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제네바에서 마주친 볼보 XC90의 강렬함

입력 2015년03월08일 00시00분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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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보에서 강인한 심장, 근육질의 몸매, 단단한 하체를 가진 근대 5종 경기 선수를 길러냈다. 바로 XC90이다. 2000년 초반 처음 나온 이후로 10년 동안 끊임없이 개선된 모습을 내세우며 볼보를 볼보답게(?) 만든 차종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5년 봄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에 새롭게 등장한 XC90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 심장은 볼보의 드라이브-e 제품으로 분류되는 T8트윈엔진, D5(디젤), T6(가솔린) 등이 탑재됐다.

 먼저 외관은 이전 XC90보다 훨씬 웅장해졌다. 하지만 지금 판매중인 S 및 V시리즈와는 또 다른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렸다. 전면의 풀 LED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이 "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최신의 볼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옆 라인은 볼보 특유의 곡선이 살아있다. 전면부에서 D필러까지 이어지는 벨트라인 곡면은 최신 감각으로 잘 살렸다. 옆면의 휠 하우스와 도어 하단부에는 XC라인에 들어가는 검정색 우레탄 보호 몰딩이 전면부터 후면까지 연결된다. 버전에 따라 하나의 색상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뒷모습은 볼보 왜건과 해치백, SUV 라인의 특징을 짓는 세로형 LED 램프가 채택됐다. 기존 XC60보다 얇아진 덕분에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심플함이 묻어난다. 여기에 얇고 넓게 퍼진 듀얼 머플러가 볼보의 트렌드를 더욱 빛낸다. 물론 버전에 따라 머플러 모양도 조금씩 다르기는 하다.

 실내는 지금까지 볼보와 정말 다르다. 대시보드와 도어판넬은 상당히 고급스럽게 꾸며졌으며, 패널에는 가죽과 스티치도 적절히 사용됐다. 바우어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도 명품이다. XC90만 본다면 "볼보를 과거의 볼보"로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브의 몰락 이후 진정한 스칸디나비안 력셔리의 대표주자가 된 듯하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주목한 것은 XC90의 하체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하체는 제2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XC90의 후륜 서스펜션은 구동방식에 따라 전기모터와 디퍼렌셜이 대신한다. 그리고 쇽업소버와 스프링의 좌우 서스펜션 부분은 더욱 단단하게 구성됐다. 전시된 차를 꼭 시승해보고 싶을 만큼 하체 구성이 좋다. 예측하건데 단단한 주행감각과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부드러움이 잘 녹아 있으리라 판단된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안전과 볼보 시트의 편안함이다. 시트 구성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볼보만의 자존심이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시트의 허벅지 부분이 조절되는 기능이 추가됐고, 허리 지지대를 전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더해졌다. 또한 안전벨트 버클에 "SINCE 1959"도 새겨져 있다. 1959년 볼보가 처음 적용한 3점식 안전띠를 기억해 달라는 의미다. 

 XC90에는 볼보에서 장착할 수 있는 모든 안전 기능이 탑재됐다. 그리고 볼보는 지금도 안전에 대해선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렇게 개발된 기능은 이번 XC90을 시작으로 하나씩 적용하게 된다. 그래서 10년 후 볼보가 어떻게 변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분명 지금 출시된 XC90이 10년 동안 도로에서 운전자와 보행자를 지키는 동안 볼보는 그 다음 10년을 위한 놀라운 기술을 다음 XC90에 탑재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제네바=박재용(자동차칼럼니스트,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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