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소비, 선진국시장 중심으로 다시 회귀

입력 2015년02월1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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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세계 자동차산업의 흐름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시장 수요 측면에선 브릭스(BRICs) 대신 미국과 유럽 시장이 재부상하고 있고, 생산에서도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바람으로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옮기고 있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에서 러시아와 브라질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마저 성장률이 급감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브릭스 위주의 성장과 선진시장의 수요 감소를 당연하게 여겼던 흐름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 시장수요의 역전…브릭스보다 미국·유럽시장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의 분석으로는 브릭스 4개국의 올해 자동차 수요는 2천862만대로 3.7%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살펴보면 인도를 제외한 3개국은 침체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러시아의 자동차 산업수요는 지난해 249만1천대로 10.3% 감소한데 이어 올해엔 29.3% 감소한 176만대에 그치면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브라질은 지난해 333만3천대에서 올해 334만대로 0.2%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도 2013년 1천737만1천대, 2014년 1천923만2천대로 성장률이 16.5%에서 10.7%로 둔화한데 이어 올해엔 2천78만대로 성장률이 한자릿수인 8.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인도시장만 지난해 3.3%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274만대로 7.8%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브릭스 4개국 중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면 유럽시장은 본격 회복세에 들어섰다. 2013년 1천375만대로 1.6% 감소했던 유럽 자동차산업 수요는 지난해 1천458만대로 6.0% 증가했다. 올해 유럽의 자동차수요는 3.4% 늘어난 1천508만대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의 자동차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경기회복과 실업률 하락, 유가하락 등에 따른 소비자 수요가 늘어난데 힘입어 미국 자동차산업은 근 10년만에 최고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국제 회계·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과거 5년간 이어져온 미국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2∼3년간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 미국·일본업체는 해외 생산기지 자국 이전
 브릭스 국가의 침체 속에 선진국 시장이 자동차수요 회복세를 타면서 미국과 일본의 글로벌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포기하고 자국으로 재이전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3월 멕시코 트럭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로 이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생산시설 자국이전에 대한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에 힘입어 나온 결정이다.

 일본에서도 지난해말 닛산이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해오던 신형 로그의 라인을 일본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르면 올해부터 연간 10만대 이상을 후쿠오카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닛산은 또 해외에서 생산하는 소형차도 일본에서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스바루는 신형 XV 크로스트렉의 생산라인을 미국 현지공장에 두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일본 군마공장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도요타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신년사에서 생산기지 재이전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엔저 효과를 살리기 위한 일본 제조업체들의 유턴이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도요타 생산공장의 일본 이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제조업을 되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실시하며 기업들의 본국 U턴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중국의 인건비가 3배 뛰는 등 신흥국의 생산비용이 높아졌고,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으로 에너지비용도 낮아져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엔저와 수도권 규제를 모두 풀면서 경쟁력이 생겼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로봇 자동화의 확대로 그동안 신흥국이 맡아왔던 "세계의 공장" 역할이 약해지고, 선진국 제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리쇼어링"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 현대기아차는 선진시장 공략에 집중
 국내 완성차업계는 아직 "리쇼어링"보다는 해외 생산공장 건설을 통한 증산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 공장을 늘리더라도 내수 수요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생산 비중이 월등히 높은 글로벌 경쟁 업체와 겨루려면 해외생산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는게 국내 업체들의 판단이다. 대신 시장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시장과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나타내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3년 판매가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던 미국과 서유럽시장에서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는 미국에서 8.0% 늘어난 141만대, 서유럽에서 2.3% 증가한 79만5천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현대차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공개하며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인 미국에서의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한 미국시장에서 지금까지의 제값 받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파이낸싱, 리스 등 금융 프로그램을 통한 판매 지원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현지 전략형 모델을 앞세워 공략에 나선다. 현대차는 유럽 전략차종인 i 시리즈 판매를 강화하는 한편 작년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최대 규모의 딜러숍을 오픈해 유럽 판매역량을 늘렸다.

 기아차도 올해 씨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새롭게 선보이고 금융 프로모션과 기존고객 재구매 유도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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