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설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술을 표현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기술을 영상으로 구현하려면 많은 창의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자동차광고, 그 중에서도 기술영역은 늘 광고 종사자에게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광고는 함축적이되 통찰력을 지닌 핵심을 영상이나 음향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 구현만 된다면 영상화한 기술은 말이나 글보다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기술 개념을 시각화하는 일에 자동차회사가 열중하는 이유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기술 이슈는 7단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다. 고효율, 고성능이 강조되는 최근의 자동차산업 분위기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변속기가 바로 DCT다. 그런데 자동차마니아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이 기술용어를 어떻게 하면 쉽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DCT는 하나의 자동변속기 틀 안에 두 개의 수동변속기를 놓은 형태로, 내부 구조는 수동에 더 가깝다. 그러나 수동변속기는 엔진 동력을 전달하는 입력축과, 그 힘을 바퀴로 전달하는 출력축이 각각 하나인 데 반해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이를 복수화했다. 보통 변속기 내에서 1, 3, 5단 기어가 놓인 축과 2, 4, 6단이 있는 축으로 나뉘며, 각 축은 두 개의 클러치를 통해 교대로 동력을 바퀴에 보낸다.
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어 단수가 오르는 일반 변속기와 달리 DCT는 1단 기어가 물린 상태에서 2단 기어를 준비한다. 따라서 기어를 바꾸기 위해 동력을 끊을 일이 없다. 엔진 힘을 다른 기어로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것. 동력단절이 없으니 변속이 훨씬 빠르고, 단절에 의한 연료소모도 최소화된다.
광고주인 현대차 국내광고팀, 기획사 모그커뮤니케이션즈, 제작사 날아라발전소는 이 점에 주목했다. DCT의 재빠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떠올린 것. 그리고 곧바로 7단 DCT의 키워드로 "Boost your Driving Fun"을 떠올렸다. 주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DCT를 설명하자는 취지다.
광고형태는 바이럴(Viral) 영상으로 결정했다.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고 붙여진 바이럴은 최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급성장한 광고기법이다. 캠페인기간동안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고, 7단 DCT의 바이럴 영상을 찾아보도록 만들자는 게 기획목표다. 특히 7단 DCT를 장착한 투싼, i30, 벨로스터 등은 젊은 층에 인기가 있고, 이들이 바이럴 마케팅에 익숙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키워드를 만든 후에는 어떤 식으로 표현할 지 결정해야 했다. 전체를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현하는 방법, 영화 패러디, 페이크 다큐멘터리, 익스트림 스포츠, 슈퍼 히어로까지 수많은 표현기법과 방식을 떠올렸다. 심지어는 거북선 아이디어도 나왔다. 하지만 실마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발견했는데, 기획제안 영상 속 자투리로 넣은 "춤을 통한 기술표현"이 호평을 받았다. 결국 춤이 전면으로 부각됐다. 이어 DCT와 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어떤 방식으로 융합할 지 궁리했고, 이를 두고 날아라발전소의 김이석 감독은 팝핀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DCT 안에서 톱니들이 기계적으로 맞물리는 모습을 보며 스트릿댄스 장르 중 하나인 "팝핀"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춤의 장르를 결정한 뒤에는 누구를 기용할 지가 관건이었다. 특히 바이럴 영상으로 제작하는 만큼 세계 어디서나 인정받는 팝핀의 거장이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모그커뮤니케이션즈의 정원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팝핀 스타 마르퀴즈 스캇을 떠올렸으나 불발됐다"며 "그러나 스캇이 팝핀 존을 소개해주면서 영상제작이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계 팝핀계에서 인정받는 듀오 BWB(Blue Whale Bros, 팝핀 제이와 크레이지 쿄로 구성)가 가세했다. BWB는 어떤 음악에도 프리댄스가 가능하고, 한국팀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한국이 만든 첨단 기술인 DCT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팝핀 존에게는 운전자 역할을 부여했는데, 한국이 만든 차를 세계인이 운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댄스팀은 DCT의 즉각적인 반응을 모티브로 춤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동변속기가 부드러운 발레를 연상시킨다면 DCT의 민첩한 변속은 팝핀으로 나타내기에 적당했다. 특히 BWB가 표현한 7단 팝핀은 1단부터 7단까지 고조되는 변속과, 이 과정에서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주행 감각을 형상화했다.
팝핀 제이와 크레이지 쿄는 각각 2개의 클러치처럼 움직이며 하나의 클러치와 같이 빠르게 에너지를 주고 받는 DCT 고유의 기계적인 느낌을 살렸다. 또 DCT가 가진 체결감, 직결감을 팝핀으로 형상화했다. BWB가 기계에 몰두하는 동안 팝핀 존은 DCT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몸으로 그려냈고, 그 결과 팝핀 존과 BWB는 운전자가 시동을 걸고 도로를 질주하며 운전자와 자동차, 7단 DCT가 하나가 되는 내용을 영상에 담아냈다.
멋진 영상의 숨은 공신 중 또 하나는 BWB의 의상으로 채택한 첨단 소재 "el" 시트다. 날아라발전소의 김 감독이 해외 댄스팀 영상을 보고 찾아낸 이 소재는 얇은 막에 전류를 흘러보내면 빛을 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물이 닿으면 빛이 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격렬한 댄스 후에는 땀 때문에 "el" 시트로 특수 제작한 옷을 한참 말려야 했다.
이번 바이럴 영상은 춤이라는 예술장르를 통해 기술을 표현한 최초의 시도라는 게 업계 평가다. 뮤직비디오나 춤을 이용한 자동차광고는 많았으나 기술을 직접적으로 그려낸 적은 없었다. 더구나 스트릿 댄스의 팝핀 장르를 통해 DCT를 시각화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영상 반응 역시 뜨거운 편이다. 이미 세계의 댄스마니아는 물론 자동차마니아의 호평이 나오고 있다. 물론 비판의 시선을 있지만 이번 바이럴 영상과 같은 "위트"는 현대차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영상 주소: https://youtu.be/sK07bybE5PA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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