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두 얼굴의 사나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입력 2015년05월11일 00시00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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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세대에게는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로, 신세대에겐 "슈퍼 히어로"로 익숙한 헐크는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캐릭터로 인기가 높다. 헐크의 주된 갈등구조는 상반된 가치의 충돌이다. 따라서 만화 원작에선 너무도 공격적이고 파괴지향적인 헐크가 지구에서 추방되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반대로 너무 약한 브루스 배너(헐크의 모태)는 동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동차 역시 상반된 가치가 만나는 일이 잦다. 가장 치열한 충돌은 "성능과 효율"이다. 성능을 높이면 효율이 떨어지는 공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가치충돌이 아닌 가치융합으로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수십년간 SUV를 만들어 온 랜드로버에게도 충돌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비포장도로(오프로드)와 포장도로(온로드)다. SUV는 본래 험로주행을 목적으로 태어났다. 랜드로버 역시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된 기술에 능하다. 그러나 현재 SUV의 역할은 점차 바뀌고 있다. 오프로드보다 온로드를 달리는 소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도심형 SUV의 등장이 잇따른다. 편안하고 안락한 SUV를 추구한다는 얘기다. 랜드로버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그런 랜드로버의 고민이 잘 묻어난 차다. 그리고 고민은 훌륭한 제품력으로 승화됐다. 온로드 주행성능을 꼼꼼히 갖췄으면서도 오프로더 야성을 잃지 않은 것.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드는 두 얼굴의 사나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경주 토함산 일대에서 시승했다.

 ▲스타일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의 새 제품군 분류에 따라 디스커버리군에 속하며, 이전 프리랜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랜드로버 라인업 중에선 작은 편이라는 의미다. 플랫폼은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공유한다.

 첫 인상은 레인지로버와 비슷하다. 얼핏 보면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랜드로버는 고급 SUV 제품군은 레인지로버, 레저 SUV 제품군은 디스커버리, 다목적 SUV는 디펜더를 각각 육성한다. 이렇게 제품포지션을 명확하게 나눈 시점에서 서로 디자인이 비슷해진다면 굳이 분류의미가 희석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레인지로버도 그렇고, 디스커버리 스포츠 또한 상당히 높은 디자인 완성도를 지녔다. 디스커버리의 방향성을 내포했다고 알려진 디스커버리 비전 컨셉트에서 따온 각각의 디자인 요소는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랜드로버의 상징 클램셸 보닛이다. "디스커버리" 레터링을 넣고, 육각 형태의 매시 그릴과 함께 강인한 이미지를 담았다. 그릴 아래 사다리꼴 공기흡입구 역시 강직한 오프로더의 성격을 대변한다. 눈매는 날카롭다. LED를 적극 이용해 고성능 슈퍼카 이미지로 변한 것. 시대와 유행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측면은 다분히 SUV다운 비율이다. 안정된 느낌이 좋다. 최근 SUV는 도심형 성격이 부각되면서 창문이 작아지고 있는데,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창을 오히려 키웠다. 시야확보와 동시에 오프로드 주행 시 밖을 내다보기 편한 구조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상어 지느러미로 불리는 C필러 형태가 독특하며, 앞바퀴 휠하우스 상단의 펜더 벤트는 디스커버리 전통을 따랐다.

 후면은 수평 디자인이 골자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 수평 기조는 고급스러움과 안정성을 동시에 선사한다. 랜드로버라는 브랜드 가치와 SUV라는 기능적인 요소를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리어 램프 모양이 재미있다. 스포일러로 공기역학 구조를 강조한 점도 엿볼 수 있다.

 실내는 차분한 분위기다. 구성의 화려함보다 쾌적하고 넉넉한 공간을 위해 디자인한 것. 실제 바퀴 위치 조정을 통해 레인지로버와 견줄 정도로 실내 공간에 여유를 만들었다. 슬라이드&리클라인 기능을 갖춘 6:4 폴딩시트는 거주성과 적재성을 동시에 배려했다. 앞뒤로 최대 16㎝를 움직일 수 있어서다. 여기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통해 숨겨진 1인치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앞뒤 문에는 총 13.8ℓ의 공간이 담겼는데, 이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슬라이딩 시트를 통해 적재능력은 47ℓ에서 829ℓ까지 변화한다. 프리랜더는 755ℓ에 고정돼 있었다. 시트를 접었을 때는 1,698ℓ로 늘어난다. 경쟁차로 꼽히는 아우디 Q5의 1,560ℓ와 비교해 월등하다.  

