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파리모터쇼에 재규어 스포츠카 라인업의 새 시작을 알리는 F-타입이 처음 공개됐다. 브랜드 슬로건 "Beautiful Fast(우아한 빠름)"에 실로 100% 부합하는 차가 탄생한 것. 먼저 선보인 것은 컨버터블이다. 이어 2013년 LA모터쇼에 쿠페가 등장했다.
F-타입은 단순히 새 세그먼트의 추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규어가 아직 레이싱 DNA를 잊지 않았다는 증거다. 컨셉트카 C-X16의 디자인을 잇고,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카로 불렸던 "전설" E-타입의 새로운 해석이기도 하다. 세계 올해의 자동차 위원회가 F-타입을 2013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으로 꼽은 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F-타입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을 가진 R쿠페를 시승했다.
▲디자인 재규어의 정수를 모았다. 컨셉트카 C-X16이 보여준 아름다운 선을 모두 이식한 것. 하트라인이라고 불리는 전체를 아우르는 선은 핵심적이다. F-타입을 규정하는 디자인이다. 샤크 그릴로 불리는 공격적인 그릴에서 앞 휀더를 따라 모양을 그리는 라인은 제품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다. 문 뒤쪽 끝에서 흘러 후면 상단과 좌우 볼륨감을 형성하는 선은 또 하나의 정체성이다.
전면은 군더더기 없다. 강력한 성능을 가진 슈퍼카들이 그렇듯 F-타입 역시 작으면서도 존재감 돋보이는 헤드램프가 가장 눈에 띈다. 앞 디자인 요소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오랫동안 작은 헤드램프에 매달려 왔다. 조명 기술 발달로 작은 램프 디자인이 보편화된 지금, 자동차 마니아를 가장 먼저 설레게 한 부분은 헤드램프다.
측면은 전형적인 스포츠카다. 롱노즈 숏테크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 것. 뒤로 갈수록 유려하게 떨어지는 지붕선은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활시위를 당기면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디자인이다. 문 손잡이는 숨겨져 있다가 터치 패널에 손이 닿으면 악수하는 것처럼 돌출된다.
후면은 역동이다. 그러나 중앙 수평선을 기준으로 배치된 리어램프는 전체적인 안정감에 기여한다. 지붕으로부터 흘러내린 두 개의 선은 풍만한 라인과 함께 어우러진다. 듀얼 머플러가 양측에 배치된 모습은 공격적인 성향을 대변한다. 트렁크 도어에 숨은 리어 스포일러는 자동으로 전개된다.
실내는 운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심미적인 면보다 기능적인 점이 돋보인다. 소재는 최고급을 채택, 촉각과 시각을 모두 만족시킨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철저하게 다른 공간으로 구성했고, 알루미늄 트림 마감은 슈퍼카 관능미를 뽐낸다.
스포츠시트는 몸을 적당히 감싼다. 높은 속도에서 차와 몸이 하나가 되는 체감이 가능하다. 엉덩이 충격은 잘 분산되며, 좌우 흔들림을 억제한다.
▲성능
F-타입에는 4종류의 고성능, 고효율 엔진이 올라간다. 이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보유한 R쿠페에는 V8 5.0ℓ 가솔린 슈퍼차저가 장착됐다. 최고 550마력, 최대 64.4㎏·m을 낸다. 최고시속 300㎞/h(안전제한), 0→100㎞/h은 4.2초다.
이미 보유한 엔진의 성능도 뛰어나지만 이 능력을 배가하는 건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다. 무게를 줄였으면서도 비틀림 강성이 높아져 안전성이 뛰어나고, 민첩성과 가속 능력이 뛰어나다. 제동 능력 또한 훌륭하다. 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6.5㎞,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230g이다.
변속기는 8단 퀵시프트가 조합됐다. 세밀하면서도 촘촘한 기어비로 재빠른 가속을 가능케 한다. 더블 클러치와 자동변속기 장점을 결합해 응답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시프터로 수동 변속 조작도 가능하다.
가속 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순식간에 튀어나간다. 마치 야수 재규어가 먹이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다. 엔진 반응은 매우 민첩하고, 불안한 느낌도 없다. 기어레버 왼쪽에는 레이싱 경기의 피니시 플래그 아이콘 토글 스위치가 존재한다. 이 스위치를 당기면 다이내믹 드라이브 모드로 차가 전환된다. SF영화에서 등장하는 워프 항법의 시각 효과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모든 사물이 뒤로 물러나고, 몸은 시트로 강하게 밀착된다.
직진 가속도 운전의 재미를 주지만 진가가 발휘되는 건 곡선주로다. 특히 R쿠페에 최초 적용된 토크벡터링 시스템은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과 함께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다. 과감한 핸들링 상황에서도 차를 지지하며 돌아나가는 것.
풍부한 성능만큼 귀를 울리는 엔진음도 F-타입의 특장점 중 하나다. 가속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야수의 포효가 들려온다. 액티브 스포츠 배기 시스템으로 고속 주행 시 깊은 음색을 내는 점도 특징이다. 배기음의 강약은 기어 레버 근처 스위치로 조절할 수 있다.
▲총평
빠른 차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아름다움을 담지 못하면 스포츠카로서 생명력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이런 생각으로 슈퍼카를 제작한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스포츠카는 재규어 F-타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국 특유의 귀족적 우아함을 지닌 이 스포츠카는 그야말로 로열패밀리다. 저자거리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이 기품에 따를 차는 쉬이 보이지 않는 이유다. 가격은 1억6,910만원.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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