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략은 두 가지 방향성을 지닌다. 우선은 전통적인 중·대형차 전략이다. 기존 소비자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플래그십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다른 하나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작은 차 만들기다. 생애 첫 차로 선택될수록 브랜드 로열티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동일 브랜드의 연결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젊은 소비자에게 손길을 내미는 아우디 제품은 A3, Q3, A1 등이 있다. 이 가운데 A3는 유일하게 세단과 해치백으로 나온다. 또 해치백 버전은 3도어의 A3와 5도어인 A3 스포트백으로 나뉜다. 세단형은 중국 또는 미국시장을 위한 것이고, 해치백은 유럽 시장을 노린다. 그리고 두 가지 특성을 모두 품은 한국은 해치백과 세단이 공존한다. 그 중 A3 스포트백을 시승했다.
▲디자인
세련된 동시에 진보적이다. 아우디의 슬로건이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점을 떠올리면 쉽게 수긍이 간다. 곳곳에서 풍기는 절제미는 큰 틀에서 아우디임을 알게 한다.
덕분에 존재감은 상당하다. 특히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아우디는 어떤 브랜드보다 헤드 램프 기술에 자신감을 보인다. A3 스포트백 또한 LED로 한껏 멋을 냈다. 집중해 보면 세단과의 차이도 있다. 안개등 부위가 조금 다르다. 형태에 따른 성격 구별이다.
옆모양은 역동성을 강조하는 아우디답게 스포티한 분위기를 풍긴다. 당장 앞으로 튀어나갈 듯하다. 흔히 국내에선 해치백보다 세단을 선호하는데, 옆에서 봤을 때 해치백의 비율이 눈에 익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치백은 주행의 즐거움을 위한 차다. 그런 관점에서 A3 스포트백은 개발 의도를 잘 살린 디자인이 아닐 수 없다.
뒷모양은 몇 개의 수평선으로 안정감을 살렸다. 소형차인 까닭에 넓어 보이는 게 좋을 수 있다. 리어 램프는 아우디 스타일로, 브랜드 통일을 위한 디자인이다. 듀얼 머플러로 고성능 이미지도 살렸다.
실내는 세단과 동일하다. 질감면에서 경쟁차인 BMW 1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조금 우위에 있는 듯하다. 대시보드에 수납됐다가 시동과 함께 튀어나오는 멀티미디어 모니터는 젊은 감각과 재미가 함께 느껴진다. 당구공 형태의 기어 노브 역시 주요 소비층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요소다.
시트는 전반적으로 촉감이 뛰어나다. 고급 브랜드임을 잊지 않은 알칸타라 가죽이다. 엉덩이와 허리, 등을 감싸 느낌이 좋다. 그럼에도 달릴 때는 여지 없이 단단한 독일차다.
▲성능 A3 스포트백은 다양한 엔진을 얹었으나 국내에는 2.0ℓ 및 1.6ℓ 디젤만 판다. 다이내믹 배지라는 아우디의 새로운 명명체계에 따라 35 TDI, 25 TDI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승차는 35 TDI로, 4기통 2.0ℓ 터보 디젤 직분사 엔진이다. 최고 150마력, 최대 34.7㎏·m의 힘을 낸다. 저속에서 높은 토크를 발휘해 순발력을 살리고, 고속에선 충분한 출력으로 속도를 유지한다. 변속기는 6단 S트로닉을 조합했다. 1.6ℓ 버전이 7단인 것과 비교된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실내에 유입된다. 물론 많이 억제했으나 정평이 난 작은 차여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진동과 소음을 줄이려면 그 만큼 제작단가가 비싸지기 때문이다.
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맛이 상당하다. 특히 초반 가속은 인상적이다. 밟는대로 움직인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동일한 엔진과 구조를 갖는 폭스바겐 골프와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엔진힘을 유지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작은 차에 올라간 2.0ℓ 엔진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한다. 역동성을 중시하는 아우디의 DNA를 잘 담아냈다.
직선로에서의 움직임은 날래다. 속도를 높이는 데 전혀 스트레스가 없다. 가혹하게 몰아붙여도 모두 받아주는 게 기특하다. 세단도 밸런스가 훌륭했지만 역시 해치백 형태가 조금 더 매력적이다. 달리기 완성도가 높다.
주행상태에서는 풍절음도 잘 상쇄했다. 고속에서 스며드는 바람소리는 어쩔 수 없지만 일상속도의 소음은 크지 않다. 아우디는 특히나 음향을 중시하는 브랜드인데, 작은 차에서도 그런 성향을 잘 살렸다.
주행모드는 5가지가 있다. 자동(오토), 다이내믹, 컴포트, 에코, 개인맞춤(인디비주얼) 등이다. 오토는 도로나 주행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서스펜션 장력이나 스티어링 반응, 가속 등을 조절한다. 다이내믹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컴포트로 모드를 변경하면 부드러워진 A3를 만날 수 있다. 에코는 출력 조절로 효율 높은 주행을 선사한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개인맞춤" 모드에서 가장 적합한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총평 국내에선 세단보다 늦게 소개했으나 사실 A3 스포트백은 세단에 앞서 세계무대에 등장했다. 한국시장 내 해치백의 인기가 높지 않아 늦게 도입한 것. 그러나 A3의 진면목은 스포트백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다. 그 만큼 완성도가 높고, 해치백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주행감각, 아름다운 외관, 실내의 소재 질감 모두 만족스럽다. 이를테면 좋은 차의 전형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밀도가 높은 차"가 아닐까 싶다. 판매가격은 35 TDI 기준 4,290만 원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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