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은 일본의 기솔린 하이브리드와 독일의 디젤로 크게 나뉜다. 연료는 다르지만 모두 고효율을 앞세운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놓은 전기차의 대립구도는 어떨까?
국내 시판중인 수입 전기차는 닛산 리프, BMW i3가 있다. 모두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이른바 뼛속까지 전기차다. 가장 큰 차이점은 리프는 일반적인 모노코크 섀시의 전륜구동 방식이며 i3는 탄소섬유 섀시의 후륜구동인 점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두 수입 전기차를 제주도에서 비교 시승했다.
▲디자인 닛산 리프의 외관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으로 다듬은 것 외엔 일반 해치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전면부는 닛산의 기조인 "V"라인을 후드에 따라 중앙으로 모았다. 냉각이 필요한 엔진을 장착하지 않아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대신 충전단자 커버가 보인다. 볼록 튀어나온 헤드램프는 차체 옆으로 지나는 공기흐름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측면은 간결하다. 실루엣과 캐릭터라인이 물 흐르듯 이어져 공기저항 발생요소를 다 지운 듯하다. 휠은 일반 승용차 수준의 규격이다. 타이어는 구름저항을 줄인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시리즈의 P215/50R 17을 끼웠다.
C필러를 타고 내려오는 리어 램프는 클리어 타입을 채택,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공력성능을 강화한 점도 돋보인다. 태양광 전지판을 부착한 리어 스포일러를 비롯해 범퍼의 양쪽 끝을 모서리로 처리한 것. 범퍼 아랫 부분엔 일체형 디퓨저를 설정했다. 이로써 차체 뒤로 발생하는 와류를 줄여 주행효율을 높일 수 있다.
실내는 다소 평범하지만 곳곳에 파란색 트림으로 친환경을 강조했다. 센터페시아는 스마트패드에서 볼 수 있는 고광택 패널로 마감해 미래지향성을 살렸다. 계기판은 주행에 필요한 기본정보와 배터리 잔여량, 주행가능거리, 동력발생량 등을 대칭형으로 보여준다. 속도계는 별도로 상단에도 표시해 운전집중도를 높인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조약돌 형태의 기어 레버다. "ㄴ"자를 쓰듯이 조작해 전진, 중립, 후진할 수 있다. 주차 시엔 상단의 "P"버튼을 누르면 된다. 직관적이며 조작이 쉽다.
시트 위치가 일반 세단보다 높아 시야가 넓다. A필러의 쪽창도 도움이 된다. 좌석은 선호도가 높은 가죽으로 처리했으며, 앞뒤 모두 열선을 내장했다. 뒷좌석은 3명이 앉을 수 있다. 2,700㎜의 휠베이스와 높은 키 덕분에 다리공간도 여유롭다. 적재공간은 370ℓ로 깊게 들어간다. 6대4 분할의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720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BMW i3 역시 그릴의 기능을 없애고 상징적 의미만 부여했다. "엔젤아이"란 별칭의 헤드램프는 "U"자 형태의 LED로 대체했다. 측면부는 투톤 색상을 바탕으로 파란색을 강조했다. "i시리즈"만의 개성이다. 로커 패널을 입체화하고 2열 도어 핸들을 숨겨 역동적이다. BMW 특유의 C필러 형태를 일컫는 "호프 마이스터 킥"을 지운 대신 유기적 형태의 프레임을 적용해 건축적인 느낌을 살렸다. 충전 단자는 내연기관차 주유구처럼 우측 리어 펜더에 구성했다. 19인치 휠과 저마찰 브리지스톤 에코피아 타이어는 차체에 비해 분명 크다. 하지만 트레드를 줄여 가속 때 최대토크와 주행 시 생기는 구름 저항의 타협점을 찾았다.
도어는 앞뒤 공간 사이의 B필러 없이 활짝 열리는 코치 방식을 채택했다. 통상 컨셉트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차체가 작은 데다 강성이 확보돼 적용이 가능했다. 2열 도어는 1열 도어를 열어야 개폐가 가능하다. 후면부는 고광택 대형 패널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최근 일부 해치백에서 볼 수 있는 요소로 트렁크, 리어 램프를 통합했다.
실내는 깔끔한 거실 느낌이 물씬하다.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바닥을 평평하게 마감했으며 수납공간을 곳곳에 배치했다. 칼럼식 기어 레버를 쓴 점도 돋보인다. 차체 곳곳엔 탄소 및 유리섬유가 드러나 이채롭다. 가죽과 직물을 입체적으로 구성했으며 모니터 형태의 계기판은 속도, 배터리 소모량·충전 현황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전기차에 최적화된 커넥티브 드라이브를 통해 충전·교통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뒷좌석은 두 명만 앉을 수 있어 4인승이다.
보닛을 열면 비상용품이 고정된 작은 수납공간과 워셔액 주입구가 있다. 트렁크는 리어액슬에 얹은 모터 때문에 260ℓ에 불과하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100ℓ까지 늘어난다는 게 BMW 설명이다.
