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유럽 옷 입힌 미국 중형 세단, 크라이슬러 200C

입력 2015년06월11일 00시00분 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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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미국차"라고 하면 큰 차체와 대배기량의 엔진 등으로 특징지어졌다. 그러나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한 친환경, 고효율 흐름이 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에서도 경제성을 높인 차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크라이슬러는 2009년 이탈리아 피아트에 흡수되면서 플랫폼 공유를 비롯한 다양한 신차 개발의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중심엔 중형 세단 200이 있다.

 1세대 200은 2010년 크라이슬러 세브링의 부분변경차로 선보였다. 지금의 2세대는 이름만 유지한 완전변경차다. 지난해 세계시장에 공개했으며, 국내엔 지난 2월 출시했다. 소비자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이다. 크라이슬러의 제품력을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200의 두 트림 중 안전품목을 대거 적용한 상급 200C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부드러운 인상과 유연한 실루엣, 간결함 덕분에 고래를 연상케 한다. 앞모양은 그릴과 헤드 램프를 통합해 일체감을 준다. 헤드 램프는 LED 주간주행등, HID를 넣어 구성이 단순하다. 날개를 형상화한 크롬 가니시는 그릴과 범퍼 아래 흡기구에 상하 대칭형으로 구성했다. LED 안개등과 차간 거리 유지를 위한 레이더도 마련해 흡기구에 심었다.

 측면은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했지만 A필러를 앞으로 밀고 앞뒤 오버행을 늘려 역동적인 비례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반신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아우른 캐릭터 라인 외에 별다른 요소가 없어 18인치 캐스트 알루미늄 휠이 돋보일 정도다. 날렵한 모양의 사이드 미러는 심미성을 강조했지만 기능성이 아쉽다. 그리 큰 차체가 아님에도 거울 면적이 작아 사각지대가 많다. 그나마 후측방경보장치가 이를 보완한다.

 뒷모양은 트렁크 리드를 접은 오리꼬리 형상, 이른바 "덕 테일"이 특징이다. 면 발광 형태의 LED 미등과 수평적 이미지가 조화를 이룬다. 크기는 길이 4,885㎜, 너비 1,870㎜, 높이 1,490㎜, 휠베이스 2,743㎜로 일반적인 중형차 수준이다.

 실내는 안락함을 살렸다. 베젤로 감싼 7인치 운전자 정보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도 연동돼 가시성을 높였다. 스티어링 휠은 블루투스, 크루즈 컨트롤, 차간거리 설정 등 주행관련 버튼들을 모았다. 송풍구와 한 틀에 묶은 U커넥트 8.4인치 모니터는 터치 인식성이 즉각적이며 사용자 환경도 잘 짜여졌다. 그러나 버튼들의 조작감은 다소 투박하다.

 변속조작은 전자제어식 다이얼 "E-시프트"로 이뤄진다. 덕분에 센터콘솔 아래에 수납공간이 생기고, 여기에 미국차 발상지인 디트로이트를 상징하는 문양을 새겼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슬라이딩 컵 홀더 역시 공간활용도를 높인다. 컵홀더 아래에 꽤 깊숙한 수납공간과 오디오 입력단자가 있다.

 안락함은 좌석에 앉았을 때부터 느낄 수 있다. 특히 나파 가죽으로 마감한 시트의 볼스터는 풍부한 양감으로 몸을 감싼다. 뒷좌석 머리공간은 쿠페형 세단을 지향해서인지 다소 부족하다. 선루프는 앞뒤로 양분한 듀얼 패널 파노라마를 쓴다.

 트렁크 용량은 453ℓ로 큰 편이다. 짐공간에 애착이 깊은 미국 소비자를 의식한 것 같다. 뒷좌석을 6:4로 접어 트렁크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다.

 ▲성능
 4기통 2.4ℓ 엔진은 최고 187마력, 최대 24.2㎏·m를 낸다. 약 1.6t에 해당하는 차체를 움직이는 데 힘이 부족하지 않다. ZF가 만든 9단 변속기는 엔진회전수를 높이지 않은 채 단수를 올린다. 그럼에도 고속화도로를 포함한 시내주행 시 7단 이상을 쓰기 힘들다. 9단까지 구성해서인지 저단 기어 외 수동모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표시효율은 복합 기준 10.5㎞/ℓ로, 계기판에 나타나는 평균 효율은 여기에 근접한 수치를 보인다.

 200은 알파로메오의 CUS-와이드 모듈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 브랜드임에도 유럽 감성의 주행감성을 발휘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기존 미국차의 무른 설정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생각보다 부드럽진 않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단단하지도 않아 패밀리 세단으로서 괜찮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급선회 상황에서도 타이어의 얕은 비명만 들릴 뿐 꽤 자연스럽게 차체가 돌아나간다. 여기에 자세제어장치 개입으로 금세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다양한 안전품목 덕분에 차 스스로 방어운전에 총력을 다 하는 듯하다. 공회전방지장치를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사각지대 모니터링, 풀-스피드 전방추돌경고 플러스, 차선이탈방지 경고 플러스, 차선유지 어시스트, 후방교행 모니터링 등을 장착한 것. 기어가 R, D에 놓였을 때 도어를 열거나 안전벨트를 풀면 주차 브레이크를 활용하는 세이프 홀드로 들어간다. 평행 및 직각 주차보조 시스템은 주차간격이 좁은 국내에서 필요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장애물에 바짝 다가간다면 자율적으로 제동을 걸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물론 이 모든 품목은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총평
 판매가격은 리미티드 3,180만 원, 200C 3,780만 원이다. 미국 판매가격보다 각각 20만 원, 80만 원 싸다는 게 크라이슬러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안전품목을 갖춘 건 200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9단 변속기와 "유럽 감성의 미국차"라는 조금은 묘한 조합이 새로운 운전재미를 준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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