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체로키를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작년에는 오버랜드였지만 이번에는 서밋 모델이다. 그냥 보기에 오버랜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부분적으로 더욱 세밀해졌다. 그러나 국내 판매대수는 아쉬움이 많다. 한 마디로 저평가된 차종이다. 그래서 그랜드 체로키를 서밋 버전으로 다시 재조명해본다.
그랜드 체로키의 경쟁은 브랜드 파워가 막강한 BMW X5, 벤츠 ML, 폭스바겐 투아렉,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등이 꼽힌다. 이들에 비해 그랜드 체로키 서밋의 상품력은 나쁘지 않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편의품목 등을 가지고 있어서다.
▲ 디자인 외부는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와 큰 차이가 없다. 전면에는 크라이슬러, 짚의 상징같은 주간 주행등이 자리잡았고, 라디에이터 그릴 형상은 짚의 오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있다. 전면 하부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레이더가 있으며, 측면의 20인치 크롬 휠이 서밋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후방에는 서밋이라는 레터링 뱃지가 트렁크 하단에 붙어 있고, 크롬 머플러팁이 서밋 전용으로 디자인됐다.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외부 형상만으로 서밋인지 오버랜드인지 쉽게 알 수가 없다. 필자는 2박스카 오프로더 스타일의 투박한 라인을 동경하는 까닭에 그랜드 체로키 디자인에 호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차들도 이제는 세밀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글로벌 경쟁사와 겨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 들어서면 먼저 킥킹플레이트의 조명이 운전자를 반긴다. 서밋이라는 푸른 빛 플레이트 조명이 은근 멋스럽다. 물론 요 사이 많은 차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이지만 그래도 최고 버전이라는 것을 한번 더 강조하고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그 느낌이 오버랜드랑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두 가지는 바로 느낄 수 있다. 천정의 알칸타라 가죽과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이다. 최상위 버전답게 A필러부터 천정, 선쉐이드 및 2열 3열의 필러들과 천정도 스웨이드로 마무리됐다. 또한 대시보드 마감도 가죽과 스티치로 완성됐다.
그랜드 체로키 서밋의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에는 미국 출신답게 트렁크에 우퍼도 장착돼 있다. 그래서일까. 운전할 때 반드시 비트가 빠른 락이나 블루스, 랩을 들어야 할 듯하다. 가죽시트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고, 앞뒤 도어트림에는 페트병을 놓을 수 있는 홀더도 구비됐다. 예전에는 미국차의 특징이었던 대용량 컵홀더가 이제는 대부분 회사들의 아이템으로 일반화됐지만 그랜드 체로키가 체택해 놓으니 보다 미국 냄새를 물씬 풍긴다. 서밋의 실내 분위기는 이런 미미한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 짚의 최상위 트림다운 화려함을 은은하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성능 & 승차감 그랜드 체로키 서밋의 파워트레인은 오버랜드와 동일한 3.0ℓ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 기본이다. 여기에 짚의 셀렉 트레인이 AWD 제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에어 서스펜션도 마련됐다. 에너지 소비효율은 도심 10.5㎞/ℓ, 고속도로 13.4㎞/ℓ, 복합은 11.7㎞/ℓ의 등급을 보이고 있다. 필자가 약 300㎞ 정도 시내와 고속도로 등을 운행한 결과 약 10.8㎞/ℓ 가량을 항상 유지했다. 경쾌한 운행에서 도심 공인연비효율에 가깝게 나온다는 것은 연비가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고속도로를 최적의 연비효율 속도로 주행한다면 고속도로 효율 또한 13.4㎞/ℓ보다 잘 나올 것으로 짐작된다.
그랜드 체로키에 몸을 싣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근에서 강원도 춘천까지 가는 동안 그랜드 체로키 서밋의 운전은 상당히 즐거웠다. 깜박 잊고 방향지시등을 끄지 않으면 계기판에 방향지시등이 계속 켜져 있음을 경고해 준다. 또한 전방 추돌 상황이 발생할 일말의 기미가 보인다면 추돌방지 제동시스템이 작동한다. 운전자는 순간 놀랄 수도 있지만 계기판에 브레이크라는 경고 메시지와 함께 붉은 색 경고마크가 연속 점등된다. 외부 소음의 실내유입 차단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적한 춘천 고속도로를 달릴 때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상당히 매끄러운 가감속을 도와준다. 이미 필자가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ZF 8단 자동변속기(ZF8HP70)를 접했지만 짚에서도 엔진과의 세팅을 상당히 조화롭게 한 듯하다. 시속 100㎞를 순항할 경우 약 1,650rpm을 유지하며 연비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고 노력한다. 또한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 시프트가 준비돼 경쾌한 드라이빙을 한껏 더 뽐낼 수 있다.
승차감은 일반고속에서는 편안함 위주로 설계됐고, 속도를 높이면 제법 단단히 도로를 잡아준다. 시속 80㎞ 이상 속력에서는 자동으로 에어로(Aero) 모드로 변환돼 차고가 낮아진다. 서스펜션의 각종 부싱들의 충격 흡수 능력이 아주 좋다. 어지간한 속도 방지턱이나 범프에서도 충격이 운전자에게 크게 전달되지 않는다. 충격흡수에 대한 단단함 속에서 미국적인 부드러운 승차감이 살아 있는 셈이다.
▲총평 그랜드 체로키 서밋은 상당히 괜찮은 SUV다. 특히 서밋 버전에선 오버랜드에 없는 품목들이 구성돼 보다 세밀하고 섬세한 면모를 보인다. 물론 이런 그랜드 체로키 서밋의 구매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다. 제품력만 놓고 볼 때 다양한 가격대의 경쟁 SUV를 물리치고 그랜드 체로키 서밋이 얼마나 선전할 지 짚 그랜드 체로키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한번 응원해보고 싶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교수)
jypark1212@ewha.ac.kr▶ [그 남자의 시승]골프의 무한변신, 1.4 TFSI 바리안트▶ [그 남자의 시승]야생에서 도시로, 짚(Jeep) 체로키▶ [그 남자의 시승]기아차의 승부수, 올 뉴 카니발▶ [그 남자의 시승]대한민국 최고급, 현대차 에쿠스▶ [그 남자의 시승]매력있는 SUV, 짚 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