▲성능
리프의 보닛 아래엔 엔진을 대신하는 전기모터와 전자제어유닛 등이 탑재됐다. AC모터는 최고 109마력, 최대 25.9㎏·m의 성능을 발휘한다. 스타일과 가속력만 보면 영락없는 핫해치다. 최대토크가 액셀 페달을 밟는 순간 터지는 전기차 특성이다. 안전 최고시속은 140㎞다.
주행모드는 일반 주행의 "D", 회생제동을 우선하는 "B"가 있다. D모드에서 회생제동 시스템 개입은 자연스럽다. 통상 전기구동계를 쓴 친환경차 운전 시 느낄만한 이질감이 없는 것. 관성주행 중 에너지 회수율을 줄여 속도와 주행거리를 유지하는 설정이다. B모드는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 충전량을 극대화한다. 스티어링 휠의 에코 버튼을 누르면 모터 구동력을 아끼며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가벼워 도심 주행에 알맞다. 속도감응형이지만 고속에서 더 무거워질 필요가 있다. 코너링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플로어 아래에 깔아 놓은 배터리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적이다. 전기차답게 동력계에서 발생하는 진동, 소음은 거의 없다.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들어오는 정도다. 차체 아래에 커버를 달아 공기저항과 소음을 줄였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노면 상태를 읽을 수 있는 정도다.
전기차의 핵심요소로 꼽히는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132㎞다. 에코와 B모드를 활용한 효율 주행 시 10~20㎞ 정도는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복합효율은 5.2㎞/㎾h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전력량은 24㎾h로 차데모 방식의 급속충전 시 30분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완속충전은 6.6㎾ 기준으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배터리는 5년 또는 10만㎞의 보증기간을 제공한다.
i3는 재미와 역동을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모터는 최고 170마력, 최대 25.5㎏·m를 낸다. 가속은 의외로 리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더 순조롭다. 모터 구동음은 더 크게 와닿는다. 0→시속 100㎞ 가속은 7.2초가 걸리며, 안전 최고시속은 150㎞다.
가속 페달은 싱글 페달 제어 기능을 갖춰 가속하다가 발을 떼면 충전을 위한 "에너지 재생모드의 활성화"로 즉각 감속이 이뤄진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결국 정지에 이르게 되며, 정차 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오토홀드 기능이 따로 필요치 않다. 그러나 제동등 점등이 이뤄지지 않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에코 프로, 에코 프로 플러스 3가지를 제공한다. 컴포트는 차를 가장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포츠 모드에 가깝다. 에코 프로는 일반적인 주행 모드이며 에코 프로 플러스는 냉·난방 등 전자장치 사용을 억제하고 최고시속을 90㎞로 제한해 주행가능거리를 늘리는 극적인 방법이다.
스티어링 휠은 리프보다 조금 무거운 편이며 후륜구동의 오버스티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적극적인 자세제어장치 개입 덕분이다. 얇은 타이어를 끼웠음에도 주행안정성은 높지만 브레이크 답력이 다 따라가기엔 벅찬 듯하다.
주행가능거리는 리프와 같은 132㎞로 실제론 리프가 더 우세해 보인다. 배터리 전력량 21.3㎾h로 비교적 적은 탓이다. 급속충전은 타입1 DC 콤보 방식, 완속충전은 타입1 AC를 이용한다. BMW가 제공하는 i 월박스 가정용 충전기로 완속충전 시 100%까지 3시간이 걸린다. 급속충전으로 80% 충전까지 필요한 시간은 30분이다.
▲총평 1세대 전기차라는 새롭고도 공통된 분모를 갖고 있지만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닛산 리프는 무난한 스타일과 편리함이 강점이다. 전기차로서 거부감이 적다는 뜻이다. 새로움은 전기 에너지를 쓰는 동력계에서만 느껴진다. 전기차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에서 이미 16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완성도는 입증된 셈이다.
BMW i3는 컨셉트카에 가까운 모험적인 제품으로 재미를 추구한다. CUV 형태를 지녔지만 뒷바퀴를 굴림으로써 브랜드의 역동성을 잃지 않았다. 디자인은 리프를 오래된 차로 인식하게 만들 정도로 미래지향적이다. 낮은 공간활용도는 다소 아쉽다. 올해 제주도 소비자들은 전기차 공모에서 리프 318대, i3 414대를 신청했다.
가격은 리프 5,480만원, i3 5,750만~6,840만원(보조금 미적용 기준)이다.
제주=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그 남자의 시승]골프의 무한변신, 1.4 TFSI 바리안트▶ [시승]변화와 숙성의 조화, 쉐보레 크루즈 1.4ℓ 터보▶ [시승]품격있는 주말을 위한 차, 토요타 시에나 AWD▶ [시승]스티어링 반응성 뛰어난 인피니티 Q70▶ [시승]평범한 외모 속 랠리 DNA, 폭스바겐 투아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