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지조 있는 영국 세단, 재규어 XJ 3.0ℓ 슈퍼차저 LWB

입력 2015년02월19일 00시00분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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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적인 이미지로 대표되던 영국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세기 말 미니와 롤스로이스는 BMW 품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벤틀리도 폭스바겐 그룹이 인수한 이래 변화하고 있다. 런던의 아이콘 블랙캡과 더블 데커도 각각 전기차와 디젤 하이브리드 친환경차로 탈바꿈하는 상황. 재규어 역시 랜드로버와 함께 포드에 매각됐다가 2008년 인도 타타의 자회사로 자리잡는 격변의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재규어는 제품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S타입과 XK가 부활하고 엔트리 X타입이 혜성처럼 나타난 것. 하지만 S타입은 9년 만에 진화없이 단종됐고 X타입도 7년 만인 2009년 모습을 감췄다. 이후 XF와 XE가 합류해 재기에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이런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지조의 차종도 있었다. 기함 XJ다. XJ의 뿌리는 196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창업자 윌리엄 라이온스 경에 의해 XJ6 살룬이 탄생하면서부터다. 이후 7번의 세대교체를 거치며 지금의 8세대가 2009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공개됐다. 다운사이징의 2.0ℓ부터 고성능 자연흡기 5.0ℓ까지 아우르는 색다른 기함이다. 이 중 3.0ℓ 슈퍼차저 프리미엄 럭셔리 트림을 시승했다.

 ▲스타일&상품성
 브랜드는 유지했지만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XJ에 가장 큰 변화를 빚어냈다. 이전 세대에서 볼 수 없었던 쿠페형 실루엣을 적용한 것. 재규어의 상징이던 두 쌍의 원형 헤드램프는 날카로운 눈매 안으로 파고들었다. 재규어(Jaguar)의 "J"자를 눕힌 듯한 주간주행등도 포함했다. 좌우로 나뉘던 그릴은 합쳐지면서 면적이 넓어졌으며 매시 타입을 채택해 맹수의 얼굴을 완성한다.

 옆모습은 간결함과 우아함을 표현했다. 군더더기 없이 밋밋한 면이 뒤 펜더에 이르러 맹수의 허벅지 같은 근육질의 느낌이다.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의 기조를 은은하게 나타냈다. 고광택 패널이 부탁된 새 C필러 디자인은 뒤창이 이어지면서 감싸는 형태다. 리어램프는 맹수가 할퀸 형태의 사인이 인상적이다. 트렁크에 붙던 번호판은 이번 세대부터 범퍼로 내려갔다. 크기는 길이 5,252㎜, 너비 1,899㎜, 높이 1,456㎜, 휠베이스 3,157㎜다.

 실내는 주위를 감싼 듯한 어라운드 구성이 안락함을 강조한다. 럭셔리 세단의 실내를 흔히 요트와 비교하는데 XJ도 마찬가지다. 넓은 공간과 함께 고급감이 뛰어나서다. 대시보드와 시트 등에 쓰인 가죽과 스티치는 영국차 특유의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원형 송풍구는 실물로 보니 더 멋지다. 시동을 걸면 "재규어드라이브 셀렉터"라 불리는 특유의 변속 다이얼이 솟아 오른다. 디자인만큼이나 조작감도 훌륭하다. 열선, 통풍과 마사지 기능은 모든 좌석에서 쓸 수 있으며 파노라마 선루프는 앞부분만 틸트가 가능하다.

 휠베이스를 125㎜ 늘린 롱 휠베이스(LWB) 답게 핵심은 뒷좌석이다. "도로 위의 비즈니스 클래스"란 컨셉트를 설정한 배경이다. 앞좌석 등받이 뒤편에는 10.2인치 전용 모니터와 간이 테이블을 마련했다. 뒷좌석은 독립식으로, 103㎜ 슬라이드 가능하며 14.5˚까지 등받이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자세 기억 기능을 지원하며 암레스트엔 리모컨을 내장해 편의성을 높였다. 오디오는 스피커 20개, 서브우퍼 2개를 쓰는 메르디안 825W 서라운드 시스템을 장착했다.

 적재공간은 520ℓ로 기함 트렁크 크기의 기준으로 꼽히는 골프백은 3개 정도 들어갈 듯하다.

 ▲성능
 동력계는 V6 3.0ℓ 가솔린 엔진에 흡기 성능을 높이는 슈퍼차저를 더했다. 덕분에 최고 340마력, 최대 45.9㎏·m의 성능으로 2t에 가까운 거구를 움직이는데 무리가 없다. 알루미늄 차체를 통한 경량화도 한 몫한다. 8단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정도이며 훌륭하게 단수를 올린다. 시속 100㎞ 이상 고속에서도 엔진을 적게 돌려 효율적이다. 최고시속은 250㎞에 묶었으며 0→시속 100㎞ 가속은 5.9초가 걸린다. 효율은 복합 8.4㎞/ℓ, 도심 7.0㎞/ℓ, 고속도로 11.2㎞/ℓ다.

 변속 다이얼 부근 체커기 형태의 픽토그램이 새겨진 버튼을 누르면 다이내믹모드가 활성화된다. 계기판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변속 시점을 늦추고 노면을 읽는 등 야누스적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얼을 "S"모드에 놓고 패들시프터를 조작하면 큰 차로 즐길 수 있는 운전 재미는 배가된다.

 편안함에 초점을 둔 하체 설정은 어떤 충격도 대부분 빨아들인다. 독일차와 확연히 다르다. 여기에 전방위적인 소음·진동대책이 더해져 기함의 면모를 보여준다.

 전면 시야는 무난하지만 옆과 뒤를 살필 수 있는 정도는 아쉽다. 긴 차체와 함께 기둥도 두터워서다. 게다가 광각 사이드미러는 조수석 쪽만 채택했다. 어라운드 뷰 시스템이나 후축방 경보장치가 있다면 기사들이 좋아할 것이다.

 ▲총평
 첨단 기술을 집약한 독일차가 수입차 시장을 장악했지만 차별화와는 점점 멀어져 간다. 그 와중에 재규어는 격변 속에서도 정체성을 가다듬었고 모든 제품에 그대로 반영했다. 외모는 환골탈태했지만 깊숙이 자리한 영국 신사의 이유 있는 고집과 감성은 고이 간직했다.

 XJ는 재규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집약했다. 점잖은 외모에 호화로운 실내, 레이싱 기술로 갈고 닦은 알루미늄 차체, 슈퍼차저로 외유내강을 이뤄냈다. 편안함 속에 숨겨진 역동성은 브랜드 지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별화된 정체성이 흐름이 될 순 없겠지만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가격은 1억4,53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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