎞로 제한됐다. 최고출력과 더불어 일본 경차 기준 최대치다. 변속기는 무단변속기(CVT)로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역동적인 주행을 가능케 하는 스포츠모드는 7단으로 나눴다.

 컨버터블은 차체 강성이 특히 중요시된다. 지붕을 통한 강성 확보가 어려워서다. 코펜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신규 D프레임을 채택해 전 세대 대비 상하굽힘 3배, 비틀림 1.5배를 높인 것. 덕분에 단단한 서스펜션과 함께 바퀴를 움켜쥐며 도는 재미가 제법 스포츠카답다. 고갯길 드리프트를 소재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 "이니셜D"에 나와도 어울릴 것 같다. 브레이크는 앞 디스크, 뒤 드럼 방식으로 가벼운 차체를 세우기엔 부족함이 없다.

 스티어링 휠은 차체에 비해 무겁게 느껴진다. 최신 차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전자식 파워스티어링(MDPS)이 없어서다. 덕분에 원초적, 직관적인 조향이 가능해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다.

 소음·진동은 대책이 미미하다. 특히 시속 80㎞ 이상에 이르면 B필러에서 와류로 인한 풍절음이 심해진다. 이마저도 매력으로 느껴진다면 코펜 마니아가 될 수 있다. 효율은 일본 기준 복합 25.2㎞/ℓ로, 국내 도심에선 ℓ당 11.9㎞ 정도가 표시됐다.

 ▲총평
 재미를 추구한 경차다. 보는 것도 타는 것도 즐겁다. 게다가 여유없던 머리공간을 무제한으로 만들어주는 하드탑 컨버터블의 묘미는 코펜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다이하쓰는 코펜의 판매가 증가할수록 적자를 본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펀카" 컨셉트가 딱 들어맞는 제품이 코펜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수익을 추구하며 하이 루프 해치백으로 일관된 국산 경차들에 던지는 색다른 메시지 같이 느껴진다. 물론 국내에서도 경차 혜택 모두 누릴 수 있다. 

 가격은 일본 현지 기준 CVT 179만8,200엔(한화 약 1,67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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