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역동의 고급화, 기아차 2015 K9 퀀텀

입력 2015년02월16일 00시00분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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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의 플래그십 K9이 2015로 달라졌다. 단순 연식 변경이 아닌 부분변경이라는 새로움이 더해졌다. 여기서 새로움이란 V8 타우 5.0ℓ GDI 엔진이 탑재된 ‘퀀텀’ 트림의 추가를 의미한다. "비약적 발전"을 나타내는 차명답게 기아차로선 할 수 있는 모든 고급 및 첨단 기능을 탑재했다.

 부분변경 후 시장의 반응은 확실히 나아졌다. 월 300대까지 떨어졌던 판매는 지난달 475대로 마감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1,500대로 시작된 초기에 비하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나마 반등이지만 기대를 넘는 수준은 아니다. 부분 변경된 더 뉴 K9 중에서도 V8 5.0ℓ 퀀텀을 시승했다.


 ▲디자인
 언제나 그렇듯 K9을 보면 역동성이 느껴진다. 기아차가 제품 컨셉트로 ‘역동’을 내세운 만큼 당연한 것이지만 플래그십에서 지나친 역동성은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다. K9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분명 자격 조건은 ‘최고급’이지만 날렵함이 강조돼 플래그십 이미지에 혼선이 뒤따른다. 지난 2012년 출시 초기 기아차 관계자에게 똑 같은 느낌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대답은 "기아차였기 때문"이었다. "디자인 기아"에 매몰돼 K9 또한 중후함보다 공격적인 모습에 치중했다는 얘기다. 물론 기아차 내부에서도 꽤 많은 논란이 오간 부분이었고, 그나마 많이 다듬어진 모양이라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논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K9 디자인을 두고 호불호(好不好)가 갈리기 때문인데, 구분이 명확할수록 대중적 인기를 얻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기아차는 더 뉴 K9으로 오면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과감(?)으로 표현된 부분을 많이 다듬었다. 외관은 라디에이터 그릴을 크롬 매시(다이아몬드형) 형태로 변경했다. 19인치 크롬 스퍼터링 휠을 적용해 대형차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내는데, 별 모양의 반광 크롬 휠 캡으로 세밀한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

 리어 램프와 범퍼 디자인도 현대적으로 바꿨다. 트렁크 크롬 가니시를 좌우로 연장해 웅장함을 살리고, 램프 점등 이미지를 일신해 시인성도 높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디자인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여전히 눈에 거슬리는 것은 트렁크리드를 가로지는 크롬 가니쉬다. 굳이 넣으려 했다면 조금 가늘게 사용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실내도 고급은 기본이다. 리얼우드 소재를 곳곳에 넣었으며, 최고급 퀼팅 나파 가죽시트가 적용됐다, 물론 착좌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조작 버튼의 배치도 가로형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깔끔함을 풍긴다. 이른바 ‘모던 디자인’의 개념을 담아 낸 것 같다. 그러나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햅틱 스위치는 보다 확실한 조작 절도감을 주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성능 및 승차감
 5m가 넘는 2,015㎏ 덩치를 견인하기에 V형 8기통 5,038㏄ 직분사 엔진은 넉넉하다. 최고 425마력에 52㎏.m의 성능이다. 자동 8단 변속기가 결합돼 복합효율은 ℓ당 7.6㎞, 도심은 6.3㎞, 고속도로는 9.9㎞다.

 가속할 때는 힘이 넘친다. 달리는 느낌은 전형적인 대형 세단이다. 속도를 높여도 좀처럼 속도감을 느낄 수 없어서다.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꽤 높였지만 풍절음도 많지 않다. 이견은 있겠지만 체험 결과 진동소음은 이제 평가 대상에 오르지 못할 만큼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이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계기판 색상이 달라지며 움직임도 곧바로 단단해진다. 최근 재규어를 비롯한 일부 프리미엄 대형 세단의 경우 스포츠모드의 명확성을 높이는데, 기아차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좋은 인상을 남기는 부분이다.

 어김없이 코너링을 시도했다. 스포츠모드여서 횡력을 제대로 견뎌낸다. 그러나 일반 모드일 때 고속 코너링은 드라이빙 테크닉이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제동감도 좋다. 부드럽지만 잘 선다. 특히 대형 세단에선 달리는 것 외에 멈추기 느낌도 중요한데, 페달의 반응은 빠르되 민감도는 높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그래픽이 매우 좋은 편이다. 굳이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12,3인치 대형 모니터에 시선을 주지 않아도 될 만큼 정보가 자세하게 표시된다. 더불어 오디오는 제네시스와 같은 렉시콘 브랜드를 활용했다.

 ▲총평
 K9의 가격은 4,990만원부터 시작한다. 출시 초기 6,000만원이 넘었던 것에서 많이 내려왔다. 이유는 주력 소비층 때문이다. 6,000만원 넘는 가격에 소비자들의 시선이 오히려 수입 중대형 세단으로 옮아갔 탓이다. 그래서 일부 편의품목 조정을 통해 4,990만원의 유인구를 던졌다. 반면 8,620만원의 V8 퀀텀도 추가했다. 가격 폭이 꽤나 넓은 편인데, 그만큼 대형 소비자의 폭 넓은 시야를 반영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에도 불구하고 K9의 입지는 여전히 넓지 않다. 현대차 제네시스와 다른 차급이지만 시장에선 동급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서다. 제네시스가 선전할수록 K9의 존재감이 약화되는 형국이다.

 결국 기아차가 K9을 기대만큼 판매하려면 저평가된 제품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K9이 포진한 고급 대형 세단은 국산차와 수입차 가릴 것 없이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차급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엔진, 배기량, 첨단 품목 등이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업 또는 제품 이미지가 소비자 선택을 유도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아차도 고민이다. K9을 제외한 나머지 차종은 ‘디자인과 역동’이 나름대로 입지가 섰지만 대형 세단이어서 마냥 "역동"만 내세울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역동"은 기아차 전체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미지다. 결국 역동을 어떻게 품격으로 포장할 지가 관건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냥 놔돌 수도 없다. 기아차의 딜레마다.

 시승=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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