 센터페시아나 계기판 모두 단출한 구성이다. 특별함이 없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의 것과 디자인이 비슷하다. 기어 레버는 없다. 대신 재규어와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셀렉터가 들어갔다. 이 부분은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오프로드만을 위한 차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성능
 엔진은 2.2ℓ 디젤이다. 최고 190마력, 최대 42.8㎏·m를 낸다. 9단 ZF 자동변속기를 조합하며, 0→100㎞/h 가속시간은 8.9초다. 복합 기준 ℓ당 11.2㎞를 달릴 수 있다. 

 온로드 주행감성은 만족할 만하다. 가속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고, SUV의 특유의 뒤뚱거림도 적었다. 높은 성능을 내는 건 아니지만 달리는 데 큰 불만도 생기지 않는다.  

 차가 한적한 지방 간선도로에서 속도를 마음껏 내봤다. 차를 몰아붙여도 받아들이는 능력이 대단하다. 특히 변속이 매우 민첩하게 이뤄지는 걸 알 수 있다. 9단 변속기 덕분이다. 최고속도는 7단에서 나온다.

 고단변속기는 가격이 비싸 고급차에 주로 적용한다. 다만 보편적인 8단에 비해 9단은 오버 테크놀로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8단 이후에서 변속기는 가감속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착 이유는 바로 아이들링 스톱&고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고단변속기는 모두 후륜구동차 위주로 개발했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4륜구동이지만 평소에는 앞바퀴 구동력이 뒷바퀴보다 세다. 기본적인 세팅이 전륜구동 방식이란 뜻이다. 따라서 변속기 또한 전륜구동 방식에 적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아이들링 스톱&스타트 기능을 넣으면 정차 시 신속한 재시동을 위해 기어가 항상 맞물려야 한다. 엔진은 멈췄지만 재시동으로 인한 손실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게 바로 전륜구동용 9단 변속기의 1단 기어다.

 오프로드 코스에 접어들었다. 랜드로버의 자랑,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인 "터레인 리스폰스"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터레인 리스폰스는 어떤 지형에도 고른 주행능력을 보여주는 랜드로버의 만능열쇠다. 일반 도로, 풀/자갈/눈, 진흙, 모래 등 4가지 지형 모드를 지원한다. 
 
 시승 당일에는 비가 왔다. 따라서 오프로드 지면이 물을 먹어 진흙으로 변해 있었다. 터레인 리스폰스의 모드를 진흙으로 맞추고 주행했다. 진흙 모드는 엔진의 구동력을 최대한 이끌어낸다. 바퀴가 미끄러질 우려가 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엔진힘으로 이를 상쇄한다. 덕분에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미끄러지는 건 물리법칙이니 어쩔 수 없지만 불안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미끄러짐을 운전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 즐거웠다.

 작은 언덕, 수렁 등을 넘나들면서 완벽히 지형에 적응하는 느낌이 들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오프로드 상황에는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알게 됐다. 구동력이 어떻게 바퀴에 전달되는지, 바퀴 위치가 어디인지 등은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확인 가능하다.

 전자식 디퍼런셜 또한 최근 SUV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워 효율에도 도움이 된다. 전자식이어서 매우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도 장점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 또한 오프로더와 온로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자식 디퍼런셜을 채택했다. 작동상황 확인은 역시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이뤄진다.

 내리막길 속도제어장치도 유용하다. 급경사를 만났을 때 안정적인 거동을 할 수 있다. 랜드로버 SUV는 모두 이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꽤 편리한 장치다. 

 ▲총평
 모든 걸 다 가진다는 건 욕심이다. 어느 하나를 취하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게 일반적인 진리다. 기회비용이라는 말이 그래서 탄생했다. 오프로더와 온로드의 양립을 꿈꾸는 랜드로버에게도 이 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오프로더 실력을 일부 포기하면서 온로드 감성을 키웠다. 온로더로서 동급 최강은 아니지만 전천후 오프로더 모양새도 갖췄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차는 아니다. 두 분야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 이 것이 랜드로버의 자동차만들기 방식이다. 도시에선 매우 멋있게 보이면서도 빌딩을 벗어나면 강인한 실력을 지닌 차, 랜드로버 스포츠가 아닐 수 없다. 

 판매가격은 5,960만~6,660만 원.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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