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폭스바겐이 모터스포츠에서 보여준 활약은 눈부시다. 2009~2011 다카르랠리와 2013~ 2014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시즌 우승컵을 거머쥔 것. 드라이버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차체 강성과 내구성, 성능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성과다. 그런 점에서 폭스바겐차들은 평범하지만 완성도 높기로 유명하다.
그 중 투아렉은 다카르랠리로 명성을 높인 폭스바겐의 간판 SUV다. 2002년 1세대 출시 이후 글로벌 SUV시장 확대의 첨병 노릇을 했고, 덕분에 아우디 Q7 및 포르쉐 카이엔같은 든든한 형제차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입지를 다졌다. 투아렉 역시 추세에 맞춰 한 번의 세대교체와 상품성 개선을 통해 제품력을 키웠다. 부분변경을 거치고 지난 1월 국내에 선보인 3.0ℓ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을 탔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부분변경 전, 아니 1세대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디자인 특성을 대부분 유지한 것. 전형적인 2박스 차체와 간결한 면처리, 개성보다 안정을 표현한 얼굴을 그대로 이었다. 대신 세세한 부분을 다듬었다. 예를 들면 전면부의 가로형 그릴이 헤드 램프까지 파고들었다. 연장선을 통해 각 부품의 연관성을 부여한 것. 최근 폭스바겐을 비롯한 많은 차에 쓰기 시작한 방식이다. 범퍼 아래 흡기구도 그릴과 같은 가로 형태다. 크롬 몰딩은 전면뿐 아니라 전체를 둘러 차체가 돋보이게 했다.
측면은 해치백 제품인 골프를 두 배 가까이 부풀린 자세다. 20인치 대구경 휠과 타이어가 커보이지 않는 이유다. 사이드 미러는 2세대부터 깃발 형태를 활용해 시야를 넓혔다. 커버 안쪽에 마련한 후측방 경보장치는 그 어떤 차보다 효과가 좋다. 로커패널까지 감싼 도어는 도시형 SUV 컨셉트를 반영해 별도 플라스틱 몰딩을 덧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후면은 가로형 구성과 페이튼, 파사트와 유사한 테일 램프를 채택했다. 범퍼 아래는 전면부와 함께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댔다. 접근각 및 이탈각은 모두 30도다.
실내는 대칭형으로 안정적인 구도다. 대시보드는 우레탄폼과 플라스틱을 주로 활용했다. 메탈과 검정색 하이그로시 트림으로 계기판, 송풍구, AV시스템, 공조버튼 등을 묶었는데 마치 정리를 잘한 책상을 보는 것 같다. 기어 레버 주변엔 주행관련 버튼과 다이얼들을 배치했다. 그러나 RNS85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인터페이스, 디자인 모두 적응하기 힘들다.
착좌감이 편하고 시야는 넓다. 또 활용도가 높은 SUV답게 공간은 여유롭다. 뒷좌석은 160㎜ 슬라이딩과 3단계 리클라이닝을 지원한다. 적재공간은 580ℓ이며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1,642ℓ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아래 공간엔 템포러리 타이어를 비롯한 비상용품을 마련했다.
▲성능 국내에 수입하는 투아렉의 동력계는 V6 3.0ℓ TDI 엔진에 8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물렸다. 최고 245마력, 최대 56.1㎏·m의 힘을 낸다. 0→100㎞/h 가속시간은 7.6초다. 숫자만큼 가속은 물흐르듯 유연하다. 저속에서 토크가 넉넉하게 뿜어지는데, 8단 변속기는 엔진의 불필요한 회전수 증가를 억제해 효율적인 도심 주행을 돕는다. 역동적인 달리기를 원한다면 S모드로 변속시점을 늦출 수 있다.
타력 주행 시 기어를 중립에 설정하고 잔여동력 손실을 줄인 코스팅 기능도 추가했다. 정속주행 시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페달을 재조작하면 상황에 맞게 기어가 다시 맞물리는데 이질감은 전혀 없다. 개선한 공회전방지장치와 함께 신형 투아렉의 특징으로 꼽힌다. 표시효율은 복합 기준 10.9㎞/ℓ로, 도심과 간선도로를 오간 결과 평균 10.3㎞/ℓ가 나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85g이다.
디젤차임에도 중후한 음색을 드러낸다. 마치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모사한 느낌이다. 소음 및 진동 대책 역시 가솔린 직분사 엔진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자잘한 진동 외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서스펜션 감쇄력은 컴포트, 노멀, 스포트 등으로 3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차고가 높은 SUV임에도 고속주행 안정성이 뛰어나다. 특히 중고속 영역에서는 속도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 속도계를 보지 않으면 과속 우려도 있다. 최고시속은 220㎞다. 굼뜰 만도 한 코너링 실력은 제법 잘 움켜쥐고 돌아나간다. 그러나 제동력은 다소 아쉽다.
▲총평
겉보기엔 평범한 SUV이지만 비장의 무기를 가진 제품이다. 랠리 우승으로 기술을 입증한 몇 안되는 SUV 중 하나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의 용맹스런 부족 이름같이 때론 거칠게 몰아붙여도 재미있다.
폭스바겐은 투아렉을 통해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모두를 담아냈다. 그래서 욕심이 많은 차고, 가격이 높은 건 어쩔 수 없다. 3.0ℓ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이 8,670만 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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