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시승]기술의 혼다를 경험하다, 어코드 3.5ℓ

입력 2015년06월03일 00시00분 박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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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북미의 대표적인 일본 중형 세단으로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이 꼽힌다. 물론 이외 유명한 유럽형 세단도 있고, 미국 브랜드, 한국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제품은 일본 중형 3종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혼다 어코드는 전통의 강자로 꼽힌다.    
  
 어코드와의 첫 만남은 지난 1993년 4세대를 통해서다. 당시 어코드는 북미 패밀리 세단의 대표 주자로, 2.2ℓ DOHC가 아닌 SOHC 16밸브를 채택한 점이 이채로웠다. 여기에 듣기 좋은 엔진음과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 더해져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로부터 무려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어코드 역시 9세대로 접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10세대가 나올테니 세월이 무색하다. 역사가 오래된 차인 만큼 어코드도 질곡의 시간을 겪었으리라. 비록 국내에선 파워트레인 측면에서 경쟁차에 다소 밀리는 분위기지만 아직 혼다의 기술력이 살아있음은 9세대 어코드 3.5ℓ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스타일
 전반적으로 혼다 디자인은 화려함보다 무난함에 방점이 찍혀있다. 우선 전면부는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이 눈에 띈다. 크롬 처리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혼다 엠블럼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옆으로 돌아가 보면 3.5ℓ에만 적용된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존재감을 높인다.


 눈으로 A, B, C필러를 따라가다 보면 벨트 라인 아래로 굵은 선이 두 개 보인다. 손잡이를 따라 흐르는 선, 도어 스커프 부근에 들어간 선, 이 두 개의 선은 우직한 어코드의 성격을 대변하고 있다. C필러에서 이어지는 후면은 흘겨보면 구형 제네시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두 차를 나란히 세워놓고 보면 그 차이는 명확하다. 후면은 LED를 사용한 브레이크등과 듀얼 배기파이프로 3.5ℓ임을 알려준다.


 어코드를 눈으로 살피면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조수석 사이드 미러 아래  쪽에 위치한 소형 카메라가 그것이다. 볼보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BLIS가 경고등으로 사각지대 장애물을 알려주는 것과 달리 어코드는 후방 사각지대를 실시간으로 센터페시어 모니터에 표시한다. 작동 방법은 우측 방향지시등을 넣었을 때다.
 
 차분한 외관에 비해 실내는 다소 어수선하다. 특히 센터페시어 모니터 두 개는 시선 분산이 아쉽다. 국내에서 장착하는 내비게이션은 화면 전환 버튼의 위치가 매우 불편하다. 목적지 설정을 위해 모니터를 터치할 때 나도 모르게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 의도치 않은 화면 전환에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운전석에는 메모리 시트 기능을 넣었다. 실용성을 강조한 북미형 차답게 각 도어 패널에는 패트병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센터 콘솔에는 USB와 12V 외부전원 단자를 마련했다. 실내의 버튼 조작감은 경쟁차 대비 좋은 편이다. 열선을 앞뒤 좌석에 모두 적용했고, 뒷자리 송풍구를 센터 콘솔 뒤 쪽에 넣었다.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컵홀더는 정말 기본에 충실했다는 생각이다.

 ▲성능
 엔진은 3.5ℓ i-V텍 가솔린 자연흡기다. 최고 282마력에 34.8㎏·m의 성능을 지녔다. 최근의 3.5ℓ 자연흡기 엔진은 브랜드 간 개성이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다. 물론 과거의 그것보다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혼다는 특유의 부드러운 회전질감이 여전히 살아 있어 혼다 감성으로 다가온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주행 모드는 드라이브와 스포츠를 지원한다. 패들시프터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엔진 브레이크를 강제 작동키 위한 저단 영역도 없다.
 그러나 내리막 구간에서 왜 이 차가 똑똑한 지를 증명해낸다. 가속도 센서에 의해 내리막 엔진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걸리는 것. 게다가 스포츠 모드의 경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속 페달의 답력에 의해 스로틀 개방 위치는 자유자재로 변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엔진 고회전 영역을 일정시간 유지한다. 또한 연속 급가속 구간에선 고회전 바로 다음 단계 기어로 변속이 진행된다.
 

 어코드의 핸들링은 예나 지금이나 편안함 속의 예리함이다. 무척이나 편안한 승차감을 지향하는 어코드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유럽 고급차 같은 정교한 맛은 떨어진다. 이를 두고 사람에 따라서는 유럽차가 어코드보다 묵직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어코드 또한 실력이 부족하지만은 않다. 언제 어디서든 최고의 주파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근골격계를 갖춘 완벽한 육상선수가 유럽차라면 딱 필요한 만큼의 근육을 가지고 활용하는 것이 바로 어코드다. 
 

 브레이크는 대부분 채택하는 투 피스톤 캘리퍼와 디스크를 사용한다. 출력이 증가된 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이전보다 향상됐다. 실제로도 매우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어코드와 비슷한 가격대의 양산차는 너무 과격하게 몰거나 경쾌하게 운전하면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 패드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안전장비는 국내외 경쟁차와 비교하면 다소 아쉽다. 앞서 설명한 좌측의 사각지대를 조수석 사이드 미러 카메라로 촬영, 모니터에 표시하는 레인 와치(Lane Watch)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차체 자세제어 장치(VSA)나 에어백, 급제동 경보시스템,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 같은 것은 특별함이 떨어진다.

 승차감은 일본 경쟁차에 비해 단단하다. 그렇다고 유럽차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 직전에 시승한 알티마는 하체 충격을 흡수하는 부싱 성능이 어코드보다 뛰어났다. 반면 어코드는 쇽 업소버와 스프링 설계가 다부지다. 때문에 알티마는 부드러움, 경쾌하고 단단함은 어코드가 알맞다.


 효율은 정속주행 기준(90-110㎞/h)에서 트림컴퓨터로 ℓ당 14.7㎞까지 측정됐다. 고속 정속주행 시에는 ℓ당 12.7㎞로 약간 떨어졌다. 속도를 더욱 높이면 ℓ당 11.4㎞까지 효율이 하락했다. 고속도로 운전을 할 때 좀처럼 11㎞/ℓ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혹자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3.0ℓ 이상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시내 구간 혹은 정체가 심한 경우에는 ℓ당 5.4-7.2㎞ 수준으로 하락폭이 크다. 늘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시내 구간에서 가솔린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따라갈 수 없고, 고속도로 장거리 정속 주행은 디젤을 이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순수한 가솔린 엔진을 찾는 이유는 특유의 주행 감성 때문이다. 
 

 ▲총평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필자가 접한 4세대에서 지금의 9세대까지 어코드가 변한 것처럼 한국의 자동차 문화도 많이 변했다. 수입차가 흔하게 된 이 시점에 9세대 어코드가 과연 한국 시장에서 북미와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은 국내 수입된 북미형 일본차들 모두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어코드는 분명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도 언급했듯 북미형 일본차의 내구성을 알아가기 위한 시작은 "5년 10만㎞" 정도를 주행한 뒤부터 시작이고, "10년 20만㎞" 정도가 될 때 내구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의 자동차 변경 주기인 3~5년은 어코드의 기술력과 내구성을 알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시승/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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